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내일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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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차희 | 등록일 | 13.01.21 | 조회수 | 206 |
내일도 날 몹시 게으른 농부가 있었다. 남들은 들에 나가 일을 하는데도 집안에서 빈둥거리고, 어쩌다 밖에 나가서도 남의 논두렁이나 돌아다니며 말참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농부가 농사철을 놓치면 가난을 면하기 어려운 법이어요. 날씨도 청명하니, 내일은 제발 논갈이를 합시다.” 이튿날 아침 일찍 밥을 먹은 농부가 들에 나가려고 쟁기를 챙기는데, 이웃 친구가 찾아와서 강에 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어허, 이거 곤란하군. 논갈이를 해야 하는데.” “여태 가만있다가 하필이면 오늘 논갈이를 하려고 그러나. 기왕 늦었는데, 내일로 미루고 같이 가세.” 원래 놀기 좋아하는 성미인지라, 두어 번 권하자 그만 따라 나서고 말았다. 그 날 강가에 가서 마신 술 탓으로 농부는 이튿날 종일토록 드러누워 있었다. “내일은 꼭 논갈이를 해야지!”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튿날 비가 쏟아졌고, 또 다음 날은 소가 병이 나서 쟁기를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까운 집에 초상이 나서 다시 내리 닷새를 허비하고 마니, 마침내 모든 시기를 놓친 셈이 되고 말았다. 겨우 부랴부랴 논을 갈아서 모내기를 했으나, 이미 적기를 놓친 파종이기 때문에 소출이 평년작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듬해 봄에 춘궁기가 오기도 전에 그의 집은 식량이 떨어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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