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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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희선 | 등록일 | 15.12.12 | 조회수 | 26 |
아기거인 신들이 세상을 굽어보던 때 이야기다. 평화로운 작은 나라가 있었다. 왕은 때마다 신들한테 음식을 바쳤고, 신들은 그런 왕을 어여삐 여겼다. 하지만 서쪽 하늘 끝에 사는 밤의 신은 그렇지 않았다.왜냐면 왕이 밤의 신한테는 음식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의 신이 화가 나서 말했다. "그깟 사람인 왕이 나를 깔보다니! 반드시 벌을 주고 말 테다!" 밤의 신은 왕한테 벌을 주려고 벼르고 별렀다. 어느 날, 왕자가 태어났다. 모두가 기뻐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왕자가 아무래도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자마자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열흘만에 어른 키만큼 자랐다. 그러더니 자꾸 자라 엄청나게 큰 거인이 되었다. 아기 거인은 나라 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밤의 신이 왕자한테 나쁜 마법을 건 것이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왕도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자 신들이 나서서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아기 거인한테 겁을 주어서 꼼짝 못하게 하려고 했다. 먼저 바람의 신이 나섰다. 바람의 신은 온 세상의 바람을 힘껏 끌어 모아 아기 거인한테 몰아치게 했다. 하지만 아기 거인은 끄떡도 않았다. 바람의 신이 힘없이 물러나자, 태양의 신이 나섰다. 태양의 신은 온 세상의 햇볕을 힘껏 끌어 모아 아기 거인한테 내리쬐게 했다. 하지만 아기 거인은 끄떡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땅의 신이 나섰다. 땅의 신은 음식을 차려서 밤의 신을 찾아가서 말했다. "밤의 신이여, 고얀 왕 대신 음식을 바치니 노여움을 푸세요!" 밤의 신이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자 땅의 신이 물었다. "신 가운데 가장 위대한 밤의 신이여, 당신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게 조그만 아이를 거인으로 만들다니요! 왕자한테 건 마법은 영영 풀리지 않겠지요?" 밤의 신이 대답했다. "그럼, 자기보다 더 큰 거인을 봐야 풀리는데, 세상에 그런 거인이 있겠어?" 밤의 신은 무심코 한마디 툭 던졌어요. 땅의 신한테서 그 말을 전해 들은 신들은 마법을 풀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땅의 신은 조용히 돌을 깎았다. 땅의 신이 말했다. "돌을 깎아 만든 이 조그만 아이가 마법을 풀 거예요." 땅의 신은 돌을 깎아 만든 조그만 아이한테 '후욱!' 하고 숨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조그만 돌아이가 살아서 움직였다. 바람의 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 손으로 한 뼘 길이만 한 이 꼬마가 무얼 할 수 있겠어?" 바람의 신이 나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아기 거인보다 더 큰 거인을 만들테니 키를 재어 오너라." 바람의 신은 사람들을 아기 거인에게 보냈다. 사람들이 말했다. "왕자님! 당신이 입을 옷을 만드려고 합니다. 키를 재어도 될까요?" 아기 거인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화살로 아기 거인의 키를 재었다. "화살이 모두 20개!" 사람들은 얼른 바람의 신한테 달려가 말했다. "왕자님의 키는 화살 20개와 같습니다!" 바람의 신은 구름을 끌어 모아 아기 거인보다 더 큰 구름 거인을 만들었다. 구름 거인의 키는 화살 25개 길이와 같았다. 구름 거인은 아기 거인한테 사뿐사뿐 걸어갔다. 아기 거인은 꾸벅꾸벅 조느라 구름 거인이 다가 오는 줄도 몰랐다. 구름 거인은 아기 거인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아기 거인이 느닷없이 '하아아암!" 하고 하품을 했다. 하품을 얼마나 세게 했던지 입에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바람 때문에 구름 거인은 스르르 흩어지고 말았다. 태양의 신이 나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아기 거인보다 더 크고 단단한 거인을 만들 테니 몸무게를 재어 오너라." 