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성중학교 로고이미지

18.임하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 창가의 토토 ' 를 읽고
작성자 임하연 등록일 15.04.23 조회수 37
토토는 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동안 자기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동안 단 한번도 하품을 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토토가 얘기할 때처럼 똑같이 몸을 앞으로 내민 채 열심히 들어주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대 여섯 번은 그 행간에서 놓여나지 못했다. 마치 “자 이제부터 무슨 얘기든지 좋으니까 선생님한테 얘기해보렴 얘기하고 싶은 것 전부 무슨 얘기든 좋으니 내게 다 털어놓아 보라”는 고바야시 선생님의 진심 어린 배려에 나는 나 스스로 어린아이 토토가 되어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 큰 애의 피아노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한 달 넘게 학원에 나오지 않는데 집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제 마음대로 학원을 빠질 아이가 아니어서 계속 전화 걸기를 미루다가 이제서야 전화를 걸었다는 피아노 선생님의 말은 내게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왜 이렇게 늦게 서야 전화를 주는 거냐며 피아노 선생님의 직무 유기에 항변도 못하고 결국 전화를 끊고 말았다. 아주 모르는 일은 아니었다. 요사이 아이가 계속해서 피아노 학원을 좀 쉬면 안 되겠냐고 성화였던 것이다. 그 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귓등으로 흘려 버리고는 엄마 어렸을 때는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외할머니가 보내 주지 않아서 못 갔는데 넌 무슨 복에 겨운 소리냐”며 무 자르듯 잘라 버리곤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 도중에도 아이는 이미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은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오직 내 아이가 엄마를 속였다는 사실 하나만 내 가슴에 매달려 날 분노하게 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남편과 나는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 긴 이야기 나누기를 택했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의 소음 없이 아이의 눈물 가득한 눈물 마주하고 얘기가 이어졌다. 결국 우리는 아이와 화해했다. 아이는 부모님을 속인 벌로 한 달 동안 용돈을 받지 못했고 우리는 아이의 어려움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학원을 보내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위안을 삼은 죄로 아이가 스스로 피아노 치기를 원할 때까지 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흔히 자식 키우는 일은 우린 나무를 심고 화초를 키우는 일에 비유하곤 한다.
좋은 묘목을 고르고 땅을 고른 후 나무가 제 생김대로 튼실하게 자라도록 알맞은 물과 햇볕이 내려 주기를 소망한다. 행여 물이 너무 적지는 않은지 흙을 만져보고 햇볕과 바람이 더도 덜도 아니어야 하니 얼마나 손이 가고 마음 쓸 일이 많은지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물을 적당히 주는 일 햇볕과 바람에 마음 졸이며 어른의 생각대로만 자라게 둘 수는 없지 않을까? 나도 어느 샌가 그 아이의 사소한 삶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며 아이를 지치게 만든 건 아니었는지. ‘엄마는 이렇게 퇴학당한 사실을 토토에게 말하지 않았다.? 토토의 엄마는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아이 편에 서서 인내심과 너그러움을 보여 주었다. 토토가 모든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은 결국 고바야시 선생님과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 덕분이었다
고바야시 선생님은 ”어린이를 교사의 계획에 맞추지 말고 자연 속에 풀어놓아라. 교사의 계획보다는 어린이들의 꿈이 훨씬 크다“고 하셨는데 난 나의 계획 속에 아이를 가두어 놓고 아이의 호흡은 무시한데서 온 사건이었으리라. 이 책은 온전히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당부한다. 큰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에 허리 굽혀 진심으로 귀 기울이던 고바야시 선생님의 굽은 등처럼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더 없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을까? 이 물음에서 늘 자유롭지가 않다. 결국 우리 부모님들의 일치된 의견은 세상을 향해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세상에 기죽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 무엇보다 먼저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게 도와주는 것도 부모의 할 일일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숨기지 않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아이 교육의 반은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꼭 잠자리에 드는 아이 곁에서 작은 소리로 말해 주어야겠다.
 “지금 넌 그대로의 모습대로 소중하고 완벽해 라고.? ’비로소 걸음걸이를 얻었다‘는 한 작가의 말씀처럼 이 책의 인간에 대한 따스한 눈길과 고바야시 선생님의 가르침은 메마르고 삭막해져 자로 잴 줄만 알았던 내 행동에 부끄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줄곧 내 가슴에 소중하게 품고 길잡이로 삼던 이 책을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님과 또 다른 하나의 나일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전글 150508
다음글 허무했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