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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간 사다리’ 가로막는 장애물…‘영어성적’이 가장 심해
작성자 양재숙 등록일 12.06.05 조회수 310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가로막힌지 오래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렇다면 ‘계층간 사다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전통적인 중요 과목인 국·영·수 가운데 영어의 학력 격차가 소득 격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 소득이 오를 때마다 수험생의 수능시험이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영어 성적이 가장 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는 가구당 소득이 1만원 오를 때마다 수능성적 백분율이 0.029%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월 평균 가구 소득 차이가 200만원이 나는 두 수험생이 있다면, 이들의 영어 성적 격차는 평균 5.8%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가구 소득 1만원 당 국어 0.022%, 수학 0.019% 격차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높은 ‘소득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도시와 농촌 간 학력 격차를 표준 편차를 통해 살펴볼 때도 영어 성적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3가지 표준을 통해 도시와 농촌 학생들 사이의 성적 분포를 분석해 보니, 세 경우 모두 영어 성적에서 가장 큰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영어 과목에 대한 공교육이 본격화되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도·농간 영어 격차는 다소 줄어들어 평준화되는 현상을 보이나, 도·농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영어 실력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영어 사교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지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해석된다.

초등학생들의 영어 사교육 현황을 보면, 이같은 격차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월소득이 100만원이 안되는 가구에서는 영어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은 19.6%에 월 사교육비 평균도 1만6000원에 불과했지만, 월소득 600~700만원 사이 가구에서는 70.7%의 학생이 월 평균 14만3000원의 영어 관련 사교육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유아 시절 영어 교육에서 ‘강남 프리미엄’이 드러났다. 강남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기 전에 영어 사교육 서비스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50%에 이렀지만, 비강남권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교육 대상자가 50%를 넘어서게 됐다. 또 강남의 어린이 가운데 24.6%가 영어 유치원에 다녔지만, 비강남권에서는 불과 1.1%의 어린이들만 영어 유치원에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 어린이들은 비강남 어린이들에 비해 20배 넘는 비율로 조기 영어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만들어진 영어 능력이 실무에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말해 ‘경쟁을 위한 경쟁’의 수단으로 영어가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경영·회계·사무직·금융·보험·사회복지 등 직군은 토익 점수 순위가 다른 직군 평균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업무에 영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영어 활용도가 높은 화학·기계·전기·정보통신 관련 직군은 토익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나, 영어 실력의 업무 활용 빈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무 활용도와 상관없이 영어 실력이 우수한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토익 점수가 1점 오를 때마다 연봉이 1만6000원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토익점수가 높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구직자들은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을 보거나, 입사 시험에 최종 합격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영어능력에 의한 임금 프리미엄은 영어 능력 자체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인 한국개발연구원의 결론이다. 영어 능력을 갖췄다고 보고된 조사 대상은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한 직군에 있건 없건, 상대적으로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쪽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희삼 연구위원은 “영어 능력자들이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영어 능력 자체가 아니라, 영어 능력을 갖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른 특성에서 나오는 덤일 가능성이 높다”며 “영어 학습으로 증명된 학습 능력이나 성실성, 또는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은 사회적 배경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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