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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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서희 | 등록일 | 15.08.27 | 조회수 | 39 |
어느 회사의 월급쟁이인 노총각 M은 방탕한 생활로 인해 자신의 생식 능력을 의심하게 되어 의사인 나를 찾아와 묻게 된다. 나는 알면서도 생식이 가능한 것처럼 말해 주자, M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부인이 임신을 하게 되자, M은 자신의 생식 능력이 있나 없나를 검사하려 하고 고민에 빠져든다. M 자신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인 나에게 검사를 받겠다고 하고 몇 번 찾아 왔다 그대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M은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나에게 와 이야기를 한다.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짐을 벗은 느낌을 가진다. 나는 M이 검사를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사인 나의 판단으로 그가 생식 능력이 없다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후에 M의 부인은 아들을 낳는다. 아기가 아파 나를 찾아온 그는 자신과 닮지 않은 아들을 보이며 증조부를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과 자기가 닮은 데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운뎃발가락이 긴데 아들의 가운뎃발가락도 길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는 얼굴도 닮은 데가 있다고 말해 준다. 나는 이 소설에 나오는 M이 너무나도 애처롭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 낳은 아기를 애써 자신의 아기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M이었다면 정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생식 능력이 없는데 어째서 아내는 임신을 한 것이고, 아기를 낳은 것일까에 대해 수없이 의문이 들고 속이 매우 시끄러울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M은 대단하다. 아내에게 바람을 피운 것이냐며 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오히려 자신의 아이라 믿으려고 애를 쓴다. 자신이 생식 불능자인 것이 걸려서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리 생각하면 나도 M처럼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상황은 모두 M이 자초했다. 젊은 시절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생식 능력을 잃은 것이니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애처롭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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