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메이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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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5.08.29 | 조회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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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커
책 제작자 18인의 생애로 읽는 책의 500년 변천사
애덤 스미스 저/이종인 역 | 책과함께 | 2025년 07월 10일 | 원제 : The Book-Makers
목차
머리말
1장 인쇄 | 윈킨 드워드 2장 제본 | 윌리엄 와일드구스 3장 오려 붙이기 | 메리 콜레트, 애나 콜레트 4장 활자 | 존 배스커빌, 세라 이브스 5장 비도서 인쇄물 | 벤저민 프랭클린 6장 종이 | 니콜라-루이 로베르 7장 별쇄 | 샬럿 서덜랜드, 알렉산더 서덜랜드 8장 대여 | 찰스 에드워드 무디 9장 시대를 거스른 책들 | 토머스 코브던-샌더슨 10장 소규모 독립 출판 | 낸시 커나드 11장 진, DIY, 상자책, 예술가 책 | 로라 그레이스 포드, 크레이그 앳킨슨, 필리스 존슨, 조지 머추너스, 유수프 하산
맺음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도판·인용 출처 찾아보기
책소개
이 책은 책과 그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490년대에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가 만든 인쇄 초창기의 책에서 시작해, 2020년대에 뉴욕의 블랙매스 출판사가 만들어낸 소규모 독립 간행물에 이르는 장구한 제책의 과정을 살펴본다. 우리는 종이 제작과 제본, 활판 인쇄와 오려 붙인 성경, 유료 대여 도서관과 소규모 독립 출판사, 거대한 책과 저렴한 낱장 시집, 열정적인 수집가와 매주 새 책을 펴내는 출판사 등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형태의 책과 인쇄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고군분투한 18인의의 생애를 실감 나게 들여다볼 것이다. ‘책과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연결 고리는 ‘책과 시간’이다. 책은 결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더 향상되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다. 책과 시간의 그 복잡다단하고 때로 회귀적인 관계는 이 책이 다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컨텐츠의 시대를 맞은 종이책이 나아갈 길까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책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지만, 우리가 책의 물질적인 표식을 정확하게 분별할 줄 안다면 그 책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2020년대에 디지털과 인쇄의 관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매체의 형태가 변모했던 다른 시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가령 15∼16세기에 수고본과 인쇄물이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인쇄술은 손으로 텍스트를 썼던 문화를 대체하지 않았다. 그 관계는 상호성이 있었다. … 디지털 문화와 인쇄의 관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유사한 상호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적자생존을 말하는 다윈주의적 투쟁이나 ‘죽음’이 아니라, 책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촉매제로서 디지털 문화를 보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이 무렵(17세기 후반)이면 제본까지 끝난 책을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의 책이 접힌 인쇄지 상태로 혹은 임시 표지에 싸인 채로 판매되었다. 그러면 구매자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제본소로 가야 했다. 피프스처럼 이 일이 즐거웠던 사람도 있고, 귀찮게 여긴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당시의 제본 작업은 제책의 마지막 공정이라기보다는 책 수용의 초기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이처럼 페이지의 결락을 확인한 후에 와일드구스는 조정 ·교체해야 할 페이지가 있는 인쇄지에 표시를 하고, 이어 지도나 도판을 넣어야 할 페이지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인쇄지를 접어 묶음을 만들고, 캐치워드(catch word, 다음 페이지의 첫 단어를 앞 페이지의 맨 밑에 적어둔 것)를 보며 페이지 순서를 확인해 묶음들을 정확한 순서로 배열한다. 와일드구스는 이 묶음들을 약 5킬로그램 나가는 망치로 두드려, 평평하게 폄과 동시에 페이지들이 서로 착 달라붙게 한다. 이때가 책과 와일드구스의 관계가 가장 물리적이고 소란스러워지는 단계다. 이 시대에 나온 책 제본 공정을 묘사한 삽화들은 소음 때문에 다른 방에서 망치질을 하는 제2의 작업자를 보여준다. 이렇게 망치로 두드린 접지들은 대형 압착기에 들어가 좀더 가지런해진다. 이어 페이지 순서를 확인하면서 도판과 지도를 삽입한다. 그런 뒤에 판지와 접촉할 때 인쇄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앞뒤에 면지를 넣는다. --- 「2장 제본 | 윌리엄 와일드구스」 중에서
