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행복한 왕자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황금으로 둘러쌓인 몸과 루비와 사파이어로 이루어져 있는 눈과 칼을 지니고 있는 행복한 왕자의 '동상'과 다른 제비들과 함께 떠나지 못한 제비 한 마리의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제비에게 부탁해 저 멀리 제대로 생활하지도 못하는 가난한 가족과 찢어지는 듯한 추위 속에서 글을 쓰는 작가에게 제 눈에 박힌 푸른 빛의 아름다운 사파이어 두 개를, 가엾은 성냥팔이에게 붉은 루비를, 황금을 떼어 불쌍한 사람들에게. 분명 사람들은 화려하게 반짝이는 황금과 보석들이 박힌 동상을 보고서 부를 상징한다 생각하고는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물론 가엾은 그들을 도와준 것은 실제적으로 보석들과 황금이였지만. 도움을 받은 자들은 눈 내리는 겨울 속에 겉이 차갑게 식어버린 왕자 동상의 마음에 감사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서 그동안 본 왕자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전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누는 것밖에 보지 못하였는데 행복한 왕자는 달랐다. 마을 길거리 한 가운데에서 홀로 서서, 그 반짝이는 눈동자로 자신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도움이 필요하여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굳어있는 손가락 끝으로 그런 자들에게 줄 희망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행복함이 무너졌다며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처리해버리겠지만 끝까지 남아 곁을 지킨 제비와 왕자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적어도, 이야기를 읽어온 나는 굉장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