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자
이원중.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천천히 먹어야 하는 이유
소울푸드는 재배한 사람의 정성, 요리한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며 천천히 씹어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영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밥은 천천히 먹어야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물을 먹은 후 뇌가 포만감을 인식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사실을 뇌에서 느끼기도 전에 계속 먹게 되어 결국 살이 찌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을 때에는 천천히 잘 씹어 먹고, 먹은 것을 다 삼키기 전에는 음식을 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음식을 한 숟가락 먹은 후에는 숟가락을 놓고, 다 씹어 먹은 후에 숟가락을 들도록 한다.
2020 식사법
몇 년 전, 방송에 출연하여 2020 식사법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식사는 20분 이상 천천히 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은 양의 음식을 입에 넣은 다음 20회 이상 씹어서 넘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효소(엔자임)는 소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침 속에 존재하는 알파아밀라제라고 불리는 효소는 입 속에 들어온 탄수화물을 더 작은 물질로 분해시켜 잘 흡수되게 하여 에너지로 쓰이게 한다. 씹지 않으면 알파아밀라제가 분비되지 않는다. 그만큼 잘 씹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먹으면 많이 먹지 않더라도 배부름을 느껴 식욕을 억제할 수 있지만, 빨리 먹다 보면 식욕을 억제하기 힘들어 더 많이 먹게 된다.
식습관에 도움주는 도정하지 않은 곡물
식사를 할 때에는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위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은 양으로도 공복감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천천히 씹어 먹기 위해서는 같은 쌀이라도 도정하지 않은 현미, 밀가루라도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거친 통밀로 만든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천천히 씹어 먹으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식품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음으로 인해 우리의 뇌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뇌에서 흐르는 혈액량이 늘어 집중력과 기억력도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생긴 빨리 먹는 습관
요즘은 뭐든지 빨리빨리, 급하게 해치워버리는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서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은 현대인에게는 필수라고 고집한다. 우리는 너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TV도 봐야 하고, 친구를 만나면 수다도 떨어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가 얼마나 밥을 먹었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말하는 사이에, TV 보는 사이에 내 앞에 있던 음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봤다면 다시 한번 나의 식습관을 돌이켜봐야 한다. 무얼 먹는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다.
진짜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먹을 때가 됐으니까 먹는 것인지, 아니면 친구들과 만나면 그냥 하는 일이 먹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매일 마시는 커피, 도대체 무슨 맛인가? 첫 모금과 마지막 모금이 과연 같을까? 단지 카페인이 필요해서 빨리빨리 마셔버리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자.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하루에 고작 1시간 12분을 식사에 할애했지만 TV를 시청하는 데에는 2시간 반에서 3시간을 쓴다고 한다.
음식의 참 맛을 모르고 별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는 습관이 있다면 본인이 얼만큼 배가 고픈지, 얼만큼을 먹어야 배가 부른지도 모를 확률이 높다.
우선은 지나치게 허기를 느끼면 천천히 먹기가 힘이 들기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지기 전에 밥을 먹는 것이 좋다. 몇 시간 만에 밥이나 간식을 먹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한 일주일을 두고 스케줄을 살펴보자. 보통은 네 시간 정도가 적당한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나에게 가장 좋은 시간 간격은 얼마인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