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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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5.06.12 | 조회수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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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저자(글) 한겨레출판사 · 2025년 04월 01일
목차
프롤로그-식물과 계절을 발맞춰 걸으며
1부 겨울
1월 오늘의 식물과 내일의 식물 눈이 내려앉았다 떠난 자리
2월 브로콜리꽃을 떠올리며 한 걸음 비밀의 화원을 만든 크로커스
2부 봄
3월 서양에서 처음 봄을 알리는 꽃 배꽃이 핀 어느 날 배나무에 대한 오해를 풀다
4월 4월의 소나기는 5월의 꽃을 부른다 꽃잎이 진다고 꽃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부러진 가지에 새싹이 나면
5월 꽃보다 아름다운 잎사귀들 그 나무가 거기 있으므로 식물 위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빛들 어쩌다가 우리가 알게 되어
3부 여름
6월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의 아름다움 숲속의 어두움으로부터 귀여운 식물 탐험가
7월 녹음 속 여름 열매들 ‘식물 먹기’에도 시작이 있었다 자연에는 편견이 없다 죽은 튤립나무가 흙이 되려면
8월 한여름, 나무의 성장과 상처를 바라보며 꽃은 정성스럽고 참되게 핀다 아마존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왜 첫눈에 사랑에 빠질까 작은 우리가 큰 나무를 만나는 방법
4부 가을
9월 식물이 씨앗을 심는 계절 저 멀리 파우파우밭 너머 자연스럽게 유유히 콩을 심은 곳에 콩이 난다
10월 피지 않는 꽃도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작은 덤불도 누군가에겐 숲이다
11월 같은 식물, 다른 삶 우리는 다른 생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습지에 살던 작은 나무, 크랜베리의 여행 과학 이어달리기 이제는 끝내야 할 때 일곱 개의 언어
5부 다시 겨울
12월 겨울 숲속에서 만난 선물 같은 나무 떨어진 나뭇잎의 운명 안개 낀 숲속에서 혼자
에필로그-태평양의 동쪽에 서서
부록
감사의 말
책 소개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 신혜우가 신작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를 출간했다. 전작에서 신비로운 그림과 섬세한 글로 식물에 관한 정보와 식물에게 배운 따뜻한 삶의 지혜를 들려줬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매일을 걸었던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 열두 달 식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5년 런던 린네 학회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으로 화려하게 디자인된 사계절 식물 도안도 만나볼 수 있다. 질 스미시스상은 식물의 과학적인 식별을 돕기 위한 그림을 그린 작가 중 우수성을 인정받은 식물학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매우 권위 있는 상으로, 이번 수상은 한국인으로서 최초다. 저자는 과거에도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타지에서의 너무도 외롭고 괴로운 생활에 관한 것뿐이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4년 만에 다시 도착한 메릴랜드에서 저자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숲을 마주하게 됐다. 그때부터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무작정 숲속을 걸었다. 이 책은 그 숲에서 만난 식물들과의 소통의 기록이다. 학자의 눈에 비친 숲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그 울림이 남다르다. 이 책을 추천한 김금희 작가의 말처럼, 그는 “나무가 불필요한 잎과 꽃을 버리기로 결심했을 때 개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과정들을 아는 이이며, 눈이 소복이 내리면 식물들은 안온한 보호 속에 내일을 위한 발돋움을 준비한다는 현상 이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화, 연결, 순환이라는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책 속으로
잎사귀들이 넓게 펼쳐지는 여름에 비가 오면 저는 숲속 이곳저곳에 가만히 서 있곤 했습니다.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의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죠. 가을바람에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물살을 따라 줄지어 떠내려오는 낙엽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하나씩 단풍색을 구경하며 그 잎이 무슨 종인지 알아맞혔습니다. 강물을 따라 바다로 떠내려가는 낙엽은 잘 있으라 인사하는 가을의 손짓 같았지요. 이른 아침 풀잎에 서리가 내리면 가끔 짙은 안개가 신비함을 자아내고 어느새 겨울은 그 안개 뒤에 서 있었습니다._9쪽
눈은 얼음이지만 눈송이 사이사이에 촘촘한 공기를 품어 폭신폭신하다. 이것은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눈이 덮여 있는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여 생물들이 급격한 기온변화에 해를 입거나 계절을 혼동하여 생체 리듬이 깨지는 걸 막는다. 만약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처럼 그 문제가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면 분명 잠시라도 덮어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덮는다는 건 가린다는 의미도 있으나 그 안이 따뜻하고 보호된다는 의미도 있으니까._25쪽
하루는 연구소 언덕 위에 피어 있는 꽃나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동료에게 배꽃이라 알려주며 가을에 석세포가 가득한 배가 열리니 먹지 말라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서양배는 맛이 없는데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동료는 갑자기 “기다렸니?”라고 물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동료는 후숙을 시켰냐고 되물었다. 나는 감이나 아보카도도 아닌데 후숙이라니 무슨 말이냐고 했다. 동료는 당연하다는 듯 “배도 아보카도처럼 기다렸다 먹는 거잖아”라고 답했다._49쪽
