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독일 황제의 자리에 오른 콘라트 3세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그가 황제가 된 뒤에 제후 중의 하나인 바바리아가 심한 반대를 표하고 나선 것이다. 콘라트는 바바리아의 복종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게르프 성으로 쳐들어갔다.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고립되어 있던 게르프 성에서 백기가 올라왔다. 바바리아는 항복한다는 뜻을 비추었지만 콘라트는 나중을 위하여 순순히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성 안의 모든 남자는 이제 우리의 포로다. 그러나 여자들은 손에 들 수 있을 만큼의 짐을 들고 성을 나가도 좋다.' 얼마 뒤 굳게 닫혔던 성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러자 여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콘라트는 여자들의 걸음이 더딘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타고 성문 근처로 다가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콘라트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성문 밖으로 뛰어나오는 여자들의 등엔 모두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업혀 있었다. 즉 가지고 나올 짐 대신에 남편을 업은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커다란 남자를 업고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했다. 그러나 농부의 아내뿐만 아니라 제후인 바바리아 부인까지 남편 바바리아를 업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띠자 콘라트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콘라트는 부인들의 지혜로운 사랑에 크게 감명을 받아 성안의 모든 남자를 풀어주었다.
출처 : 가르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