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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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진기 | 등록일 | 09.09.29 | 조회수 | 234 |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전세계가 깊이 빠져들었던 미국발(發) 금융위기 터널이 어느덧 출구를 보이고 있다. 그 맨 앞에 한국이 서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전 세기와 다른 창의적인 비전과 효율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개척만이 다극화된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는 길임을 또 한번 확인했다. 문화일보의 ‘21세기는 문화다’는 이같은 배경에서 시작됐다.
20세기 후반은 미국과 구 소련으로 양극화된 세계가 냉전을 벌여 결국 미국의 승리로 끝난 국가중심의 중후장대 산업의 경쟁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새로운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는 등 세계화와 정보화로 기술이 평준화되고 다극화된 21세기에 이 전략은 더이상 최상의 효율성을 갖지 못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중심의 무거운 하드웨어 전략에서 도시 중심의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의 핵심열쇠인 문화에 중심을 둔 서울시의 전략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7일 서울시장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컬처노믹스의 구체적 비전과 전략에 대해 들었다. ‘21세기는 문화다’시리즈를 진행하며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서울의 문화예술인프라스트럭처 수준이 주요 선진국 못지않은 것이었다. 먼저 서울의 문화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오 시장은 “평가는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사양하면서 “(내가) 점수를 매기고 싶은 것은 시청직원들의 마음가짐”이라고 답했다. “열심히 하드웨어를 준비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채우기 위한 준비작업입니다. 이제 (직원들이) 어떤 사업을 하면서 기획에서 부터 시공, 완성까지 시민들의 입장에서 무엇이 들어갈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집어넣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을 봅니다. 이것은 과거와 다른 엄청난 변화입니다. 이제 최적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의 컬처노믹스는 “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이 아니고 잘못된 선입관에 의해 위축된 98%의 시민들”이 목표다. “서울광장의 밤 공연 콘텐츠가 더 풍부해 졌습니다. 30, 40분짜리 갈라공연이 아니라 원작의 향취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나 뮤지컬 전작공연을 했습니다. 오페라, 뮤지컬 외에도 매일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준비돼있습니다. 언제든지 거기에 가면 문화와 예술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머니가 얇은 연인들, 가족들 이런 분들이 부담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창의 문화도시입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문화인프라를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남산예술센터가 독일 샤우비네 극장 등 세계적인 극장과 프로그램을 제휴하고, 세종문화회관이 동북아 공연예술중심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얼마전 도쿄(東京)에서 전세계 발레스타들이 모여 행사를 벌였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울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발레라든지, 넌버벌퍼포먼스와 같은 국제예술축제도 구상 중입니다.” 오 시장의 컬처노믹스는 분명 미래지향적인 가야 할 길인데 명쾌하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구체적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문화는 밥”이라고 요약했다. “저소득층의 자립과 자활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얼마되지 않는 물품을 제공하는 것보다 그런 마음가짐을 만들어주는 ‘희망의 인문학코스’가 성공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사회에 옮겨 놓으면 문화적 소양이 되고 더 나아가 도시경쟁력,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감성적인 콘텐츠가 도시경쟁력을 만들어 갑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품격, 품위”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공감대를 형성, 서울시민이 문화시민이다, 서울시가 문화도시다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기업과 연결돼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문화가 밥’인 까닭이 이것입니다.” 오 시장은 세계의 도시와 경쟁 전략으로 문화콘텐츠와 디자인을 꼽았다. “라이벌 도시들과의 경쟁은 결국 문화콘텐츠 전쟁입니다. 거기에서 지면 도시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가 한류라고 하는 국가적인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틀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그러나 “한류를 고유한 오래된 역사적 정체성과 연결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류를 보고 환상을 가졌던 동남아인들이 막상 한국에 와서 보니 콘크리트 덩어리 밖에 없고 그 상실감이 번져나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오 시장은 특히 “진정한 경쟁력은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며 “서울시민들이 문화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게을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이런 투자를 하기 시작한 만큼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성과 감수성으로 무장하기 바랍니다. 또 우리 고유한 역사성에 바탕한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 품격있는 문화시민이 됐을 때 전세계인들이 우리를 문화시민, 문화도시, 문화국가로 존경할 겁니다.” 최근 그는 서울의 벤치마킹 모델로 일본의 요코하마(橫濱)를 꼽았다. 뉴욕이나 파리가 아니라 요코하마를 꼽은 이유가 궁금했다. “도쿄의 위성도시, 베드타운에 불과한 요코하마는 인위적으로 도시 디자인 정책을 통해서 어떤 의미에서는 도쿄보다 더 디자인도시로서, 공공디자인의 메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1960년대부터 살길은 이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40여년을 투자한 요코하마가 아마 전 세계 디자인도시 중에 그 방법론을 배워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 시장 이후 서울의 디자인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러나 한남대교의 조명 등 일부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제가 취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력있게 만들기 위해 내린 결론이 관광, 디지털 컨벤션, 패션, 예술 등 감성·창조산업으로 분류되는 6대 신성장동력산업입니다. 그러나 관광사업 한가지를 놓고 봐도 서울은 와서 볼 것도, 즐길 곳도, 먹을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잘 곳도 없습니다. 중저가 호텔이 부족해서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상태입니다. 따라서 급한 대로 볼거리부터 만들자고 남산을 비롯해 내사산, 외사산, 한강 이런 자연자원들을 모두 새롭게 가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한강변에 가도 이제는 제법 한나절, 반나절은 즐길 공간들이 생겼습니다. 올 가을에 난지, 뚝섬, 여의도 특화지구에 반포까지 완성이 되면 4대 특화지구가 완성됩니다. 거기에 암사습지생태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공간들이 한강에 많이 생겨났습니다. 또 남산르네상스가 절반정도 진행이 됐고 내년 봄이면 시냇물이 흐르게 됩니다.” 오 시장은 억울하다(?)는 듯 그동안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20여개 한강다리 조명을 다 새롭게 해놨는데 가장 말이 많은 게 한남대교”라며 “저걸 다시 손봐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독창적 경쟁전략에 대해 묻자 오 시장은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또 하나의 문화적·산업적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정보통신(IT), 미디어, 컨버전스 테크놀로지”라고 답했다. “도시디자인이라는 게 역사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동양의 어느 도시를 가나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차별화, 야심찬 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역 앞 인터액티브 버스정거장을 보십시오. 또 을지로 2가, 3가에 미디어 월, 미디어 인텔라이트, 미디어 광장, 인텔리전트 광장이 들어섭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찾으면 꼭 들르는 명동, 인사동, 관철동 지역을 잇는 이 지역은 외국인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 시장은 끝으로 시민들에게 “문화는 가진 자의 것이 아니라 즐기는 자의 것”이라며 “서울시가 마련한 무궁무진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즐겨줄 것”을 당부했다. “꼭 티켓을 사가지고 즐기는 것이 문화예술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티켓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콘텐츠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홈페이지는 외국의 유명도시에서 돈 주고도 즐길 수 없는 프로그램이 가득한 보물창고입니다. 참여를 통해 느끼고 공유하는 것이 서울을 문화도시를 만들어 나아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 김승현 부국장 hyeon@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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