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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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윤서 | 등록일 | 14.10.26 | 조회수 | 116 |
서인주가 연못에서 자살을 했다. 서인주가 죽었다. '서인주가 죽었대. 연못에서 자살을..' 아이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인주는 합창부의 노래 잘하는 평범한 아이다.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을 피우지 못한 아이. 돈이 없어 항상 음악실에서 혼자 남아 연습하던 아이. 음악 교사 경민은 인주, 연두, 지연을 가장 잘하는 아이들이라 생각한다. 셋은 모두 소프라노이고 잘하기 때문에 같이 연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거의 같이 행동했다. 하지만 셋이면 둘이 붙고 한 명은 떠돌기 마련이다. 연두와 지연은 서로를 견제하고 싫어하면서도 서인주가 보는 앞에서는 늘 속닥거리며 친한 척을 했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둘이 서인주를 은근히 따돌리는 것은 반 아이들도 알았다. 반 아이들은 서인주의 자살 소식을 연두와 지연까지 얽으려고 하지만 연두는 그럴수록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지연이 불안해하자 아이들이 연두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고 지연에게 얽어가기 시작한다. "두 명이 연못에서 사진을 찍으면 두번 째 아이가 사라진대." 연못에 얽힌 괴담 중에 하나이다. 지연과 치한의 형 요한은 그 괴담의 주인공들이다. 서로 공범이 되어주며 요한은 공범이 되는 대신 지연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지연은 공범이 되는 대신 마음에 안 드는 아이들을 하나씩 사라지게 한다. 서인주 또한 사라지게 할 셈이었으나 서인주가 죽어버려서 계획 실패로 지연은 불안해했다. 두려웠다. 경쟁자 셋에서 한 명이 줄어들자 일 등의 자리는 더 치열해졌다. 자신이 더 음악을 잘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지연은 연두를 연못으로 불러내었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아는 그 괴담을 떠올리며, '설마 내가 두번 째 아이겠어?' 하며 연못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요한은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연두를 바라본다. 연두는 슬슬 겁이 났다. 도망치려는데 '찰칵' 셔터음이 들린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에서 뽑힌 사진이 연두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이 되었다. 연두가 사라졌다. 요한은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한다. '괴담은 누구에게나 찾아와.' 욕심 때문에 친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욕망이 나타난 괴담 같다. 정말 섬뜩하고 오싹한 괴담이다. '나'는 누군가가 사라지길 바라는데 어느 누군가는 '나'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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