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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를 다녀와서
작성자 이선영 등록일 15.09.20 조회수 77

 내가 오늘 경험한 것은 국토순례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오늘 한 게 아니었다면 나는 이 이후로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다. 처음에 국토순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를 포함한 우리 전교생이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한 번은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평소에 걷는걸 꽤 좋아하지만 이렇게 긴 거리를 걷는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루 평소대로 수업을 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기 전까지도 걱정도 많았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낙오되지 않는 것이 목표였던 것 같다. 아침엔 강천초등학교로 모여서 다 같이 출발을 하는 것이었다. 강천 쪽은 잘 와본 적이 없어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모여 걷기 시작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 쌀쌀해서 반팔 반바지를 입은 게 조금 후회가 있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워져 다행이었다. 강천 쪽에서 조금씩 걷다 보니 내가 아는 길이 나왔다. 전에 봉사도 차타를 타고 왔었고 하연이네 갈 때 매번 버스 혹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을 이렇게 다 같이 걷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조금 쉬다 다시 출발을 했는데 멀쩡한 길을 놔두고 웬 풀이 많은 길로 들어갔다. 처음엔 저기 길이 있는 게 맞나 이 생각도 들었고 잘못가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풀들 사이에 길이 있긴 있었다. 지나가는데 옆에서 풀들이 자꾸 건들여서 다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도 조금 걷다보니까 적응이 되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시 정상적인 길로 와서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학년순으로 걷다보니 뒤에서 걷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뒤에서 한번 늦춰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뒤에서 걷는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또 몇 시간을 걸었나 하연이네 도착했다. 맨날 버스를 타고 놀러오던 길을 이렇게 걸어서 고생해서 오니까 세삼 버스가 고맙게 늦겨졌다. 하연이네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셔서 가게에서 잠시 쉬었다가 갔는데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꽤 오랫동안 쉬다가 밥을 먹기 위해서 또 걸어갔는데 어쩌다보니 앞에서 걷게 되었다. 앞에서 걸어보니 뒤에서 걷는 것보다 더 편했던 것 같다. 점심을 세학년 결연 조로 먹게 되었다. 주위에 앉을 곳이 없다 보니까 풀 숲에 신문지를 깔고 조끼리 둘러 앉아 점심을 먹었는데 벌레도 자꾸 나타나고 아래서 나뭇가지가 자꾸 찔러서 결국 밥을 편히 먹지는 못 했던 것 같다. 금 같은 점심시간을 끝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애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걸으니까 막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너무 걷다보니 지쳐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반쯤 걸었을까 능암에 도착했다. 능암이라면 아직 앙성까지 걸어가려면 거리가 멀었지만 반쯤 온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능암에서 다시 쉬다가 출발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앙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렇게 앙성이 반가운 곳인가했다. 지나가던 주변분들도 아까부터 걷더니 지금 도착했느냐고 말을 걸어주셨다. 앙성에서 명진에스피까지 걸어 갈 떄는 반쯤 정신이 날아간 상태였지만 그래도 거의 다 와가다는 뿌듯함에 기뻤던 것 같다. 도착했을때만해도 우리가 그 긴 거리를 걸어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짐을 챙겨 들어가서 아주 잠깐 쉬다가 저녁으로는 세학년 결연 조로 고기를 구워먹었다. 열심히 걸은 것에 대한 보답인 것 같아서 아주 배불리 먹었던 것 같다. 고기를 먹다가 밖을 보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작년에 계셨던 영어선생님인 정은숙 선생님이셨다. 담임선생님은 아니셨지만 우리가 엄청 보고 싶었던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신 뒤에도 그리워서 카톡도 하고 매일 얘기도 했는데 이렇게 오시니까 너무 반가워 울컥했다. 저녁에는 매괴고에서 4명 반도체에서 1명의 졸업생들이 왔다. 매괴고등학교 교감선생님께서 동영상을 보여주시면서 강의를 해주셨다. 그 강의 후에는 정은숙선생님이 잠깐 말씀을 해주셨는데 평소 같았으면 조금 지루했을 강의가 반가운 선생님께서 와서 말씀을 해주셔서 더 귀 기울여 집중해 들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각 방에 졸업생 언니 오빠들이 들어와 고등학교에 관해 얘기를 해주었다. 우리 방에는 매괴고등학교로 간 작년 졸업생인 예진이 언니가 들어왔다. 고등학교 얘기를 들으니 걱정도 좀 있었고 잘하는 언니말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도 있었다. 고등학교 얘기도 하고 사적인 얘기들도 하다보니까 시간이 엄청 빠르게 갔다. 예진이언니랑 대화를 하다가 치킨을 먹으러 내려갔다. 치킨을 먹으면서 계속 대화를 했다.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예진이 언니가 갈 시간이 되니까 아쉬움도 엄청 컸던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밤에는 영화를 볼 사람은 보고 다른 것을 할 사람은 다른 것도 했고 잘 사람은 잤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해보면 생각도 잘 안 날만큼 빠르게 지나간 하루였던 것 같다.

 특히나 내가 걸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시작했던 국토순례가 이렇게 잘 끝나서 다행인 것 같다. 도착했을 땐 힘들었는데 어떻게 표현못할 뿌듯한 감정과 이런 저런 감정이 있었다. 우리 반은 낙오된 사람도 없었고 생각해보면 이게 쉬운 일이 아닌데 다 같이 잘 마친 우리 전교생이 대견했다. 다음에 또 하라고 한다면 선뜻 대답할 순 없을테지만 몸은 많이 피곤하고 아파도 한편으로는 많이 뿌듯하면서도 기억에 남을 하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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