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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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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자서전 2
작성자 김세경 등록일 17.07.11 조회수 18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아까 봤던 그 남자가 내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초조하고 불안하기라도 한 건지 방금 전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색이란 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상했다. 분명 색 때문에 어지러워서 쓰러졌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침대 위에서 뒤척이자 그가 급하게 내 손을 잡아온다. 그러자 맞잡은 손에서 부터 점점 색들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곧 병실 안이 모두 색으로 물들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 오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아... 너. 근데요 저, 색이 보이는 것 같아요."

"... 네?"

"저거. 저거 무슨 색이에요?"

"빨간색이요."


 나는 가까이에 있는 물건들을 가르키며 색들의 새로움에 대해ㅐ서  느끼고 있었다. 그때, 의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뭐 복용하고 있는 약 같은 거 있으세요?"

"아, 그건 없고요. 저는... 제 눈에는 색이 보이지 않아요." 

"색이 안 보이신다고요?"

"네, 근데 저 남자 분이랑 손을 스치고 나서는 색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어허,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는데... 치료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요."

"저 분이랑 지내라는 이야기겠죠."

"색을 보고싶으시다면 그러시는 게 좋습니다. 그 이외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저렇다 확답을 드리지 못하겠어요."


 의사가 나가자 남자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그 남자는 무슨 느낌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신기하게만 느껴지겠다 싶다. 나도 저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색이 보인다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고 그랬었으니까. 남자는 말한다. 색이 보고싶으시다면 도와줄 의향이 있으나 자신의 색으로만 가득찰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나는 답한다.


"저는 어느 색이든 다 보고 싶어요."


 그게 나의 색이든, 당신의 색이든, 지금의 나로서는 그냥 색 자체가 너무나도 좋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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