꽃잎이 떨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생각하면 식물이 정확히 계산한 움직임 중에 신기하지 않은 과정이 없다. 또한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잘 수행되어야 한다. 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도 말이다. 내려놓는 것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처럼. 모든 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어느 과학자는 호기심을 가져 중력을 발견했다. 이렇듯 자연의 모든 일은 사실 대단히 신비하고 필연적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떨어진 벚꽃잎이 흙색으로 변해 발에 밟히는 시간도,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무성해 사람들이 벚나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많은 날도 말이다._60쪽
어릴 때 비 냄새를 좋아했다. 비 냄새의 원인 중 하나가 토양 속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냄새라는 걸 알았을 때 놀랐다. 토양뿐 아니라 공기와 빗방울에도 미생물이 있다. 꽃향기 중엔 꽃이 아닌 꽃에 있는 미생물의 향기인 경우도 많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동물이 꽃가루와 함께 향기 나는 미생물을 전해주기도 한다. 향기 배달부인 셈이다.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에도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 식물의 표면뿐 아니라 식물의 몸속에도 말이다._90쪽
나는 숲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검은 잔해들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했다. 자연에서 맞고 틀린 건 없는 것 같았다. 죽은 식물을 보면 슬프고,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내 몸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인간인 내 입장에서의 감정과 판단일 뿐이다. 그래서 슬프고 나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바닥을 이루는 검은 구성원들은 6월의 햇빛에 초록 잎을 반짝이는 살아 있는 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별개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게 말이다._96쪽
한여름의 문턱, 열매 한 알을 먹는다. 열매는 따가운 햇빛, 후텁지근한 무더위, 축축한 장맛비, 숲속의 날벌레, 그리고 지친 우리에게 상큼한 쉼표를 준다. 내가 먹은 열매가 녹음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던 모습을 떠올린다. 또한 그 맛에서 여름의 햇빛, 더위, 비, 곤충의 수고를 생각한다. 열매를 먹는 숲속 동물들처럼 우리가 태초 자연에서 어떤 순환고리였는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인지 깨닫는다._109쪽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지닌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지식을 넓혀나간다. 경험이 많으면 더 넓고 더 쉽게 이해한다. 예측도 쉬워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자연을 공부할 때 언제나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함을 안다. 자연은 복잡하고 거대하고 다양하니까. 결국 마지막 일곱 번째 종인 이 난초를 위해 내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운이 나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습지 난초는 끊임없이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_119쪽
곰팡이는 물리적으로 작은 조각을 만드는 해체뿐 아니라 유기물을 무기물로 바꾸는 진정한 분해를 한다. 나무가 무기물이 되기 위해서는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분해되어야 하고 그것은 자연에서 목재부후균이 할 수 있다. 곰팡이들은 숲속에서 강한 힘도, 굉음도 없이 평화롭게 그 일을 수행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무기물을 다른 생물이 사용할 수 있게. 곰팡이는 분명 분해자를 넘어 자연을 순환시키는 환원자다. 그들은 사라짐의 진정한 미학을 알고 있다._124쪽
사람의 만남과 견주어볼 때 펠로톤이 사라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펠로톤은 살아 있을 때도 질소와 탄소를 난초에게 전해주지만 사라지기 직전에 팽창한 뒤 분해될 때 많은 양의 질소와 탄소를 한꺼번에 난초에게 준다. 자신의 세포를 죽이면서 영양소를 전달하는 것도 희생적이지만 죽기 직전에 더 많은 영양소를 주는 건 더 희생적이다._208쪽
저자(글) 신혜우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식물형태학적 분류 및 계통 진화 같은 전통적인 연구부터 식물 DNA 바코딩과 식물 게놈 연구 등의 최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에서 난초와 관련 곰팡이를 중심으로 식물생태학 분야로 연구를 넓혀나가고 있다. 2013년부터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네 번 참여하여 모두 금메달을 수상했고, 최고 전시상 트로피와 심사위원스페셜 트로피를 수상했다. 2025년 4월 런던 린네 학회로부터 식물학자로서 과학적인 식물 그림을 그린 공로를 인정받아 질 스미시스상을 받았다. 영국왕립원예협회,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다수의 그림이 컬렉션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식물의 이야기, 식물 탐험을 통해 만난 인연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식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가까워지길 바라며 전시, 저서, 강연, 식물상담소,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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