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진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직업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직업이란 없으며, 진로개발능력이 탁월한
그들조차도 그들 나름의 고민과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수없이 뻗어있는
직업과 진로의 갈래 가운데 자신에게 소질과 재능이 있으면서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실패와 후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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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디렉팅하는 안슬기 감독 |
이번 '천 개 학과 만 가지 진로'의 주인공은 현직 고등학교 수학교사이자 영화감독인 안슬기 감독입니다. 현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단국대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만든 졸업작품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현재 개봉 중에 있습니다. 적은 돈으로 만든 독립영화이지만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안 감독이 만든 4번째 장편영화입니다.
Q: 그동안 직업을 몇 가지 가져 보셨나요? A: 글쎄요. 교사와 영화감독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과외 알바를 했었지만 그것을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아, 생각해보니 소설을 쓴 적도 있습니다. 수학
관련 책이나 청소년 영화제작 책도 썼습니다. 작가도 직업이라면 직업이겠네요.
Q: 경력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A: 잠깐 저의 프로필을 말씀드리면 수학교사로서 책을 쓰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 영화 작품 경력 <다섯은 너무 많아> 2005년 80분
각본/감독 <나의 노래는> 2007년80분 각본/감독 <지구에서 사는 법> 2008년 90분
각본/감독 <해에게서 소년에게> 2015년 79분 감독/각색
■ 집필
경력 <악마> 시나리오 픽션 (2010) <차라리 수학공부
하지마라> (2012) <중학수학 실수줄이기 신공 80> (2013, 공저) <학교에서
영화찍자> (2013) <영화·방송제작> 서울시교육청 인정교과서
(2013, 공저, 대표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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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면? A: 교사는 다들 알다시피 가르치는 직업입니다.
수업과 학생상담이 주 업무이지요. 아니, 수업과 학생상담이 주 업무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교사는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는 일을 합니니다. 영화연출이란 쉽게 말해 영화를 만드는 일이고, 좀 어렵게 말하면 영화의
미학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프로듀서와 영화를 기획하고, 작가와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들도 많습니다.) 연출 스태프들을 꾸려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촬영감독과 촬영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캐스팅을 하고,
촬영 장소를 확정하고, 의상이나 분장 또는 특수효과 등의 계획을 담당자들과 논의하고, 촬영을 진행하고, 편집과 CG와 사운드 믹싱을 하고
음악작업을 해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합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감독의 선택이 작용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감독의 이미지가 ‘컷’
을 외치고 지금 찍은 영상이 NG인지 OK인지 선택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런 선택을 눈에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영화 제작과정 내내 해야
합니다. 감독은 한 영화를 만들 때 수십만 번의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Q: 현재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A:
수학 교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사실 국어를 더 잘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이과를 선택했지요. 못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그런데 지금은 수학과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수학은 살아가는 데 무척 중요한 과목입니다. 마치 건강을 위해 우리에게
운동이 꼭 필요한 것처럼, 합리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위해 수학공부는 꼭 필요합니다. 요즘 사회를 보며 특히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영화감독은 고등학생 때부터 일종의 로망이었습니다. 막연히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느 일요일 학교에서 드라마
촬영팀이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현장에 전 하루 종일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영화(영상)라는 것을 ‘보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에 의해 내 마음이 움직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영화로 그러고 싶었습니다.
마치 사랑과 비슷합니다. 내 마음을 흔들었으니 나도 그의 마음을 흔들고 싶다는…
Q: 현재 직업의 업무 환경과 직업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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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슬기 교사 |
A: 교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많은 일을 합니다. 각종 공문과 교육청 교육부 사업 및
외부 지원(?) 사업의 진행, 교무 행정과 학생들의 행정적인 부분 관리 등등 참 바쁩니다.
그리고 사람(학생)들과 지내는 일이다
보니 감정의 소비 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고, 또한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등 사고나 사안이 생겼을 때
잘 처리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것에 따르는 정신적인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점은 그래도 근무시간이 짧고, 방학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대출도 잘 해줍니다.
영화감독 일은 사실 업무 환경과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특히 저처럼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더 그렇지요. 모든 곳이 업무의 장이고 모든 시간이 업무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작가가 작가들의 아내를 향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 남편이 오후 내내 차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고 타박하지 말라. 그는 지금 일하는 중이다.”
