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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 될까
작성자 박효진 등록일 18.09.08 조회수 156
기사입력2018-08-21 16:29

익스포저, LTV 비율, 리자드배리어, 녹아웃, ELS. 외계어인가 싶지만, 금융업계 종사자에게는 익숙한 금융용어다.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주류경제학은 소비자가 재산을 늘리기 위해, 이러한 금융지식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을 소비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진 않으며 심리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식전달 위주의 금융교육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에 행동경제학을 접목하는 방안을 강조한다. 가령, 퇴직연금을 희망자 가입방식에서 자동가입-희망자 탈퇴방식으로 전환하면 가입률을 높일 수 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상무는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21일 공동주최한 공공정책의 혁신과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알고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틀을 짜야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 “2014년 기준 전세계 136개국이 행동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고, OECD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도 국가차원의 행동경제학 활용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중기이코노미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갖는다”=행동경제학은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제한된 합리성을 갖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비용과 효용을 분석하고 개별요소를 비교해 판단하기도 하지만, 본능적이고 습관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는 입장이다. 즉 간단한 연산작용을 통해 문제를 인지하고 감정적인 반응을 빠르게 수행하다보면,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얘기다.

 

불합리한 인간은 금융시장에서 행동회피 등 경제적 합리성에서 일탈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선택가능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거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금융상품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하고 금융지식 습득에 무관심해진다. 상품가입 절차가 귀찮다고 금융행동을 취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금융에 행동경제학 도입 증가추세=최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금융정책을 수립하는데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한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는 금융소비자 권익 분석을 바탕으로 주요상품에 손해보험상품 추가구매를 기본옵션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금지했다. 가령 여행상품에 여행자보험을 포함해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FCA가 분석한 결과, 손해보험이 부가된 상품보다 단일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얻었다. FCA는 손해보험 가치측정 데이터를 공표, 소비자가 보험상품가치를 평가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결정을 하도록 도왔다. 또한 보험사가 경쟁사보다 가치가 높은 보험상품을 제안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얻었다.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21일 주최한 ‘공공정책의 혁신과 행동경제학’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연금저축 자동가입을 기본으로 하고 선택적으로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행동경제학을 금융에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다. 덴마크는 연금저축을 선택가입에서 선택탈퇴로 전환해 저축증가 효과를 봤다. 은퇴저축 부족현상이 심각한 저소득층은 저축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을 기본옵션으로 설정하는 방법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 금융당국도 행동경제학 도입을 추진중이다. 지난 2월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소비자의 잘못된 금융상품 선택 등 비합리적 판단에 대해 분석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등 행동경제학적인 접근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혁신과제에서 퇴직연금 상품 제시·설명 관행 개선책을 내놨다. 가입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퇴직연금 상품제안서 제도를 도입한다. 상품제안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고금리·저비용 상품 순으로 기재하되, 단기보다는 장기수익률을 우선 표시한다. 퇴직연금의 공시수익률, 수수료 등 가격경쟁 요소를 종합적으로 비교공시토록 해 금융사간 경쟁도 촉진한다.

 

장기투자, 인문학 R&D 지원 필요=국내 행동경제학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로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정태성 대표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주어진 상황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이 반복적이고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증명해야 현실에 적용가능한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복실험과 장기투자가 수반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행동경제학은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정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인문학 R&D와 산학협력을 지원하고, 민간과 정례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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