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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를 읽고.. 10812 박수정
작성자 박수정 등록일 10.09.05 조회수 423

이 책을 처음 고르게 된 이유는 발차기라는 제목인데 표지에는 여고생이 교복을 입고 면도칼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발차기로 골랐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인 경희가 불청객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청객이 뭐지? 불청객이 뭐길래 저렇게 증오를 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점점 읽다보니까 경희의 남자친구인 정수와의 관계가 나오고 그렇게 돼서 정수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경희에게 졸라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불청객이 아기라는걸 알았다. 여고생인 경희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니 섬뜩했다. 만약 나에게 같은 일이 생겼다면? 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이없는 얘기가 나왔다. 정수는 자기가 경희에게 임신을 시켜놓고 그 소식을 듣자 경희에게 화를 내며 배신을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기 잘못을 모르는지 아무런 죄책감이 없고 오히려 왜 임신이 된 거냐며 화를 내고 또 정수엄마는 낙태를 하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경희는 낙태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불청객에게 사계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낙태라.. 정말 끔찍하고 있을 수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낙태라는 게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유명무실의 법이라고 한다. 이런 법을 확실하게 잡아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게 이렇게 아무런 의미 없이 툭툭 말할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수엄마를 보면서 난 절대로 그런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희는 사계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점점 사계의 엄마가 되어간다. 정수와 정수엄마 모두 사계를 외면하지만 경희만은 꿋꿋하게 사계를 지켜나간다.

이 책에서 경희가 사계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희는 분명히 사계를 낳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희는 진심으로 사계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경희가 무슨 선택을 하든 추락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갈게 분명하다. 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면 절망에 빠져서 움츠러들고 자꾸 숨으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희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기를 가진 성숙한 여자처럼 어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어떤 선택이 더 지혜로울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서 경희의 어두운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경희는 갑작스럽게 닥친 커다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일이 좋게 만들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란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무거운 주제가 있는 책을 읽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독후감을 쓰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쓰기가 참 어려웠다. 저번에 이런 비슷한 청소년소설을 읽었는데 그 책은 대화도 있고 그래서 이해하기가 쉬웠는데 발차기에는 처음에 등장인물 소개도 없이 그냥 경희가 나와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경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구별도 못했었다 그리고 불청객이 뭔지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왠지 책이 어려워보였고 이해도 잘 되지 않아서 뭔가 엄청나게 잘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 발차기가 나는 ‘수필’ 발차기인줄 알았다.

무슨 말이냐면, 여고생이 임신을 해서 생기게 되는 일과 그 감정의 묘사가 너무 섬세하고 진짜 이 글을 쓴 작가가 여고생 때 임신을 했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작가는 여자가 아니었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 이 의문점이 풀린다. 작가는 학창시절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자와 친분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간접적인 경험만을 가지고 작가가 뛰어난 상상력을 동원해서 경희라는 아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글은 어려웠지만 내용은 낯설지가 않았다. 왠지 옆 동네에 경희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고 지금 내가 가서 조언이라도 한마디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희에게는 지금 그게 제일 필요할 것 같다. 불안한 경희의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있는 말. 그렇게 안정적일 수 있을 때 현실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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