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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순례 보고서
작성자 이서희 등록일 15.09.24 조회수 160
 지난주 금요일, 정확히는 9월 18일에 우리 고장 국토 순례라는 일종의 캠프가 있었다. 강천에서 시작해서 앙성까지 걷는 계획이었다. 신청서를 받을 때, 사실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워낙 체력이 떨어지는 탓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박 2일이어서 더 꺼렸다. 하지만 전교생이 참가하는데 혼자 나 몰라라 하고 빠질 수 없어서 참가하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강천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전날 늦게 자 버리는 바람에 비몽사몽 힘겨웠지만 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에 발을 옮겼다. 희진이와 아름이가 이미 와 있었다. 나도 합류해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학교 지킴이 아저씨가 지나가다 차를 멈추시더니, 데려다준다고 타라고 하셨다. 이게 뭔 횡재인가 하고 탔다.
 강천초등학교에 도착했다. 9시가 되자 선생님들을 포함한 모두가 서둘러 출발했다. 처음 보는 길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걷느라 주위 풍경을 잘 둘러 보지는 못했다. 열심히 걷고 쉬고를 반복한 후, 약 세 시간 만에 휴게소에 발이 닿았다. 하연이네 쉼터였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빵도 먹다 시간이 금방 흘러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발이 아팠지만 숨이 차거나 힘들지는 않아서 꽤 앞에서 걸었다. 햇볕이 쨍쨍했다. 덕분에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 여름 내내 살이 타서 가을부터는 하얀 피부로 되돌리겠다 굳게 다짐했었는데, 이것이 내 다짐을 뭉개 버렸다.
 약 한 시간 후, 점심을 먹을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밥을 먹지 않았다. 밥 대신 비타민 D를 대량 섭취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서너 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와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잘 걸었다. 허리가 으스러지고 골반이 틀어지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땅기고 발이 뭉개지는 줄 알았지만 정신과 체력은 멀쩡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뛰기도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을까 싶다. 앙성에 다다랐을 때는 그냥 발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아니, 생각이 하나 있었다면 발이 아프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기에 걸었다. 한참을 걷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명진SP로, 우리 학교와 가까운 곳이었다. 가자마자 방에 들어갔다. 내가 이 보고서를 쓰기를 꺼린 까닭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방을 쓰는 모든 아이들이 불만을 토했다. 9명이서 잘 곳이 못 됐다.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하겠다. 방에서 간단히 짐을 정리한 후, 일 층으로 내려가 바로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실내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에 연기가 가득했다. 숨을 쉬기 위해 밖에 몇 번 나가기도 했다. 점심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저녁도 조금 먹었다. 내 배가 왜 이럴까.
 매괴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께서 오셨었다.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리고 매괴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학교 졸업생, 선배님과 시간을 보냈다. 나와 아이들은 한 학년 선배인 예진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았다. 매괴고등학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홍보를 하러 온 거겠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확실히 가고 싶지 않다고 내 마음을 정했다. 나와 맞지 않는 학교인 것 같다. 어쨌든 선배와의 이야기를 마친 후, 야식으로 치킨과 수박을 먹었다. 그리고 계속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집에 걸어가는데 발이 아파서 짜증이 났다. 피곤하기도 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 나는 내 지구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걷다 버티지 못해 차를 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뿌듯하다. 나는 내가 참 대견하며 장하다고 생각 중이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다음에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전교생의 생각이 내 생각과 같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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