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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5.06.12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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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저자()

한겨레출판사 · 20250305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1. 나무 할머니 나무 할아버지

 

1. 안동 은행나무 _오리발, 공손수

2. 창년 모과나무 _숨은 고수를 찾습니다

3. 부산 회화나무 _펑펑 울어버릴 것만 같은

4. 영암 이팝나무 _대통령의 나무가 되길 거부한다

5. 의령 느티나무 _도계 긴잎느티나무의 속은 누가 채웠나

 

 

2. 길에 선 나무

 

6.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_달콤한 그늘

7. 서울 보라매공원 포플러 길 _위험 수목이라는 위험

8. 제주 구실잣밤나무 길 _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 숲

9.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_미국의 거인 삼나무들이 산불로 떼죽음을 당한 뜻밖의 이유

 

 

3. 물이 좋은 나무

 

10. 대구 왕버들 숲 _그 유연한 버드나무마저 떠났다

11. 전주 버드나무 숲 _버드나무 한 잎의 향연

12. 동해안 향나무 숲 _향나무 그루터기에 여덟 명이 올라앉았다는데

13. 군산 간척지의 팽나무 노거수 _서울에서 팽나무를 만나면

 

 

4. 숲에 사는 나무

 

14. 서울 봉산 _위대한 개척자를 위하여

15. 고양 산황산 _보호수라는 뻔뻔한 거짓말

16. 지리산 가문비 숲 _질문이 잘못된 것 아닐까요

17. 가덕도 산서어나무-동백나무 숲 _동박새 한마리만큼이라도

 

 

5. 사람과 나무

 

18. 원주 상수리나무 _우리는 참나무 나라에 삽니다

19.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 로뎀나무 _무릎뿌리에 반응하기

20. 진주 중원로터리 나무 신 _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온 나무 신

21. 서울 궁산 나무 지도 _달빛 향기

 

참고문헌

 

 

 

 

책 소개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노거수의 기쁨과 슬픔을 비추는 이 책은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사랑받아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나무 한 그루를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국내 1호 나무 전문 기자로 알려진 저자의 수많은 현장 취재 이력이 돋보이는 책으로, 한겨레21에 연재되었던 글을 고르고 보완해 묶었다.

철새도래지 100년 숲에 건설되는 신공항, 가혹한 환경에서도 오래 살기로 유명한 향나무가 희귀수종이 되어 절벽 끝에서만 살게 된 사연, ‘명품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 훼손된 버드나무 수백 그루, 관광객 편의(도로 확장)를 우선시한 도시행정 기조 아래 베이는 가로수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민들, 산을 깎고 골프장을 지어서 자연을 살리겠다는 개발업자와 이를 용인하는 지자체 등 수백수천 살 나무가 베이고 옮겨지는 저마다의 사정을 따라가며 이 책은 나무 한 그루를 잃는 것은 환경문제일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 문제이고, 민주주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나무 한 그루에 얽힌 생태학적 지식은 물론, 역사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짚으며 우리가 나무와 맺는 관계를 다층적으로 보이는 책으로, ‘지금 당장을 우선하는 좁은 시야를 넘어 수백 년 전과 수천 년 후를 생각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재료로서의 나무에서 이웃으로서의 나무로 관계 전환의 실마리를 전해준다. 나무 한 그루에서 뻗어나가는 생명의 연쇄가 궁금한 사람들, 나무와 관련한 현안과 쟁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노거수가 사는 지역을 탐방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소중히 다가갈 책이다.

 

 

 

책 속으로

 

백 년을 사는 인간이 수천 년을 사는 거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수백만, 수천만 년 긴 세월을 몸에 담고 있는 생명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존중하고 아끼는 태도는 가질 수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인간이 나무를 대하는 태도는 나무와 인간 그리고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습니다. 나무를 어떻게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볼 것인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대하며 다가갈 것인지에 따라 바뀌는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_6~7

 

은행나무는 특별히 더 인간의 정성이 필요한 나무다. 유일하게 남은 은행나무의 종자 전파자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식물이 종자를 과육으로 둘러싸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동물에게 종자를 먹게 해서 멀리 퍼뜨리게 하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적어도 수백만 년 전에 은행나무 매개 동물이 멸종했다고 추정한다. 일부 중국의 자생지를 제외하고는 은행나무가 사람이 사는 곳에서만 존재하는 이유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피터 크레인은 은행나무를 일컬어 사람이 구한 나무(a tree that people saved)”라고 했다. _16~17

 

