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볼품 없는 이 작은 씨앗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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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차희 | 등록일 | 12.06.05 | 조회수 | 231 |
볼품 없는 이 작은 씨앗이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농부는 마루에 너절하게 널려 있는 씨앗을 보았다. 그것도 아주 작은 것이었다. “이게 뭐지? 누가 이걸 마루에다 흘렸어? 마루가 이렇게 지저분해서야……. 에이, 쓸어버려야지.” 그리고는 씨앗을 마당으로 쓸어버렸다. 농부의 마당에는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들이 저마다 예쁜 얼굴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 그 옆에는 호박과 수세미도 있고, 마당 한 편에는 조그만 감나무도 한 그루 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작은 씨앗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다들 이 씨앗 보다 훨씬 크고 예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은 작지만, 난 앞으로 큰 나무가 될 수 있을 거야.” 작은 씨앗은 이렇게 다짐하며 흙 속에서 오래 참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났다. 농부네 마당은 작년과 같았다. 호박도 감나무도 꽃들도 여전히 그 자리에 피어 있었다. 딱 한 가지가 바뀐 것이 있다면 마당 한 구석에 작은 싹이 돋아난 것이었다. 그게 뭘까? 몇 년이 지났다. 그 작은 싹은 몸통도 굵고 가지도 무성하고 키도 무척 컸다. ‘이게 뭘까? 오라, 그 작은 씨앗이로구나.’ 그래서 농부는 무더운 여름날 이 나무 그늘에 의자를 만들어서 쉬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 또 낮잠도 즐겼다. 아이들이 매일같이 놀러 와서 그네도 타고 책도 읽고 술래잡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지 위에는 큰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었다. 이 큰 나무가 그 볼품없이 작은 씨앗이었다고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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