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누렁이의 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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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차희 | 등록일 | 12.09.28 | 조회수 | 215 |
누렁이의 보은
“아침부터 왜 이리 소란이냐?” “나리 마님, 집 앞에 웬 개 한 마리가 자꾸 낑낑대고 있어서 쫓았는데 아무리 쫓아내어도 금방 다시 오곤 합니다요.” 대문 앞을 쓸러 나간 돌쇠란 놈이 죽을상을 해가지고 와서 김 대감에게 고합니다. “허허, 그거 참 별일이네 그려. 그만 놔두고 볼일이나 보거라.” 김 대감도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서 글공부에 열중했습니다. 점심나절 쯤 되어서 대문 밖에 나와 보니 누런 빛깔이 나는 개 한 마리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평소 성미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인데 그 모습이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김 대감은 돌쇠를 시켜 개를 안으로 들여서 먹을 것을 먹인 후 집안에 두라고 하였습니다. 바깥일을 다 마치고 온 김 대감이 안채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안채 마당 앞에서 김 대감을 맞이하는 누렁이를 보았습니다. 아침나절의 그 지저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김 대감을 바라보는 누렁이의 눈빛에 광채가 났습니다. 그 후 누렁이는 한시도 김 대감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잠을 잘 때에도 김 대감이 머무는 거처 밖에서 반드시 김 대감을 지켰고 외출을 할 때에도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하루는 돌쇠를 시켜 이웃마을에 사는 박 대감에게 서신을 보내려고 했더니만, 누렁이가 얼른 김 대감이 쓴 서신을 물고 불이나케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두어 시간이 지나니 누렁이는 입에 박대감이 보낸 서신을 물고 나타났습니다. 김 대감은 사람보다도 더 영특한 누렁이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웬만한 곳의 서찰 심부름은 누렁이가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불편한 때라 멀리 한양 땅에 상소문이나 각종 문서를 보낼라치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는데, 누렁이가 온 뒤로는 웬만한 사람보다 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조정에 심부름을 간 누렁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주 부근의 강변 다리 밑에서 새끼 9마리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먼 광주까지 새끼를 한 마리씩 집으로 물어다 날랐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새끼를 물으러 갔다가 그만 지쳐 길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김 대감은 사랑스럽고 영특한 누렁이가 새끼 낳을 때가 된 것도 모르고 심부름을 보냈다가 그만 죽게 되자, 집 앞 마당에 누렁이 모양을 한 석상을 세워서 누렁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 넋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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