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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울고 웃는 대치동 엄마들의 '시크릿 노트'
작성자 Channie 등록일 14.10.23 조회수 166

자녀 교육에 울고 웃는 대치동 엄마들의 '시크릿 노트'

입시 대리모? 돼지 엄마? 영재고?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에서 자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학부모 3인을 만났다. 그들의 하루 일정은 오로지 자녀의 학업 스케줄에 맞춰 돌아간다. 밖에서 보면 '뭘 그리 유난이냐' 하겠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특별하지도 드물지도 않은 그저 일상이다. 그들과의 대담을 통해 대치동 사교육의 모든 것을 들어본다.

 

대담 참가자

이 여사 : 1 딸과 초6 아들을 키우고 있다.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영재로 소문났고, 온갖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과학영재고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입시에서 떨어져 현재 일반고에 진학했다. 영재교육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박 여사 :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교육 전문가. 사교육에 관한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다양한 책을 썼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A~Z까지 대치동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빠삭하다.

 

김 여사 : 3 아들과 초6 딸을 키우고 있다. 첫째 아들은 영재원 출신으로 과학영재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입시 정보에 관해서라면 준전문가 수준으로 주변 엄마들에게 자녀 진학 컨설팅 요청을 받을 정도다.

 

입시 대리모, 학업 컨설팅그 실체는?

 

아이를 부모 대신 맡아 기르며 이른바 명문대 입학까지 책임진다는 '입시 대리모'가 화제다. 부르는 게 값이라 억대 연봉자도 생기고 있지만 윤리적 문제와 배금주의를 문제 삼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치동 엄마들은 '대리모'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며, 대신 학업이나 입시를 상담하는 '컨설턴트'는 많은 부모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입시 대리모'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사람들이 등장했으며 실제로 '입시 대리모'란 용어를 쓰나요?

 

김 여사 : '입시 대리모'라는 용어는 언론 이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방송에서 사교육을 비하해서 표현하려고 만든 말로 알고 있어요. 온전히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교육하는 일은 극히 일부 이야기고요. 아이의 성적을 분석해 입시 관련 조언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는 '○○ 선생' 혹은 '컨설턴트'라고 불러요.

 

박 여사 : 저는 사교육 관련 책을 쓰기 위해 취재를 간 도곡동 T주상복합에서 '입시 대리모'로 불리는 '보모'를 구하는 공고를 본 적은 있어요. 부모 대신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조건으로 월 2백만원에 사람을 구하더라고요.

 

표현은 다르더라도 '대리모'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는 거군요. 보통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 여사 : 유명 학원 강사 출신도 있고 자녀를 이미 좋은 학교에 보낸 엄마들이 그 노하우를 이용해 개인적인 의뢰를 받아 하기도 하고요. 정말 상위 1%로 아이들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집은 미국 명문대를 보내는 조건으로 한 달에 1천만원을 지불해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더군요.

 

박 여사 : 자신의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켰다는 것은 엄마들에게는 큰 스펙이에요. M학원은 영재고에 아이를 입학시킨 엄마 3명을 초빙해 데스크에 앉혀요.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담사 일을 하는 거죠.

 

김 여사 ;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 쓴다는데 뭐라 할 거 있나요? 정보가 있으면 입시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고, 그 정보를 돈으로 사겠다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지요. 수요와 공급이 맞아 일어나는 현상인걸요.

 

입시 대리모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라는 우리 정서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아닐까요?

 

이 여사 : 맞는 말이에요. 사실 자기 아이는 엄마가 제일 잘 아는 법이죠. 아이가 뭘 하고 싶은지 귀 기울이면서 교감하는 거잖아요. 그런 끈끈한 과정 없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기계를 만들어봤자 부모와의 추억도 별로 없고 삭막한 거죠.

 

그럼 입시 컨설팅 이야기도 해볼까요? 대치동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 선생'이라든가, 유명 컨설턴트가 있지 않았나요?

 

김 여사 : 자녀들을 명문대 유학을 보내고 컨설팅 업계로 뛰어들어 화제가 된 분이요? 꽤 핫 했는데 요즘 실적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어요. 외고, 민사고, 자사고 등 돈이 된다 싶으면 다 다루는 것 같더라고요.

 

이 여사 : 한창 때는 설명회도 매우 폐쇄적으로 진행했지요. 극소수의 영재원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팀에 10명 정도 모아 관리했어요. 설명회에 참석할 때도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고, 휴대전화는 밖에 두고 들어가야 할 만큼 철저하게 보안 유지를 했던 때가 있었죠. 지금이야 아무도 가지 않죠.

 

박 여사 : 저도 취재를 위해 몰래 '비밀의 동'을 갔었어요. 친한 돼지 엄마*의 소개를 받고 말이죠. 그런데 원래 컨설팅의 취지와는 달리 많이 변질됐더라고요. '국수영과사' 선생들을 싹 세팅해서 내신 관리를 하는 학원이 돼 있었죠.

