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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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동윤 | 등록일 | 15.04.27 | 조회수 | 29 |
그날은 그저 평범하고 한가하며 잉여로운 평소의 주말 오후 였다. 그저 틀어놓고 멍때리던 라디오에서 "정말 죄송하니다. 여러분. 하지만 지구는 오늘로 끝납니다." 라고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울면서 말하기 전까지는. ------------------------------- 창밖은 어두운 구름이 껴있었고, 사방에는 암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딱봐도 지구가 엿될거라는걸 암시하는 듯한. 그런 날씨였다. 난 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절망감을 느끼며 한번도 펼치지 않은 참고서와 그저 저장안하고 켜놓던게임을 치웠다. 그리고 스텐드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헤드폰을 찾아서 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사주셨던 헤드폰. 난 죽을때도 이걸 쓰고 죽을 작정이였다. 어차피 노래 들을만한것도 이거밖에 없었지만 서도. 그리고 노래를 찾던 도중, 갑자기 노래들이 끊기고는 이상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막 노래를 끄고 목에 헤드폰을 걸려는 순간, 작게 헤드폰에서는 "살아남고 싶어?" ---------------------------------- 그 헤드폰을 다시 쓰고선 밖에 나가니 밖에서는 벌써 빌딩에 불이나고, 완전히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있었고, 어떤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자세히 들어보니까 나의 겁의 질린 소리였다. 난 완전히 절망감과 공포에 빠져있었고,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그순간 다시 헤드폰에서 들려온 "역시 살아남고 싶지?" 그 소리에 난 희망을 찾고 집중했다. "아마 무슨뜻인지 잘 모를거야. 하, 뭐, 저 언덕만 넘으면 20초안에 알기싫어도 그 의미를 알게될테지만." 내가 살던곳에 언덕은 한곳밖에 없었고, 난 그 외곽쪽에 처박혀 버려진 언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의심하지마. , 곧 20초 뒤일걸." 난 길을 따라 마구 달리고 있었다. "20분 남았다." 당연히 도로는 차들이 엉키고 설켜 꽉 막혀있었고, 남녀노소 관계없이 살려달라는 비명과 울음에 ...........한마디로 끔찍했다. 어느 어머니는 아기를 부둥켜 안고 울고, 신부는 기도를 했으며, 몇몇은 마약을 한듯한 모습이였다. 바로 두 블럭 정도 떨어진곳에서는 강도가 가게를 털고 있었으며, 내 바로 앞에는 어떤 사람을 마구 치고 있었다. 그 모두들을 앞질러 달려서, 나 한명만 목표로 하는 지점. 저 반대편의 황량한 언덕너머. 달려가는 도중에, 헤드폰에서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목소리로 "이제 11분 남았다." 라고 알렸다. 땅바닥을 갈라지기 시작했고, 빌딩들은 쓰러지고 있었다. '아포칼립스' 그단어만이 떠올랐다. '이대로 다 날아간다면 더이상 방법은 없겠지. 그냥 쾅!' 그런 생각을 하자 몸서리가 처졌고, 지쳐가던 다리를 다시 채찍질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울음소리에 뒤돌아보는 5초. 한때 살던것들이 다 무너지는것에 눈물을 닦는 10초.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심할수도 없는 확실한 증거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구만. "빨리 달리는게 좋을걸. 앞으로 1분이다." 라는 다시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그 말조차 들리지 않을정도로 힘차게 달렸고, 눈물 흘리고, 미안한 감정이 사무쳐왔다. 혼자만 살아남는것 같다는 그런 죄책감. 그렇게 무거운 감정들을 느끼며 달려왔고, 곧 언덕너머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 뒤엔 차가운 철로 된 벽이 그 도시의 풍경을 비추었고, 그 벽의 뒤에는 실험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굉장하다고 소리들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얼굴에 주먹을 한대 갈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나치게 태평하고, 마치 실험결과를 관찰하는듯한. 그런 눈빛. 우리가 모르모트라도 되는듯한 그런 느낌. 난 그들의 얼굴에 주먹을 한방씩 먹여주고 싶은것을 꾹 참았다. '이건 거짓이야.' 난 의심했다. -------------------------------------------------------------------------------------------- 그언덕에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실험시설 같았다. 내가 지금껏 이런곳에서 살아왔다니. 실험쥐와 다를바 없이. 이 언덕으로 올라온게 처음이 아니고, 여기서 바라본것도 처음이 아니였지만, 다시 참담한 느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과학자가 말했다. "자,, 다 얻을것도 얻고, 했으니,..." 다른 과학자가 말했다, "이제 여긴 필요 없지." 라며 그는 손에 든 스위치를 눌렀다. 내가 본 순간은 이미 늦었고, 난 아무것도, 그저 망연자실하게 완전히 불타고, 뒤집어지고, 박살난 잔해를, 엤날에 내가 살던 도시였던 것을 쳐다보았다. 그 귀에 걸린 헤드폰에선. 이젠 무미건조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미안해. 이게 진실이야." 라고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헤드폰 엑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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