은행나무에는 여러 이름이 있습니다. 압각수(鴨脚樹)라는 이름은 잎 모양이 오리발[鴨脚]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지요. 색깔은 물론, 발가락 사이사이에 물갈퀴가 난 모습이 딱 오리발이죠. 은빛 살구라는 뜻으로 은행(銀杏)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은행알이 잘 익으면 살굿빛이 나고, 거기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하얗게 분이 올라옵니다. 은행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뭉클해지는 이름도 있습니다. 공손수(公孫樹)라는 이름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심어 손주 대에 이르러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은행알이 땅에 뿌리를 내려 종자를 맺는 시기가 되려면 30~40년이 걸립니다. 옛사람들이 은행나무를 심으며 내가 세상을 떠나도 자손들은 크고 튼튼한 은행나무 곁에서 굳세게 세상을 살아갈 테지하고 흐뭇해하지 않았을까요. _21

 

 

나무는 동물과 달리, 여러 구획화된 나무들이 함께 하나의 큰 몸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령 심재 부분이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 썩어 들어가더라도 구획화된 나무벽에 의해 안정적으로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산림청 소속 알렉스 사이고(Alex L. Shigo) 박사는 1977나무 부패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라는 논문에서 코디트(CODIT)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나무 부패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무는 부패(상처)를 구획화(코디트)해 스스로 치유하고 보호한다는 이 개념에 기반해 1980~1990년대 이후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외과수술이 거의 행해지지 않습니다. _71

 

 

행정가들과 전문가 집단이 나무에 대해 만들어낸 못된 말들이 많습니다. 위험 수목, 도복(倒伏) 우려*, 티알(TR)률 등등이 대표적입니다. 위험하다고, 쓰러질 것 같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뭘까요. 사실은 담당 공무원의 눈대중입니다. 환경 단체에서 멀쩡한데 왜 위험하다고 하느냐고 지적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쓰러져서 사람이라도 다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위험을 가정해서 최대 사형까지 자유롭게 집행하는 것, 나무 입장에선 누명을 쓰고 생목숨을 잃는 것이지요. _97

 

 

차가 먼저다가 제주도청 기조일까. 이 아름다운 터널이 찻길 위만 덮어주었다. 보행 길은 대부분 볕에 휑뎅그렁히 나와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제주도 행정은 관광객, 특히 차를 타고 다니는 관광객의 관점으로 돌아간다는 게 다른 지역과 달라요. 가로수 행정도 그래요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4차로인 일주도로엔 가로수가 없어요. 관광객이 차창으로 경치 구경을 한다는 이유예요.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아요. 기후 위기 시대에 거주자를 위해 가로수로 녹음을 만들고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탄소를 흡수하고 이런 걸 생각하지 않아요. 관광객에게 이국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죠. 그래서 기후에 맞지 않는 워싱턴야자수 같은 걸 심는데, ‘기능보다는 관광객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죠.” 그는 이어서 말했다. “악순환이에요. 제주도는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이에요. 차가 막힌다고 길을 넓히면 그 길을 따라 개발이 되고 금세 교통이 늘어나서 다시 차가 막힙니다. 결국 자연은 훼손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만 잇속을 챙기고, 시민들은 힘듭니다. 대중교통을 늘려야 하는데, 이용객이 많은 곳에만 버스가 집중되는 문제도 버스 회사 눈치를 보느라 풀지 못하고 있어요. 손쉬운 도로 확장에만 치중하죠. 가로수는 환경문제일 뿐 아니라 행정 자치 문제고 민주주의 문제더라고요.” _104~105

 

 

한옥마을 입구 쪽인 남천교 앞으로 가보니 줄지어 베인 버드나무 밑동들이 하나같이 깨끗했다. 그 흔한 흠집도 하나 없는 튼튼한 나무라는 방증이다. 시민들이 학살이라고 반발하는 까닭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남은 밑동이 물이 잔뜩 올라 불그스름하다는 점이다. 씩씩하게 물을 빨아들여놓고도 보낼 곳을 잃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천으로 내리뻗은 버드나무의 무성한 잔뿌리 속으로는 물고기들이 들락거렸다. 물가가 서식처인 버드나무는 땅 위로는 새의 집이 있고, 물 아래로는 다양한 곤충과 수서생물, 물고기가 집을 짓는다. _146

 

 

향나무는 오래 삽니다. 오래 산다는 건 가혹하고 변칙적인 환경을 무사히 이겨낸다는 의미입니다. 동해안 비탈의 바위틈에서 한 줌 흙에 붙어 자라는 점도 신비롭지만, 환경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은 사고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일부 사람들은 성별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식물들의 세계에서 이런 태도는 정말 난센스입니다. 우리가 걷어내야 할 편견이 그만큼 깊고 크다는 의미겠죠.

