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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 김지하 시인 - 원본 [1학기 국어 교과서]
작성자 청주중 등록일 08.07.15 조회수 393

새봄 1
- 김지하


바람 차다
온몸에 새순 돋는다

새들이 우짖는다
터파기 굉음이 시끄럽다

쓰레기산 난지도
통일전망대 가는 길.

< 새봄 2 >

- 김지하

삼월
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종일 편안하다.

밥 한술 떠먹고
몸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칠비칠 걸어간다.

세월아 멈추지 마라
지금 여기 내 마음에
사과나무 심으리라.


새봄 3
- 김지하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새봄 4
- 김지하


아직 살아 있으니
고맙다.

하루 세 끼
밥 먹을 수 있으니
고맙다.

새봄이 와
꽃 볼 수 있으니
더욱 고맙다.

마음 차분해
우주를 껴안고

나무밑에 서면
어디선가
생명 부서지는 소리
새들 울부짖는 소리.

새봄 5
- 김지하


꽃 한번
바라보고 또 돌아보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봄엔 사람들
우주에 가깝다.


새봄 6
- 김지하


꽃 사이를
벌이 드나들고

아기들
공원에서 뛰놀 때

가슴 두근거린다.
모든 것 공경스러워
눈 가늘어진다.







< 새봄 7 >

- 김지하

우주의 밑바닥에서
목련이 피어오른다.

푸른 새순 돋는가
온몸 쑤시고

우울의 밑바닥에서
우주가 떠오른다.

마음에 나직한
새 울음소리

외로움이 외로움과 손잡고
나무가 나무와 얽히는
바람부는 작은 봄 공원

나는 없고
우울의 얼굴만
하늘로 높이 떠오른다
거기 쓰여 있다.
사람은 영생
사람은 무궁이라고
우울은 어느덧
자취없이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
하늘 하늘 난다.


< 새봄 8 >

- 김지하

내 나이
몇인가 헤아려보니

지구에 생명 생긴 뒤 삼십오억살
우주가 폭발한 뒤 백오십억살
그전 그후 꿰뚫어 무궁살

아 무궁

나는 끝없이 죽으며
죽지 않은 삶

두려움 없어라.

오늘
풀 한 포기 사랑하리라
나를 사랑하리



새봄 9
- 김지하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 마저 더욱 좋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새봄 9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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