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
|||||
---|---|---|---|---|---|
작성자 | 김동윤 | 등록일 | 15.04.24 | 조회수 | 60 |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8월 16일. 오전 12시. 날씨는 좋았다. 마치 뇌를 태워버릴듯한 더위. 병원침대에서 일어나 병실문을 쳐다보자 파란머리의, 파란 후드를 입은 소년이 벽에 기댄 체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년은 "일어났어?" 라며 "역시 이런 더위는 싫으려나... 그래도 . 같이 나갈레?" 라고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당연한듯이 따라나섰고, 그 둘은 함께 복도를 걸어나갔다. 삭막한 병원 복도에는 몇몇 사람들이 반겨주었고, 그 소년과 소녀는 상냥히 인사하며 복도를 지나갔다. 그 소년이 향한곳은 공원이였다. 꽃과 잔디, 그리고 사람들. 그들은 행복해보였다. 무더운 날씨속, 길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들은 공원으로 향했고, 소년은 소녀에게 여러 이야기 들을 해주었다. 소년은 "이제 돌아갈까?" 라고 물었고, 소녀는 아쉬운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은 소년이 앞에, 소녀가 뒤를 따른체 거리로 빠져나왔다. 12시 59분. 평화롭던 공간을 찢어버리듯, 하늘을 철골이 갈랐고, 그것은 커다란 화살처럼 소년의 몸을 꿰뚫었다. 그 소년은 일어선채로 철골에 수직으로 꽃혀, 파란 머리카락과 옷들을 빨간색으로 물들이며, 그 소녀의 얼굴에 피를 튀기며 쓰러졌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피어오른 아지랑이는, 소녀에게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고, 조소하듯 일렁거렸다. 숨막힐듯한 피 넴새와 소년의 체취, 꽃향기, 매미소리가 어우러저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점점 시야는 어주워져 갔고, 정확히 1시. 어느 평범'하던' 여름날. --------------------------------------------------------------------------------------------------- 다시 8월 16일. 오전 12시. 소녀는 다시 일어났다. 소년은 소녀 옆에 앉아있었고, 다시 "어디론가 갈까?" 리고 물어보았다. 소녀는 무릎위 고양이를 안으며, "응." 이라고 짧게 중얼거렸고, 그대답과 함께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오며, 그 소년은 웃으며. "이제 갈까?" 라고 물었고, 다시 소녀는 "그러자."라고 대답했다. 골목을 지나던도중, 갑자기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트럭. 정확히 시계는 12시 59분. 여유롭게 수다를 떨며 걸어가던 소년은. 맹렬히 돌진해온 과일트럭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춤추듯이 날아간 소년의 몸은 , 사방에 화려한 꽃같은 빨간 피를 남기며 땅바닥에 떨여졌고, 다시 그녀의 귀속을 매미가 점령하며 아우러진 피넴새와 놀리듯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에 소녀는 어두어져가는 시야속에, 마지막으로 이젠 커다랗게 일렁이고있는 아지랑이를 노려보았다. ------------------------------------------------------------------------------------------------------ 다시 8월 16일 오전 12시. 소녀는 이미 알고있었다. 계속 반복되는것을. 멈출수 없는걸. 벌써 10년쨰 같은 날자, 시간. 그리고 소년만 반복되고 있었다. 늘 좋은 날씨에 타버릴것만 같은 더위. 소년과 소녀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딱히 할것도 없었던 소녀는 소년과 수다를 떨었다.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태평하게 "더운날씨는 조금 싫지?" 라고 말했고, 소녀는 조용히 동조했다. "그래도 너와 있을수 있어 다행이야." 라는 소년의 말에 놀란 소녀는 팔로 고양이를 쳤고, 고양이는 차도로 뛰어나갔다. 고양이의 이름을 주르며 소년이 뛰어들어간곳은, 신호등의 빨간불속. 아차, 한 순간에 뛰어들어간 소년의 옆에는 어느새 과일트럭이. 그 소년의 곁에서는 아지랑이가 다시 여유롭게 비웃는듯 일렁거렸다. 그 소녀는 반사적으로 뛰어들었고, 그 소년을 밀쳐냈다. 다시 인도로 넘어질듯 하며 뛰어나온 소년은, 놀란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녀의 몸은 연약한 풀잎처럼 공중에 떠올라 화사한 꽃잎을 흩뿌리듯이 피를 공중에 뿌리며, 딱딱한 도로에 내팽게쳐졌다. 그 소녀는 사라져가는 정신과 어두워저가는 시야에 조금 화가난듯한 아지랑이에 "이제 내가 이겼지?" 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보인 소년의 얼굴엔 미소가 띄어져있는것 같았다. --------------------------------------------------------------------------------------- 또 다시 8월 16일. 오후 12시.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간 소년의 시야엔. 흑발에 포니테일인 몸집이 작은 소녀가 쓸쓸히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이번에도 실패다." 라고 중얼거렸다. -아지랑이 데이즈-
|
이전글 | 종말. |
---|---|
다음글 | 남겨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