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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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윤서 | 등록일 | 14.10.26 | 조회수 |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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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소리. 무언가를 열심히 써 내려가는 사각사각 펜 소리. 백일장 키드.'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현수는 글짓기 카페인 '날짜변경선' 에 가입하고 카페에 나오는 백일장 날짜를 보고 백일장을 찾아다닌다. 카페에서 만난 우진 형과 백일장에서 같이 다닐 때도 있지만 거의 단체로 움직이는 우진 형은 학교 사람들과 다니는 날이 더 많아 현수는 적잖이 외롭다. 늘 편의점 도시락을 혼자 먹는게 외롭고 부끄러워 블로그에 백일장에서 식사 같이 하실 남녀 상관없이 한 분 구한다는 글을 올린다. 하루하루 댓글을 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이한솔' 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갑내기 여자아이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구멍' 이라는 글제를 보고 머릿속에 하얘진 현수는 글짓기를 포기한 채 이한솔 옆에서 하늘만 들여다보는데 이한솔이 화장실을 들렀다 온다고 했다. 현수는 아무 생각 없이 이한솔이 쓴 글을 펼쳐보았다. '청산고등학교 3학년 김윤희.' 잘못쓴게 아니었다. 눈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이한솔은 '이한솔' 이 아닌 '김윤희' 라는 한 살 더 많은 누나였다. 김윤희는 백일장에서 하도 상을 많이 타서 백일장 키드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이름이다. 그런 유명한 사람과 식사를 하다니.. 그 때 김윤희가 오고 현수는 글을 훔쳐본게 괜시레 미안해졌다. 그렇지만 속은 건 김윤희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김윤희는 왜 속였냐는 현수의 질문에, "그럼 넌 내가 김윤희라는 걸 알고도 같이 밥 먹었을까?" 라고 질문하자 막상 말문이 막혔다. 김윤희라는 사람과 밥을 먹기에는 어렵고 불편했다. 그렇다고 대답하기 뭐했다. 그래도 현수는 김윤희와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혼자 먹는 밥은 둘이 먹는 밥보다 훨씬 맛이 없으니까. 현수와 김윤희는 백일장마다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도중 우진 형을 만난다. 우진 형은 윤희 누나를 싫어한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현수가 우진 형에게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하자 우진 형도 싫어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우진 형이 예고에 편입하기 전에 다닌 고등학교는 윤희 누나가 다니는 고등학교이다. 우진 형은 운문이 너무 좋아서 백일장을 다니는 형인데 왕따를 당하던 김윤희가 쓴 글은 매번 상감이고 자신의 글은 매번 상을 못 타서 일부러 싫어했다. 원래 좋아하는데, 싫어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윤희 누나의 글을 훔쳤고 그게 당선되었다고 한다. 현수는 우진 형이 윤희 누나와 더이상의 껄끄러운 만남을 막기 위해 사과의 자리를 마련한다. 육교로 둘을 불렀고 우진 형에게 눈치를 줬다. 우진 형은 "미안해" 한 마디를 2.5 m 쯤 떨어진 윤희 누나에게로 전했다. 그 한 마디가 윤희 누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 까? 윤희 누나는 고맙다고는 안 하지만 용서는 생각해본다고 했다. 오랜만에 진심이 담긴 한 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우진 형은 윤희 누나한테 문창과를 간다면 같이 수시를 넣자고 부탁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현수: 쯧쯧, 우진 형 차였군.)윤희 누나가 백일장을 선택한 이유는 학교를 빠져나오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셋은 마지막이 될 J대 백일장에 참가한다. 우진 형과 윤희 누나는 상을 탔지만 현수는 상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상관 없다. 속은 후련하니까. 우진에게 나온 한 마디가 윤희에게 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 까? "미안해" 고작 한 마디가 참 어렵고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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