이번 장은 17세기의 거의 같은 시기에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여성은 칼과 가위를 가지고 인쇄된 성경을 오려내어 재배열하고 추가해 이 세상에 새로운 형태의 성경 이야기를 선보였는데, 이름하여 ‘하모니(Harmony)’ 성경이다. 이것은 일종의 콜라주(collage)식 책 만들기다. 칼날이 지면을 베어 들어가고 처음에는 인쇄물을 파괴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책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책을 만들어낸다. … 세심함과 폭력의 이러한 혼합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경건한 잘라내기로 자매가 추구하는 것은 하모니(조화)다. 네 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 생애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 사이에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메리와 애나는 책 한 권을 짓는다. 글을 쓰지 않았으므로 ‘짓다’라는 표현이 아주 제격이다. 이들은 복음서 이야기들 사이의 ‘일치와 차이’를 조화시켜 일관된 이야기, 즉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소화된 이야기”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메리와 애나의 마지막 장은 글쓰기의 상징적인 한순간을 재규정한다. 글쓰기는 펜과 잉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칼과 가위로도 한다고 말이다. --- 「3장 오려 붙이기 | 메리 콜레트, 애나 콜레트」 중에서
나는 여러 도서관에 소장된 많은 배스커빌의 판본을 살펴보았지만 손으로 쓴 주석이나 밑줄이나 촌평(가령 윈킨 드워드의 책에서 자주 발견되는 ‘No!’ 같은 메모들)을 보지 못했다. 배스커빌의 책은 그와는 다른, 경외감 어린 독서의 자세를 기대한다. 여러 세기를 꼿꼿하게 견디어온 이런 책들처럼, 배스커빌은 머리를 꼿꼿이 든 채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 「4장 활자 | 존 배스커빌, 세라 이브스」 중에서
셰익스피어와 켈름스콧과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정반대 편에 값싸고 일시적이고 곧 사라지는 잡물 인쇄가 있다. 이런 인쇄물이 1450년대 이래 온 세상에 유통되어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통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음식 포장지와 영수증부터 눈에 띈다. 상품 포장은 2024년 현재 가뿐하게 인쇄의 최대 소비자다. 구텐베르크는 그의 성경으로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교황청 현금 서랍의 종을 울리게 한 것은 그가 인쇄한 수십만 장에 달하는 한 면짜리 면벌부였다. …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런 잡물 인쇄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 「5장 비도서 인쇄물 | 벤저민 프랭클린」 중에서
로베르 이전 여러 세기 동안 제지소 일꾼들이 한 행동과 로베르 제지 기계의 동작은 서로 밀접하면서 동시에 배척하는 것이었다. 제지기는 수작업에 대한 오마주로, 그 특징을 상당 부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그 전통을 제거하려고 한다. 통 작업자는 망틀을 큰 통에 담가서 펄프를 퍼올리는 데 비해, 로베르의 기계는 작은 양동이가 큰 통에서 펄프를 퍼내어 순환해 돌아가는 철망 판 위로 쏟아붓는다. 또한 통 작업자는 망틀을 좌우 전후로 흔들어 펄프의 섬유가 단단히 엉기게 만드는 데 비해, 로베르의 기계는 오로지 좌우로 흔드는 동작만 한다. 좌우 전후의 흔들기가 섬유를 긴밀하게 달라붙게 한다면, 제지기는 좌우로만 흔들기 때문에 섬유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결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기계로 만들어진 종이는 어느 한 방향으로만 잘 찢어지는 특성이 생긴다[세로 결을 종목이라 하고 가로 결을 횡목이라 한다]. 제지기는 급진적인 변화였고 놀라울 만큼 총체적인 것이었다. 1800년에는 모든 종이를 손으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에는 99퍼센트 이상 기계가 만들었다. 서지학자 필립 개스켈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종이 생산량은 100배나 증가했다. 제지소는 밤낮없이 하루 23시간 기계를 돌렸다. 종이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 종이의 형태는 대단히 확장되었다. 벽지도 거대한 포스터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고, 낱장 전지에서 리본 형태로 바뀌면서 종이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공백 면이라는 것은 없다. 공백이라는 말은 종이의 워터마크나 섬유나 결이나 불완전성 등을 배제하는 표현이다. 종이 위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전에 이미 있던 무언가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코 시작이 아니다. 종이에 새겨진 역사는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기타 많은 지역에서 수 세기에 걸쳐 사용, 개발, 정제되어온 역사다. --- 「6장 종이 | 니콜라-루이 로베르」 중에서
이 장에서는 19세기에 무디라는 사람이 운영했던 유료 대여 도서관을 다룰 것이다. 그 도서관은 하나의 제도가 되었고 아주 저렴한 정기구독료를 받고서 새로운 종류의 독자들에게 책을 빌려주었다. 무디의 책은 런던, 영국 전역, 그리고 해외의 영국 식민지에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무디도서관은 그들이 소유한 도서의 범위 측면에서 보자면 독서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도서 대여업에 전문적 안목을 부여했고, 독서층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영국의 모든 지역으로 도서 대여의 촉수를 뻗쳐나갔다.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이전에 무디처럼 혼자 힘으로 독서 문화를 온전하게 형성한 개인은 없었다. … 무디는 영국의 도서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그는 당시의 주도적 문학 형태인 세 권짜리 두꺼운 장편소설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문학계에 대한 무디의 문화적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리터러리 가제트』는 새로운 그랜드홀이 개장되기 두 달 전에 그의 독보적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개탄했다. “한구석에서 전염병이 시작되었다. 한구석에서 대화재가 시작되었다. 무디 씨도 한구석에서 시작했다. 전염병이나 대화재처럼 무디 씨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 「8장 대여 | 찰스 에드워드 무디」 중에서