태양의 신은 사람들을 아기 거인한테 보냈다. "왕자님! 당신이 탈 수레를 만드려고 합니다. 몸무게를 재어도 될까요?" 아기 거인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코끼리로 아기 거인의 몸무게를 재었다. "코끼리가 모두 5마리!" 사람들은 얼른 태양의 신한테 달려가 말했다. "왕자님의 몸무게는 코끼리 5마리 무게와 같습니다." 태양의 신은 햇볕을 끌어 모아 진흙을 구워서 아기 거인보다 더 크고 단단한 진흙 거인을 만들었다. 진흙 거인의 몸무게는 코끼리 6마리 무게와 같았다. 진흙 거인은 아기 거인한테 쿵쿵 걸어갔다. 아기 거인은 꿀꺽꿀꺽 물을 마시느라 진흙 거인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진흙 거인은 아기 거인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아기 거인이 느닷없이 '에에에-에취!' 하고 재채기를 했다. 재채기를 얼마나 세게 했던지 입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 때문에 진흙 거인은 스르르 흘러내리고 말았다. 바람의 신도, 태양의 신도, 힘없이 물러났다. 아기 거인은 사람들을 더욱 괴롭혔다. 큰 소리로 울면서 날마다 음식을 더 많이 내놓으라고 했다. 모두들 아기 거인을 달래려고 음식을 계속 만들었다. 사람들은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며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자 돌아이가 나서며 말했다. "제가 우선 아기 거인을 달랠 테니까 그다음에 도와주세요." "흥, 너 같은 꼬마가 무얼 하겠다고 나서냐?" 바람의 신이 비웃으며 말하자 돌아이가 대답했다. "두고 보세요!" 돌아이는 음식을 만드는 곳에 가서 사람들한테 말했다. "아기 거인이 먹는 음식을 지금보다 더 작은 그릇에 옮겨 담으세요!" 사람들이 음식을 더 작은 그릇에 옮겨 담고는 그릇 수를 세었어요. "밥은 3공기, 국은 3대접, 우유는 항아리로 3개 입니다." 다음날 사람들은 아기 거인한테 음식을 갖다 주며 말했다. "왕자님! 어제보다 더 많이 만들어서 가져왔습니다!" 아기 거인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날에도, 음식을 더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릇 수는 늘어났지만, 음식 양은 똑같았다. 사람들은 아기 거인한테 음식을 갖다 주며 말했다. "밥은 6공기, 국은 6대접, 우유는 항아리로 6개입니다." 아기 거인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이가 아니었으면 아기거인이 우리를 무척 괴롭혔을 거야!" "다 돌아이 덕분이야. 음식을 더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야!" "돌아이는 영리해서 나쁜 마법을 풀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은 돌아이를 믿고 따랐고, 왕과 왕비는 돌아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돌아이를 비웃던 바람의 신과 태양의 신도 말했다. "우리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라."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밤, 돌아이가 말했다. "바람의 신이여, 구름을 거두어 주세요. 바람의 신은 구름을 거두었다. "태양의 신이여, 빛을 비추어 주세요. 태양의 신은 빛을 비추었다. 돌아이는 벽을 등지고 우뚝 서서 아기 거인을 큰 소리로 불렀다. "아기 거인아, 여기를 보아라!" 쩌렁쩌렁한 돌아이 목소리를 듣고 아기 거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기 거인은 자기 보다 더 큰 거인이 벽에 떡 버티고 선 모습을 보았다. 아기 거인은 자기 다 더 큰 거인을 보고 놀라서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딸꾹질을 할 때마다 몸이 조금씩 작아졌다. 아기 거인은 계속 딸꾹질을 하더니 조그만 아이가 되었다. 마침내 나쁜 마법이 풀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조그만 돌아이가 신들도 못한 일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그 뒤로 작은 나라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조그만 아이가 거인처럼 커져서 조금 무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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