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건강
이덕철 연세대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초콜릿의 역사
카카오 나무는 아주 오래 약 3,000여년 전부터 현재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의 중미 지역에서 양조를 위해 사용되었다.
그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그 열매에서 추출된 코코아를 유럽으로 가져와 설탕 등을 가미하여 음료로 사용하였고, 코코아에 우유나 버터 등의 성분을 혼합하여 고형인 초콜릿을 만들었다.
코코아 음료나 초콜릿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복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17세기부터는 초콜릿과 코코아가 단순한 음식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질병들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협심증이나 흉통 등의 환자에게 잠재적 약제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고령자로 122년을 넘게 살다간 프랑스 출신의 잔 루이즈 깔망여사는 초콜릿을 즐겨먹었다. 최근에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코코와와 초콜릿에는 식물성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다양하게 함유되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지질대사, 혈관기능, 항염증, 항혈전에 좋은 효과와 더불어 뇌기능과 면역기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힐링에 도움이 되는 초콜릿
파나마의 섬에 거주하는 쿠나 인디안은 코코아를 즐겨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약 80% 정도 감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코코아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플라바놀, 프로시아니딘, 카테킨이 갖고 있는 강력한 항산화 기능과 혈관 내피 기능 강화 효과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에서 코코아를 매일 먹으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약 45~50% 정도 낮추고, 다크 초콜릿 100g을 매일 먹으면 혈압을 약 5.1 mmHg 정도 낮추며, 심혈관 질환 발생을 21%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코아나 초콜릿은 동맥경화의 유발 요인으로 알려진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춤으로써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한 코코아와 초콜릿은 혈관 내피기능을 개선하여 혈관의 탄력성을 좋게 하고 혈관을 확장하여 혈액순환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정상 성인이 초콜릿을 먹으면 심장에 분포되어 있는 관상동맥의 혈액 순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초콜릿이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통해 밝혀지는 초콜릿의 효능
초콜릿에 많이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는 노인에서 인지기능을 좋게 하고, 치매의 발생위험을 감소시킨다. 특히 뇌혈관을 확장하고 뇌 혈류를 개선하며, 만성적인 염증을 낮추어 주는 기능은 노화와 관련된 인지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추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의학계의 권위있는 잡지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에서 초콜릿 소비가 많은 나라일수록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 초콜릿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고 있다.
적당한 섭취로 건강을 관리
초콜릿은 면역기능의 조절과 개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선천 면역과 획득 면역을 증강시켜 면역반응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항염작용도 함께 나타냄으로써 염증성 장질환, 알러지성질환, 자동면역질환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콜릿은 이로운 장내 미생물을 많게 하는 프리바이오틱스 기능이 있다. 즉, 장의 점막을 보호하고 면역기능을 조절하며, 다양한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생성한다. 또한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며 지방 축적 및 지질 대사에도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 총의 증식을 좋게 해 줌으로써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초콜릿의 항산화 작용이 만성 피로, 치아 건강, 피부건강과 탄력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며 초콜릿을 즐기는 여유가 우리에게 작은 행복과 함께 건강증진도 선물로 줄 수 있다.
다만 달콤한 초콜릿의 맛에 취해 중독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비만과 과잉칼로리 섭취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