 

 

 

* 돼지 엄마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로, 다른 엄마들이 이들의 정보력을 얻기 위해 새끼 돼지들처럼 따라다닌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강남권 유명 학원들은 돼지 엄마들을 포섭해 수강생을 늘리는 영업을 한다.

 

김 여사 : 요즘은 'S코치'라고 불리는 사람도 유명하죠.

 

이 여사 : 그분은 작년에 이어 올해 대형 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어요. 뭔가 대형 학원과 연관돼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이 대규모로 매번 설명회를 하긴 힘들잖아요?

 

박 여사 : 다들 알다시피 '누가 유명해졌다!' 하면 이미 뒤늦은 거예요. 진짜 정보에 빠른 엄마들은 조용히 따로 움직이죠. 간판도 없이 운영하면서 입소문이 난 곳을 찾아가죠. 요즘 M 선생님 평판은 어때요? 재작년에 제가 가봤더니 컨설팅 비용을 3백만원이나 요구하더군요. 생기부(생활기록부)를 보여주니 "내신을 올려라" 하는 뻔한 이야기만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김 여사 : 방송에 엄청 나오잖아요. 자신을 오픈했다는 건 영업이 잘 안 된다는 뜻이죠. 학생들이 알아서 모이면 노출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럼 일반적인 상담 비용은 얼마 정도인가요?

 

박 여사 : 대부분이 첫 상담에서 현금 50만원을 건네야 해요. 상담을 한 후에 몇 차례 더 해야 하는지 알려주죠.

 

그럼 컨설팅 쪽으로 요즘 잘나가는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이 여사 : 저는 작년에 조카 대입을 위해서 'H컨설턴트'의 원장님을 만났어요. 대입 원서를 쓸 때는 대학교 서치 능력이 중요해요. 수많은 학교의 전형이 미묘하게 차이가 나거든요. 아이의 내신과 성적에 맞는 대학을 10개 정도 쭉 뽑아내더라고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김 여사 :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수능시험은 5교시에 끝나지만 6교시도 있다고요. 바로 원서 영역. 원서를 넣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애들 시험 끝나고 원서 공부하러 가요. 옆에서 컨설팅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자명한 일이죠.

 

대치동의 아이들은, 모두 영재일까?

 

지금 대치동에서 중학생들을 둔 부모들의 핫이슈는 4월에 시작하는 과학영재고 입시다. 이 학교는 수학과 과학 분야의 영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특수학교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내 총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 제한 없이 전국적으로 선발하며 오직 수학, 과학 시험과 영재성을 테스트해 자타 공인 전국 영재들이 모두 모인다.

 

 

유독 대치동에는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그 모든 아이들이 영재일까요?

 

김 여사 : 제 아이도 영재고 입시를 한창 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돈으로 만들어진 영재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영재들에게는 정보가 중요한 것이고 컨설팅 업체들이 생겨나는 이유지요. 실제로 진짜 영재를 본 적은 있어요. 우리 애가 다니는 영재고 입시 학원에 한 학년 위 애가 있었는데요, 경기도권에 살면서 엄마의 서포트나 강요 없이 중2 때부터 혼자 전철로 통원하며 공부를 하더라고요. 수학과 과학 정도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나머지는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해 영재고에 들어갔어요. 그 애는 정말 자기 재능으로 간 거죠.

 

이 여사 : 엄마가 그냥 매달려서 쫓아가며 하는 애들도 많죠. 아이 스타일에 맞춰 엄마가 좋은 학원에 탁탁 꽂아주니까 성적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럼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영재는 언젠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김 여사 : 영재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종류가 있어요. 진짜 선천적으로 타고난 영재와 후천적 학습이나 경험으로 영재 수준이 된 아이들. 그런데 고등부에 가서는 후자 아이들이 확실히 한계에 부딪치더라고요.

 

이 여사 : 제 아이는 영재고 입시에 실패했어요. 어린 시절 영특했던 아이를 보고 누군가가 영재고에 보내라고 했죠. 그때부터 제 인생을 걸고 아이를 공부시켰어요.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대회를 준비하느라 아이도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인문사회과목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죠. 그런데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아이가 떨어진 거예요. 겨울방학 내내 울다가 일반고에 진학했어요.

 

일반고에 가서 적응은 잘하고 있나요?

 

이 여사 : 일반고는 내신 성적순으로 쭉 줄이 세워져요. 우리 애는 중학교 내내 영재고 준비만 했던 터라 사지선다형이 무척 낯선 거예요. 늘 주목받던 아이가 한순간에 실패작이 된 거죠. 가끔 죽고 싶다고 할 때는 철렁 내려앉아요. 10시 반쯤에 애를 픽업하려고 학원가에 차를 대놓고 있으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영재학원에서 우르르 나와요. 정말 창문 열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너희들 진짜 똑똑한 거 아니면 하지 마라'라고요.

