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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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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작성자 박지영 등록일 17.11.23 조회수 14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 시를 접하자마자 슬프다 못해 참담했다. 그가 왜 사막에 있는지, 왜 외로이 돌아다니는 지 이유가 궁금한 것이 먼저이겠지만, 그냥 슬펐다. 그 자체로 충분히 슬펐다. 뒷걸음질로 걷게 되는 나의 미래가 그려져서 일까,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생명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는 세상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바랄 것이라곤 하나 없을 것 같은 그 공간이 느껴졌다. 순간 내가 있는 것 같았다. 외로움이 지속되면 자신을 보고, 또 돌아보게 될 것을 말이다.

내가 느끼기엔 시는 분석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느낌을 연장선처럼 이어가 풍선처럼 부풀리는 것 같다. 한 가지 느낌이 떠오르면, 그 느낌을 바탕으로 나의 경험을 되살리며, 시를 한 번 더 읽는다. 그러면 시의 주인공이 마치 내가 된 것처럼 이입이 잘 된다.

저 시의 공간이 꼭 사막이 아니어도, 그 곳이 이 세상 어느 곳이던 외로이 있다는 것은, 유일한 친구라곤 자신 뿐 이라는 것을 매일 깨닫는 느낌은 바늘에 찔리는 것 보다 아플 것 이다. 내가 느껴보진 않아도, 대신 느낄 순 있을 것 같다. 시와 여러 매체를 접하면서 말이다. 사막의 저자인 오르텅스 블루, 프랑스 지하철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을 이 시는, 그냥 감상문이라곤 쓸 내용이 없다. 보는 것 그 자체가 슬픔이 되고, 더 슬퍼지다 보면 눈물이 흐르겠고, 그 여운이 깊게 남을 테니까, 굳이 감상문을 쓰자면 슬프다. 그 자체로 쓸 수 있다. 그 외의 느낌은 말로 설명한다고 한들, 그냥 설명했을 뿐이다. 그 느낌은 사람들이 모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모두들 설명은 잘 못하지만 많이들 느낀 감정일 것이다. 굳이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슬프다 못해 신비하고 참담한 시 같다.

오늘 또 하루에 감사하다. 죽기 전에 이런 아름답고 신비로운 시를 읽을 수 있어서,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그 시의 주인공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그 시의 주인공이 실제로 내가 아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이랄까,

 그 어둠에서 그녀는 너무도 행복해

때로는 눈을 감고 걸었다.

눈을 감아서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끼려고.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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