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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처방전 20205 김다운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9.09 조회수 44

익명

알던 누나와 썸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 누나가 저에게 매번 먼저 밥먹자고 하고 스킨십도 누나가 먼저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제가 만나자고 하고 만난 다음 학교 기말고사 준비를 하니 연락을 보지 않고 전보다 다른 것 같아 썸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요?

 

시 처방전

 

짝사랑 

양정자

 

열다섯 살 중2짜리 김영주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선생님도 좋아했네

부끄럼 잘 타는 그 총각 선생님

여학생 앞에서 자칫 낯 붉어질까 봐

공연히 엄한 체 한눈 한 번 팔지 않는데 

영주 혼자 남몰래 가슴 태웠네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는 동안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그해 여름

열 손가락에 봉숭아 꽃물을 들였네

붉은 꽃물 들인 손톱이 길어져서 자를 때마다

그 애는 살을 에는 아픔을 느꼈네 

남몰래 속 앓는 얼굴에 노랑꽃이 피고

화려하던 성적이 자꾸만 떨어졌네

2학기 중간고사 수학 점수가 너무 나빠

속사정도 모르는 수학 선생님께 꾸중까지 듣고

그 참담함이란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네

수학 선생님이 그해 11월 결혼하던 날

이제 손톱 끝에 초승달처럼 가늘게 남아 있는 

봉숭아 물 자국을 마지막으로 깎아 내면서

영주는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네

그 이후 그 애는 갑자기 웃음을 잃고 

몇 년 앞서 어른처럼 철들어 버렸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네 

그 애 혼자 앓았던 

열병 같은 그 성장의 아픔을

 

위로의 말 : 누나와의 관계가 잘 이어지지 않더라도 좌절하지발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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