 

김 여사 : '과학자를 양성하자'라는 영재고 취지는 정말 좋지요. 그런데 너무 어린 시절에 시작해서 문제인 것 같아요. 늘 칭찬만 듣던 아이들이 한 번 꺾였을 때 회복을 못하거든요.

 

박 여사 : 대치동에 정말 유명한 영재가 있었어요. 3세 때 기저귀를 차고 K 영재원 시험에 합격한 전설적인 아이였죠. 그 아이가 보여준 능력들은 정말 놀라웠어요. 입학해서는 선배들 틈에서 수학 상을 다 휩쓸었거든요. 그랬는데 영재고에 떨어진 거예요. 사람들은 "너무 빨리 해서 질렸다", "능력이 바닥이 났다" 등등 뒷담화를 쏟아냈어요. 결국 엄마와 아이가 잠적해버렸죠. 똑똑한 아이라서 언젠가는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도 큰 좌절을 줬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이 여사 : 영재고 입시에서 떨어지면 다시 못 가요. 편입도 없어요. 유학을 다녀와서 한 학년 꿇고 다시 시험을 보는 수밖에는. 영재고만 바라봤던 아이들에게는 참 가혹한 거죠.

 

박 여사 : 이곳에서의 입시 실패는 애들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같이 무너져요. 우울증 약 먹고 그래요. 한 엄마는 다른 애가 경시대회에 나가 상만 타오면 3일 동안 앓아눕더라고요(웃음).

 

엄마들의 소리 없는 정보 전쟁

 

대치동 엄마들에게 정보란 내 아이의 앞길을 비춰주는 등불이다. 내 아이에게 맞는 학원 선택, 선생님 선택은 대부분 엄마의 몫이며 그것은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문제다. 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주로 입시 정보들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김 여사 : 매일 아침 일어나면 교육부 홈페이지를 먼저 봐요.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니까 수시로 점검해야 하거든요.

 

박 여사 : 강남권 고급 아파트 내 입주민 사우나는 정보의 장이에요. 제가 아는 영재원 학부형이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데 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일부러 사우나에 가요. 하루라도 빠지지 않아야 대화에 낄 수 있다고 말이죠.

 

이 여사 : 주변 엄마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처신도 중요해요. 남의 정보를 듣기만 하고 자기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으면 그 커뮤니티에서 커트당해요. 한마디로 얌체라는 거죠(웃음).

 

김 여사 : 좋은 학원이나 선생님 정보는 2년 위의 언니들을 공략해야 해요. 그 집 아이가 재수할 것을 감안해서 꼭 2년은 터울이 져야 해요. 일단 우리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면 그 노하우는 주변 엄마들에게 다 오픈하죠.

 

이 여사 : 그런 것도 있어요. 아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성적이 비슷한 부류끼리 교류가 돼요. 쭉 같은 길을 가잖아요. 그러다 다른 집 아이가 더 월등하고 앞서 나가요. 그럼 그 엄마는 안심하고 슬며시 전화번호를 줘요. 저에게는 맘놓고 정보를 줄 수 있다는 표시죠. 저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그 엄마 또한 누군가에게 받은 씨를 저에게 뿌린 거니까요.

 

김 여사 : 제가 요즘 공들이고 있는 언니가 한 명 있는데요. 2 아들이 경시대회 3관왕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해요.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누구에게 과외를 하는지 전혀 알려지지가 않았어요. 주변 엄마들이 뒤를 캐고 난리예요. 선생님이 누구인지 절대 공유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죠. 배우는 사람이 많아지면 아이의 시간에 못 맞출 수도 있으니까요. 그집 아들이 서울대 의대를 가는 날 모든 것이 밝혀지겠죠(웃음).

 

이 여사 : 그렇지만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일동 : 맞아요. 그건 그래.

 

박 여사 : 엄마는 아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잘 표현해요. 지나가는 말이라도 "엄마, 저 이런 거에 관심이 있어요" 하면 흘려듣지 마시고 잘 살펴주세요. 그런 걸을 계기로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요.

 

김 여사 : 사실 앞에 언급한 컨설팅은 대학 원서를 쓸 때 제외하고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고급 정보도 많지 않아요. 엄마가 조금만 신경 쓰면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저 마음이 불안하니까 점 보러 가는 심리랑 똑같은 것 같아요.

 

이 여사 : 정부는 사교육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로 방향을 잡아야 하고요. 입시가 바뀔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매년 바뀌는 교육 정책이 빨리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옛날처럼 학력고사로 줄 세워서 대학을 가거나. 그게 제일 공정한 거 같다니까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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