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에 명퇴 강요…구조조정에 신음하는 지방대 교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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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Channie | 등록일 | 14.03.20 | 조회수 | 243 |
교수단체들 ‘일률적 정원 감축’ ‘부실 사립대 공영화’ 요구
“정원 감축 규모의 절반은 전국 대학이 동등하게 일률적으로 조정하고, 퇴출 대상이 되는 문제사학과 부실사학은 국·공립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라.”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진단과 대학사회의 제언’ 토론회는 단순 비판을 넘어 교수단체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와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한국 사립대학 교수회 연합회(사교련)가 뜻을 모아 ‘대학 구조조정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를 꾸렸고, 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가 힘을 보탰다.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는 지난 1월부터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충청, 호남, 대구·경북, 서울·수도권을 돌며 지역 교수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토론회에서 나온 교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수단체가 제시한 구조개혁 대안을 검토하는 이번 토론회는 교수노조, 민교협, 사교련, 국회 혁신교육포럼,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하고, 유기홍·안민석·도종환·박혜자(이상 민주당), 정진후(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관했다.
■ 구조조정 추진 지방대 현실 = 지역토론회에서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학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대학당국이 학과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연구 지원과 실험실습 등의 교육 지원부터 줄여나가면서 교육기관인 대학에 대단히 비교육적인 악영향들이 만연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도 부담된다.” 충청지역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학과 구조조정 규정을 만들어 학칙에 반영하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학과의 학생 충원율이 한 번이라도 80%가 안 되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고, 구성원 의사와 무관하게 통폐합이 가능하다. 해당 교수를 기간제 교수, 특임교수 등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월급도 80% 수준으로 삭감한 상황이다. 개혁이 아닌 구조조정으로 대학만 살고 학생, 교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교수의 이어진 증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대신 비정년트랙 강의전담교수를 채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호남지역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교직원 임금이 삭감되고, 명퇴를 강요하고, 폐과를 통해서 소속을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지역의 한 전문대는 주로 기업체 출신 은퇴자를 연봉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정도의 외래교수로 대거 임용하는 식으로 학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 대학 구조개혁 정책 대안= 교수단체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경우 전체 교수의 3분의 1인 2만여 명이 교단을 떠나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학생 정원이 30%(16만명) 감축되면 교수나 직원도 그에 비례해 최소 30%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파산하지 않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학문후속세대의 연구 토대를 와해시키고, 국가 연구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사학과 부실사학 등 퇴출 대상이 되는 사립대를 국·공립화하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의 20~40%를 지원하는 공영형 사립대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은 그래서 나왔다. 윤 교수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부실대학 퇴출 이후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며 “사립대가 80%를 차지하는 대학 체제를 공공대학 중심으로 전환해 장기적으로는 국공립과 공영형 사립대의 비율이 50%가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인 ‘과도하게 고착된 서열구조’와 ‘사학 중심 체제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사립대 비율은 15.5% 수준이다. ■ 정원 감축 방안은= 그렇다고 대학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단체들은 지역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정원 감축 방안도 내놓았다. 윤 교수는 “전체 감축 규모의 절반은 전국 대학이 일률적으로 조정하고, 나머지 절반은 대학특성에 따른 평가와 지역특성을 고려해 감축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년간 30%(16만명) 정원 감축이 목표라면 15%는 전국 대학이 공평하게 1.5%씩 감축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일반대와 전문대, 수도권과 지방, 대학유형 등을 감안해 감축 비율을 조정한다. 정원 외 모집을 금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교수단체들은 또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는 학부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정부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 의장은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그 방법은 가능한 한 균등감축을 통해 전체 대학의 생태계 보존이 강조돼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전반적으로 정원을 감축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교수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 인하대 교수회 의장은 “서울과 지방, 큰 대학과 작은 대학이 균등하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특히 ‘SKY’ 대학을 비롯한 큰 대학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정원 감축 문제에 있어서도 ‘희생적 엘리티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공영형 사립대는 이견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러나 교수단체들이 대학체제 개편의 대안으로 제시한 공영형 사립대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회장은 “우리 현실에서 부실사학에 재정지원을 하면서 공익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한다고 해서 사학이 정상화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비리, 부실사학을 과감히 퇴출하고 학생정원은 국·공립대로 수용하는 것이 간명하고 실효성 있다”고 지적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공영형 사립대를 운영하거나 공립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공영영 사학은 교육여건과 운영상의 문제가 있어 전환되는 경우이므로 학생 정원을 일정 비율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정책대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임 박백범 대학지원실장(현 기획조정실장) 또한 지난해 11월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교수노조, 민교협, 사교련 등이 공동 주최한 구조개혁 토론회에서 “지방대가 느끼는 위기감과 현실은 공영형 사립대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100개 대학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정원 감축은 이미 상수고 독립변수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03월 17일 교수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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