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
|||||
---|---|---|---|---|---|
작성자 | 이서희 | 등록일 | 15.08.31 | 조회수 | 78 |
인력거꾼 김 첨지는 열흘 동안 돈 구경을 못 하다가 이날따라 운수 좋게 손님이 계속 생겼다. 그의 아내는 달포가 넘게 심한 병에 걸려 있다. 이날 많은 돈을 번 김 첨지는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주고 세 살짜리 자식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어 기뻤다. 아침에 오늘 나가지 말라는 병든 아내의 생각이 자꾸 나서, 인력거를 끌다 집 가까이 오면 다리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집에서 멀어질수록 발은 가벼워졌다. 남대문 정거장에서 난봉 여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귀찮게 군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으나, 운 좋게 또 한 손님을 태우고 인사동에 내려 주었다. 저녁이 되자 벌이는 기적에 가까웠으나 불행한 일이 있을 것 같아 집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친구 치삼이를 만나 같이 술을 하게 되고 술에 취하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주정과 함께 돈에 대한 원망도 하다가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치삼에게 한다. 치삼이가 집으로 가라고 하자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 술을 더 하고 설렁탕을 사 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 들어서자 김 첨지는 너무도 적막하여 아내가 나와 보지도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며 불길함을 이기려 한다. 방문을 열어 보니, 아내는 죽어 있고 개똥이는 울다 지쳐 있었다. 김 첨지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제 얼굴을 죽은 아내에게 비비면서 한탄한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김 첨지가 일하는 내내 아내를 걱정한 것과 더불어 소설 안에는 비가 내리는 장면이 곳곳에 묘사되어 있다. 그 비는 김 첨지의 아내가 결국 죽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이렇게 이 소설의 결말은 김 첨지의 아내가 외롭게 죽고 김 첨지가 아내의 주검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제목에서의 운수 좋은 날이란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것은 이 소설의 반어적 특성으로, 결말과 제목을 통해 이끌어낸 아이러니로 작가는 소설의 비참함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설렁탕조차도 사 줄 수가 없었던 김 첨지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얼마나 욕했을까. 그리고 몇 번을 절망했을까. 더 이상의 이야기는 전개되지 않았지만 아마 김 첨지는 아내를 떠나 보냈다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이전글 | 150903 |
---|---|
다음글 |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