코브던-샌더슨의 철학에서 핵심적 사상은 책을 하나의 ‘단일성’으로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책은 (…) 하나의 전체로서 구상되어야 한다.” 이것은 생산의 여러 요소가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어야 하고, “단일성이 여러 요소의 아름다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고, (…) 각각의 요소는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낸 하나의 이상에 복무해야 한다.” 각 요소가 ‘그 자신이 아닌 어떤 것’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그 자체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요소들은 문제적인 것이 된다. 그런 것들은 저자의 말에 끼어들고, ‘신속한 이해와 평가’를 가로막으며, ‘활자의 뻔뻔함’만 강조한다. … 이 균형 잡힌 협력의 개념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코브던-샌더슨은 그 반대의 것(창작의 조건이 부과한 한계를 넘어서는 각 요소의 자기주장)을 ‘반역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글자를 너무 과도하게 장식하는 필경사는 “예술을 너무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그는 텍스트를 자기 자신에게 복종시키려는 (…)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다.” … 코브던-샌더슨은 이렇게 썼다. “활자의 전적인 의무는 저자가 소통하려고 의도했던 생각이나 이미지를 인쇄 과정에서 상실하는 법이 없이, 독자의 상상에 전달하는 것이다.” --- 「9장 시대를 거스른 책들 | 토머스 코브던-샌더슨」 중에서
물질적 책이 해주는 한 가지 일은, 세상 속의 물질이라는 그 중량감을 통해 그 책을 만든 제작자들에 대해 뭔가 말해주는 것이다. 일정한 정서적 진폭으로, 그 물질적 형태 속에서 가끔은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떤 특정한 책 제작자의 삶의 의미 혹은 버팀목에 대해서 전달한다. 프랑스에서 아워스 출판사가 찍어낸 책은 낸시 커나드의 속도를 간직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값싸게 인쇄된 비도서 출판물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정력에 힘입어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재개발 사업에 대한 역사적 망각 증세에 대한 로라 그레이스 포드의 비판은 오려 붙이고 복사한 『야만적 메시아』로 실현되었다. 독자들이 오늘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밀리언셀러도 디자이너, 편집자, 예술가의 생산물이다. 책은 그것을 만들어낸 배려, 조급함, 도전, 분노, 사랑 속에서 존재한다. 책은 어떤 사람이 어떤 특정한 순간에 살아서 어떤 특정한 위험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존재한다. 『위대한 유산』의 모든 판본은 “내 아버지의 성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다”로 시작하지만, 그 물질적 성격은 다 다르다. 그 차이(그것을 개성, 부차적인 것, 의미, 혹은 그 무엇이라 부르든)가 곧 책 제작자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 「맺음말」 중에서
저 : 애덤 스미스 (Adam Smyth)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칼리지 교수.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물성을 가진 인쇄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옥스퍼드셔의 어느 헛간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독립 인쇄 집단인 39스텝스프레스(39 Steps Press)의 공동 창립자다. 인쇄·제책에 관한 학술지 『인스크립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자이고, 라우틀리지(Routledge) 출판사의 ‘근대 초기 문화 자료 읽기’ 시리즈 공동 편집자다. 지은 책으로 『근대 초기 영국의 텍스트 자료』, 『근대 초기 영국의 자서전』, 『근대 초기 영국의 책 역사』(공저), 『책의 요소들』(공저), 『이익과 즐거움: 영국의 인쇄 잡지, 1640∼1682』 등이 있다.
역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최근에는 E. M. 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은 글쓰기다』, 『번역은 내 운명』(공저)과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 한 고전』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1984』, 『그리스인 조르바』, 『보물섬』,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문화의 패턴』, 『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 『지상에서 영원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헨리 제임스 단편선』, 『조지 오웰 수필선』,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리비우스 로마사 I, II』,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마인드 헌터』, 『군주론·만드라골라·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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