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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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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풍자
작성자 변해인 등록일 17.09.30 조회수 80

첫 눈

첫눈이 내린다.

맨 처음 떨어진 눈은 태어날 때무터 맨 아래 있던 눈.

맨 아래에 있던 눈을 떨어진 후에도 맨 아래.

눈이 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녹아버린다.


중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중간에 있던 눈.

중간에 있던 눈을 떨어진 후에도 중간.

아래의 눈들이 얼려놓은 땅으로 힘들게 쌓인다.


맨 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맨 위에 있던 눈.

맨 위애 있던 눈을 떨어진 후에도 맨 위.

아래의 눈들이 빚어놓은 푹신한 땅 위로 상처 없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첫 날에 내린 진짜 첫 눈은

언 바닥에 몸을 내박으며 물의 파편이 되어

지금쯤 하수구로 흘러들어 억울함에 울부짖고 있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난 눈이 싫다.


이 글은 우연히 SNS를 통해 보게 된 시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쓴 시라고 한다. 초등학생 6학년이 쓴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시의 내용에는 그저 눈의 이야기가 아니라 눈에 빗댄 현 시대의 상황이 드러나 있다.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4연 부분이다. 나또한 저렇게 생각한다. 그저 태어나보니 있는 집안의 자식인데,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하는 대우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그것을 즐기고 갑질을 해댄다. 정작 아둥바둥 노력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묻혀 빛을 못 보고 있는데 말이다. 언제쯤이면 집안에 상관없이 학벌에 상관없이 자신의 실력만을 봐주는 그런 날이 올까? 세상이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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