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연이라는 게 뭘까, 정이라는 게 뭘까. 옛날 사진첩을 꺼내어 넘겨보면, 죽을 때까지 알고 지낼 것 처럼 행동했었던 사람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연이라는 게 그렇다. 방금까지 보고싶다고, 좋아한다고 말을 했던 사이도 그뒤로 말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인연은 끊어지게 된다. 그리고는 서로의 서랍 한 켠에 쌓아놓고는 먼지가 엄청 쌓일 때 까지 방치한다. 여기서 서랍 속은 기억일 테고, 먼지는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참 씁쓸하다. 이 사람 없으면 정말 허전할 것 같았는데, 여러가지 핑계로 연락이 두절되다 보니까 점점 멀어진다는 게,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사람을 사귈 때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아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그 사람이 너무 좋아지면, 어떤 일이 생기든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곤란해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너무 좋은데 곁에 없다던가,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 사람을 더 우선으로 생각한다던가, 트러블이 생겼는데 그 사람 편을 들게 된다던가 하는 일들 처럼 말이다. 그런 걸 다 가리게 되면 정말 피곤해지고, 사람을 제대로 못 사귀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는 인연이 끊기는 게 제일 무섭다. 나는 엄청 소심한 편인지라, 한번 인연이 끊기면 다시 이어갈 수 있을만할 자신감이 없다. 이 사람이 나를 거부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이다. 내가 내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그러니까, 사람은 언젠가는 꼭 헤어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회자정리 보다는 거자필반으로 끝맺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한다. 차라리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내가 문제에 얽히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도록 보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글을 써보니까, 오늘따라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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