뭐, 돈을 많이 버는 감독들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교수 등
제2의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소수 유명감독들은 그렇지 않지만요.
Q: 현재 직업에서 어떤 보람을 찾고
계신가요? A: 교사는 내가 아는 직업 중에 몇 안 되는 보람 있는 직업입니다. 어린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자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화를 만들면 하나의 작품이 나옵니다. 그것으로 관객과 소통을 하는
것이지요. 관객은 머리로 가슴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고 환호하거나 슬퍼하거나 심각해지거나 궁금해 합니다. 그 관객의 반응들에 나는 쾌감을 느낍니다.
또한 힘든 고뇌 속에서 작업해 영화적(예술적) 성과를 거두는 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이지요. 영화는 예술이고 모든 예술은 고유의 고통과 기쁨을
가지고 있습니다.
Q: 귀하의 직업을 진로로 선택할 학생들이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A:
교사라는 직업은 사실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교직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안정적인 직업이라며 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후배들도 여럿 보았습니다. ‘가르친다’는 말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영화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물론 영화의 제작과정과 제작 기술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요. 하지만 영화 자체보다는 세상과
사람과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생각해야 합니다. 영화와 연극을 보고, 미술관을 다니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으십시오. 신문을 읽고, 철학
책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러 의견들의 이유를 경청하십시오. 만드는 사람의 그릇을 뛰어넘는 영화는
없습니다.
또한 왜 영화여야만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도 영화를 만들고 나서 사람과 일정과 변수들에 지쳐
영화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나요? 아니면 영화를 만드는 것을 사랑하나요?
Q: 이 일은
평생직업인지, 아니면 직업이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세상에 평생직업이라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미래학자는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은 120살까지 살 것이고, 직업은 평균 4개를 가질 것이며, 결혼은 평균 3번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아마도 저는, 시켜만 준다면, 영화감독은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습니다.
요새는 만화를 배우고 싶습니다. 소설도 몇 편 더 써보고 싶고요.
Q: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A: 과연 교사를 계속하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만들다 책을 쓰다 하며 시간 날 때마다 놀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행도 다니고, 캔쿤 같은 유명 휴양지나 타이티 같은 섬에서 몇 달 바다만 바라보고 노는 것입니다. 누가
꿈이 뭐냐고, 10년 후에 뭐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전 ‘한량’이라고 답하렵니다.(웃음)
Q: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바꾸고 싶은 것이야 수도 없이 많죠.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순간들이 참
많았으니까요.
동네 형들에게 돈을 뺏긴 적도 있고, 불의에 타협한 적도 있고,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고,
매일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서 봤던 예쁜 여학생에게 결국 말도 못 걸었답니다.
그리고 좀 더 열심히 살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도 배우고, 쿵푸 같은 무술도 배우고, 스케이트 보드도 타고, 수영도 배우고, 소설책도 많이 읽고….
하지만 다시 돌아간들 과연
바뀔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지금도 나는 그때랑 똑같거든요. 바보 같고, 용기 없고, 끈기
없고…. 할 수 있다면 지금이나 바꾸며 살렵니다.
나는 그냥 나고, 좋든 싫든 내 과거는 ‘나’의
과거입니다.
Q: 진로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어떤
진로특강 강사님의 말씀을 대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면 야구 룰과 선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꿈이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피디라고 하는 학생에게 영화감독 중에 아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왜 그 영화가 훌륭한 평가를 받는 지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대답해 봤자 유명 감독 몇 명에 국한된 일반적인 내용뿐이지요. 좋아하는 야구보다 자신의 꿈이
훨씬 더 소중하고 중요할텐데 학생들은 꿈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준비는 안 한다는 거죠.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너무 어려서부터 장래희망을
강요하는 게 있어요. 아주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묻습니다. “아가, 너는 커서 뭐가 될 거니?” 돌잔치에선 연필이며 돈이며 아이의 장래를
예견하려는 물건들을 놓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냅니다.
“월요일까지 본인의 장래희망과 부모님이 바라는 희망 적어서
제출해.”
자우림의 [오렌지 마말레이드]란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가 이렇답니다.
“하고픈 일도 없는데 되고픈 것도 없는데
모두들 뭔가 말해보라 해. 별 다른 욕심도 없이 남다른 포부도 없이
이대로이면 안 되는 걸까? 나 이상한
걸까?”
아직 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인생은 길답니다. 천천히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듀진 나침반 36.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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