식물의 성별은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종자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양성화를 피웁니다. 즉 남녀가 한 몸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를 한번 보십시오. 나머지 10퍼센트 중 절반이 암꽃 나무와 수꽃 나무가 따로 있는 자웅이주입니다. 은행나무가 대표적이죠. 나머지 절반이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따로 피는 자웅동주입니다. 느티나무가 있죠.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이팝나무처럼 수꽃 나무와 양성화 나무가 있는 경우 등입니다. _172

 

 

서울과 도시의 새로 지은 재개발 아파트에서 어렵지 않게 팽나무 노거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하고, 무엇보다 옮겨 심어도 끄떡없는 팽나무가 조경 분야에서는 큰 인기입니다. 요즘은 아파트 조경에서도 팽나무가 빠지지 않습니다. 100~200살 된 팽나무 노거수 거목을 아파트 중앙에 심어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30~50살 된 젊은 팽나무를 수십 그루씩 심어서 작은 숲을 만들기도 합니다. 팽나무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자라지요. 대체 이 팽나무들은 모두 어디서 온 걸까요?

20237, 제주에서 수년간 팽나무 73그루를 파내 육지로 내다 판 70대 조경업자와 공범 세 명이 검거됐습니다.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인 산굼부리 인근을 비롯해 제주 전역을 돌면서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파냈습니다. 2018

10월부터 5년 동안의 일입니다. 이들이 내다 판 노거수 팽나무 한 그루 평균 가격은 약 70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밝힌 ‘73그루’ ‘5등의 내용은 범행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 한해서일 뿐입니다. 실제로 이들이 임시로 훔친 나무를 보관하던 곳엔 700여 그루의 나무가 더 있었다고 합니다. _183

 

 

은평구청이 여기에 곤충 호텔을 만든 건 위선이고 가식이고 그린워싱이죠. 곤충을 학살 박멸한다고 온갖 방제를 했잖아요. 수년간 편백을 심겠다며 곤충들의 집인 숲을 파괴했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끈끈이 트랩이 감겨 있었어요. 곤충들을 쉬게 해주는 호텔이 아니라 곤충을 죽이기 위해 속이는 트랩인 거죠.”

나영 대표도 말을 더했다. “이게 다 구민 세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구민들이 자기가 죽이는지도 모르고서 나비와 무당벌레, 애벌레를 죽이는 데 일조하도록 하는 겁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안내판에는 산림 내 금지 행위 목록이 적혀 있었다. “나무를 훼손하거나 말라 죽게 하는 행위” “심한 소음과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등이었다. 나영 대표가 말했다. “정말 모순적이죠. 시민은 못 하지만 구청은 나무를 훼손하거나 말라 죽게 할 수 있다는 거죠.” _195

 

 

가문비 고사의 주범 중 하나가 기후 붕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기후 붕괴만 원인인 건 아니다. “저지대와 고지대에서 좋은 흙이 생기는 건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고지대는 나뭇잎 등 식물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이 적은데, 사람이 이용하면 손실이 커요. 흙이 유실되기 쉽죠. 고지대에 기후 위기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흙이 쓸려 내려가면 저 지대처럼 다시 채워지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더욱이 사람들이 다니면 서 답압(踏壓)까지 더해집니다. 고산지대 동식물들은 이런 미세한 흐름에 더 취약할 수 있어요. 답압으로 인한 문제는 1~2년 사이엔 보이지 않더라도 5~10년가량 지나면 다를 수 있어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과 같죠.” 신창근 계장의 말이다. _223~225

 

 

100년 숲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10여 년 전부터 표가 궁한 정치인 들이 기회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 개발이슈를 띄웠다. 20212, 가덕도 신공항 건설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특별법이 제정됐다. 사업성이 없어도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터를 팠다. 같은 해 5월 프랑스에선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의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는 기후 복원 법안이 통과됐다. 서울~부산은 고속철도 KTX2시간 30분 거리다. _224

 

 

사실 백로를 애물단지로 보고 나무를 고사시킨 범인으로 몰아세운 뒤 나무를 베는 방식으로 백로의 서식처를 없애는 일은 2010년 이후 전국 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경기 고양 성남, 충북 청주, 인천, 대전 등에 서 같은 일이 벌어졌고,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_248

 

 

 

저자() 김양진

 

강원도 북평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철학을 배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농학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서울 홍제천과 불광천 사이 낮은 언덕 비탈에 삽니다. 북한산에서 한강으로 내달리는 무수한 산줄기 중 하나인 만리재에 있는 한겨레신문사가 일터입니다.

나무와 숲의 입장에서 이들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프지만 사랑받는 나무와 숲을 만났습니다. 고통받는 도시 나무들을 만났고, 나무와 숲을 지키는 사람들을 소개했고, 숲을 죽이는 각종 제도와 정책을 고발했습니다. 생태 분야 취재에 집중한 지 4년쯤 됐습니다. 이참에 일일이 세어보니 취재한 기사가 100건가량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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