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간 광주의 '전설'.. 과외도 못 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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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Channie | 등록일 | 14.04.17 | 조회수 | 131 |
서울대 간 광주의 '전설'.. 과외도 못 구한다? 그는 출중했다. '군계일학'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과목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전 학년, 전 과목 내신 1등급에다, 모의고사 전 영역 만점 경험도 몇 차례여서 교사들 모두 그의 서울대 합격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여겼다. 친구들도 그를 더 이상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고, '외계인'이라는 별명까지 지어 불렀다. 학과 성적만 좋은 건 아니었다. 일과 중 틈틈이 또래 상담 과정을 이수하더니,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상담 도우미를 자처하며 꽤 오랫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일찌감치 중학교 때 진로에 대해 정한 탓인지, 신입생 때부터 장래 희망에 대한 소신이 남달리 뚜렷했다. 이는 바람이 달랐던 부모님을 외려 든든한 지원군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는 특히 역사 과목에서 발군이었다. 갓 초등학생 티를 벗은 중학교 2학년 때 그는 이미 그 어렵다는 한국사능력인증시험 1급을 취득했고, 고등학교 들어와 조선왕조실록을 참고해 몇 편의 논문을 쓸 정도로 비범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대회'에 매 해 출전해 수상했다는 사실이 사소해 보일 정도로 그의 '스펙'은 화려했다. 예상대로 그는 서울대에 합격했고, 지난 겨우내 하숙방을 구하러 서울을 오가느라 동분서주했다.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만면의 웃음을 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남들 노는 넉 달 가까운 방학에도 그는 허송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하자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서, 서울에 올라가 방학 내내 고3 때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며 보냈다. 그의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야기는 입시 공부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시간마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입이 닳도록 해댄 탓인지, 그의 이름을 모르는 후배들은 없다. 졸업하자마자 그는 학교의 '전설'이 됐다. 지금도 그의 공부 습관을 흉내 내거나, 과목별로 그가 공부한 책이 무엇이었는지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이 많다. 서울대 입학 후 그는, 학교 '전설'이 됐다 대학생이 된 이후 그가 처음으로 학교를 찾아왔다. 채 두 달도 안 됐지만, 반가운 마음에서인지 꽤 오래된 듯 느껴졌다. 근황을 물었다.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학과로 갔으니 전공 수업을 힘들어할 리는 없을 테고, 단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는지, 또,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촌놈'이 낯선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서울 생활을 막 시작하면 으레 겪게 되는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지 않겠는가. 예컨대, 복잡한 지하철에서 환승하느라 애먹었다거나, 처음 보는 버스중앙차로제 때문에 도로에서 쭈뼛거리며 헤맨 기억 같은 것 말이다. 내 경우에도, 처음으로 대학엘 찾아간 날 어찌어찌해서 가긴 했는데, 대학에서 하숙집 오는 길을 못 찾아 길거리에서 한두 시간을 헤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언뜻 푸념 같기도 하고 하소연 같기도 한 그의 이야기는 대학과 학과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었다. 배우는 과목마다 나름의 재미가 있고, 교수님들의 강의 또한 열정적이고 수준도 높다며 만족스러워했지만, 함께 공부하는 학과 동기들의 모습이 무척 낯설다고 했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듯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기가 서울이고, 이곳이 서울대구나' 싶었단다. 고등학교 시절 군계 '일학'이었던 자신이 거기선 '일학'은커녕 '군계'에도 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못 놀라워하는 기색이었다. 자신이 동기들에 견줘 '아무것도 아니다'는 깨달음보다 그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별종'이라는 소외감이 더 큰 듯 보였다. 주눅까지는 아니어도, 동기들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너무나 생소하고 신기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저도 무난히 합격할 거라고 생각했는 데, 웬걸요. 제 스펙 정도면 여기에선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예요. 어쩌면 간신히 '턱걸이' 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함께 수업을 듣는 30여 명 동기들 중에 지방의 인문계고 출신은 저를 포함해 고작 몇 명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역균형선발전형'마저 없다면, 조만간 서울대에서 지방 인문계고 출신 구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일 걸요." 우선, 동기들 대부분이 외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인 것에 놀라워했다. 그것도 서울과 수도권 소재 외고들 '판'이라며, 서울대 가려면 지방 외고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수시전형에 그들이 유리한 줄은 대충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학과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덧붙였다. "지방 같으면 한 도시에 한 명 오기도 힘든데, 어느 외고에선 한 학과에 두세 명을 합격시킨 경우도 있어요. 어떤 외고의 경우엔 자기 학교 졸업생들끼리만 사귀고 결혼한다면서 스스로 '성골'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대학에 와서 보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서울대는 지방의 학생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곳이 돼버린 것 같아요." 대개 고향도 사는 곳도 서울인 그들은 집안도 하나같이 부유하다고 했다. 경제력과 성적, 학벌이 정비례하는 추세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미 불가항력의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학비나 용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과시'를 위해 과외를 하고, 그들의 부모들이 엮어놓은 인맥 또한 넓어 고액 과외 자리도 어렵지 않게 얻는다고 한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인데도 과외 자리조차 지방 출신에겐 가혹한 것이다. 뜬금없이 그는 물었다. "선생님, '국립' 서울대의 존재 이유는 뭘까요?" 어쩌면 '서울대생이지만 서울대생이 아닌 듯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전국 각지 다양한 계층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라는 '환상'이 깨진 데에서 오는 혼돈인 거다. 서울대가 일부 특정 계층이 독점하는, '서울 사람들만을 위한' 대학으로 전락했다는 고백인 셈이다. 모름지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면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하며, 마땅히 신분과 계층 이동의 원활한 통로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서울대는 장삼이사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구락부'가 됐다. 서울대생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보다 훨씬 힘이 센 '권력층'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고1' 새 학년이 시작되면 담임교사는 아이들의 희망 대학과 학과를 조사한다. 적성과 진로를 알아보려는 뜻도 있지만, 공부하는 데 그만한 동기부여 방법은 아직까진 없다. 아무튼 꿈이라도 커야 한다며 다그쳐 보지만, '다행스럽게도'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갈 수 있는 대학이라는 기대가 애초 없는 거다. '지방에 사는 죄'라고 푸념하는 일찍 '철든' 아이들... '가난한 죄', '특목고에 못 간 죄' 심지어 '지방에 사는 죄'라고 푸념하는 일찍 '철든' 아이들 뒤에는 '극성을 잃은' 학부모들이 있다. 요즘엔 자녀를 지방의 인문계고에 보내면서 언감생심 서울대 진학을 꿈꾸는 이들은 없다. 학부모 중에는 진학 실적이 좋지 않아 상심하는 인문계고 교사들에게, '고3은 옛말, 대학 입시는 중3 시절에 이미 결정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외려 교사들만 이런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것일 게다. 어차피 서울대 입시 전형이, 늘 그래 왔듯, 교육부 지침이 되어 전국의 일선 고등학교에 하달되니, 거기에 맞춰 아이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또, 서울대 진학생 수가 '명문고'의 잣대다 보니, 다른 대다수 아이들을 들러리 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도 여전하다.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방 인문계고 아이들의 서울대 진학생 수가 턱없이 줄어들다 보니, '명문고'의 기준이 '인-서울(in-seoul)' 대학으로 범위가 차츰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학벌 구조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해체되기는커녕 더욱더 강화되는 것만 같다. 지방의 인문계고의 열패감과 무력감을 저들은 과연 알기나 할까. 오마이뉴스 2014.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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