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있으세요?
30층 빌딩에 전기가 나갔습니다.
남자 셋은 꼭대기 층까지 걸어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자신의 오피스텔이 바로 30층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a 남자는 10층까지 가는 동안 어린시절의
추억을 재미나게 들려 주었습니다.
모르는 사이 10층이었습니다.
b 남자는 20층까지 오르는 동안 자신의
연애담을 질펀하게 쏟아 놓았습니다.
숨을 헉헉거렸지만 그냥저냥 20층이었습니다.
다음은 c 남자의 차례.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하며 동산은 어떻게
굴리는지 온갖 재테크의 비밀을 털어 놓는 사이
기진맥진 한 대로 세 남자는 마침내(!)
30층에 도달했습니다.
등줄기에는 땀국물이 흐르고 얼굴은
벌개졌다가는 창백해졌습니다.
a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순간, 남자의 발목이 스르르 풀려버렸습니다.
b와 c 남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a 남자 가 말했습니다.
"..........열쇠가 없어!"
- 조예린(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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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생 높은 곳에만 마음을 두고
악착스럽게 시간의 계단을 밟고 올라갑니다..
나는 지금 몇계단쯤의 고도에서
어떤 이슈에 귀를 내어준 채
내 인생의 사닥다리를 오르고 있는지...
그러다 혹시 내 삶의 사닥다리 맨 꼭대기에서
나의 주머니를 뒤지게 되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는 하루 되시고
유익한 하루 되세요^^
아침 편지에서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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