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성중학교 로고이미지

3.김동윤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종말.
작성자 김동윤 등록일 15.04.27 조회수 29
그날은 그저 평범하고 한가하며 잉여로운 평소의 주말 오후 였다.
그저 틀어놓고 멍때리던 라디오에서
"정말 죄송하니다. 여러분. 하지만 지구는 오늘로 끝납니다."
라고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울면서 말하기 전까지는. 
 
-------------------------------
 
창밖은 어두운 구름이 껴있었고, 사방에는 암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딱봐도 지구가 엿될거라는걸 암시하는 듯한. 그런 날씨였다.  
난 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절망감을 느끼며  한번도 펼치지 않은 참고서와
그저 저장안하고 켜놓던게임을 치웠다.
그리고 스텐드를 옆으로 밀어버리고, 헤드폰을 찾아서 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사주셨던 헤드폰.
난 죽을때도 이걸 쓰고 죽을 작정이였다.
어차피 노래 들을만한것도 이거밖에 없었지만 서도.
그리고 노래를 찾던 도중, 갑자기 노래들이 끊기고는 이상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막 노래를 끄고 목에 헤드폰을 걸려는 순간, 작게 헤드폰에서는
"살아남고 싶어?"
 
----------------------------------
 
그 헤드폰을 다시 쓰고선 밖에 나가니
밖에서는 벌써 빌딩에 불이나고, 완전히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있었고,
어떤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자세히 들어보니까 나의 겁의 질린 소리였다.
난 완전히 절망감과 공포에 빠져있었고,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그순간 다시 헤드폰에서 들려온
"역시 살아남고 싶지?"
그 소리에 난 희망을 찾고 집중했다.
"아마 무슨뜻인지 잘 모를거야. 하,   뭐, 저 언덕만 넘으면 20초안에 알기싫어도 그 의미를 알게될테지만."
내가 살던곳에 언덕은 한곳밖에 없었고, 난 그 외곽쪽에 처박혀 버려진 언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의심하지마. , 곧 20초 뒤일걸."
난 길을 따라 마구 달리고 있었다.
"20분 남았다."
당연히 도로는 차들이 엉키고 설켜 꽉 막혀있었고, 남녀노소 관계없이 살려달라는 비명과 울음에
...........한마디로 끔찍했다.
어느 어머니는 아기를 부둥켜 안고 울고, 신부는 기도를 했으며, 몇몇은 마약을 한듯한 모습이였다.
바로 두 블럭 정도 떨어진곳에서는 강도가 가게를 털고 있었으며, 내 바로 앞에는 어떤 사람을 마구 치고 있었다.
그 모두들을 앞질러 달려서,  나 한명만 목표로 하는 지점. 
저 반대편의 황량한 언덕너머.
달려가는 도중에, 헤드폰에서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목소리로
"이제 11분 남았다."  라고 알렸다.
땅바닥을 갈라지기 시작했고, 빌딩들은 쓰러지고 있었다.  '아포칼립스' 그단어만이 떠올랐다.
'이대로 다 날아간다면 더이상 방법은 없겠지. 그냥 쾅!'
그런 생각을 하자 몸서리가 처졌고, 지쳐가던 다리를 다시 채찍질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울음소리에 뒤돌아보는 5초.
한때 살던것들이 다 무너지는것에 눈물을 닦는 10초.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심할수도 없는 확실한 증거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구만.
"빨리 달리는게 좋을걸. 앞으로 1분이다."
라는 다시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그 말조차 들리지 않을정도로
힘차게 달렸고, 눈물 흘리고, 미안한 감정이 사무쳐왔다.
혼자만 살아남는것 같다는 그런 죄책감.
그렇게 무거운 감정들을 느끼며 달려왔고, 곧 언덕너머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 뒤엔 차가운 철로 된 벽이 그 도시의 풍경을 비추었고,
그 벽의 뒤에는 실험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굉장하다고 소리들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얼굴에 주먹을 한대 갈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나치게 태평하고, 마치 실험결과를 관찰하는듯한. 그런 눈빛.
우리가 모르모트라도 되는듯한 그런 느낌.
난 그들의 얼굴에 주먹을 한방씩 먹여주고 싶은것을 꾹 참았다.  
'이건 거짓이야.'
난 의심했다.
--------------------------------------------------------------------------------------------
 
 
그언덕에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실험시설 같았다.
내가 지금껏 이런곳에서 살아왔다니.
실험쥐와 다를바 없이.
이 언덕으로 올라온게 처음이 아니고, 여기서 바라본것도 처음이 아니였지만,
다시 참담한 느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과학자가 말했다.
"자,, 다 얻을것도 얻고, 했으니,..."
다른 과학자가 말했다,
"이제 여긴 필요 없지."
라며 그는 손에 든 스위치를 눌렀다.
내가 본 순간은 이미 늦었고, 난 아무것도, 그저 망연자실하게 완전히 불타고, 뒤집어지고, 박살난 잔해를, 엤날에 내가 살던 도시였던 것을 쳐다보았다.
그 귀에 걸린 헤드폰에선.  이젠 무미건조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미안해. 이게 진실이야."
라고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헤드폰 엑터-
 
이전글 안개(re)1
다음글 아지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