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재적 재능을 찾아라 |
|||||
---|---|---|---|---|---|
작성자 | 양재숙 | 등록일 | 12.05.15 | 조회수 | 268 |
‘무조건 공부’ 강요만 말고 아이들 일에는 참 귀가 얇은 부모님이다. 그래서 애써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하다 보면 아이의 적성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능이 얼굴에 딱 꼬집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 대다수 엄마들은 이렇듯 아이의 잠재력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간다. 우리 딸은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공부를 곧잘 했다. 항상 성적도 ‘수’와 ‘우’로 채운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가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이사를 거듭하게 되자 복잡한 환경에 영향을 받았던지 공부와는 영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워낙에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 시험을 못 봐도 큰 좌절감을 느낀다든지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당시 친구들은 모두 학원을 다녔지만 딸은 남는 것이 시간이었다. 나는 밤낮으로 일을 하느라 바빠, 아이들이 집에서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지 챙길 시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 딸에게 누가 그렸냐고 물었다. 딸은 자기가 혼자 노는 시간이 심심하고 무료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대답했는데 놀랄 만큼 잘 그린 그림이었다. 순간 딸의 잠재적 능력이 그림에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금껏 딸이 그림을 잘 그리는지, 소질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으니 정말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생긴 고정관념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아버지는 참 재미난 꿈을 가진 분이셨다. 그 꿈은 아들 삼형제를 낳아, 큰아들은 의사로 만들어 아플 때 치료받고, 둘째아들은 법관을 만들어 법으로 보호받고, 막내아들은 농사를 짓게 하여 식량난이 와도 해결하도록 자식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들 삼형제가 아닌 아들 둘, 딸 둘인 우리 형제들은 그 꿈을 하나도 이루어 드리지 못했다. 자라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을 보며 아버지는 많이 아쉬워하셨다. 나 또한 아무것도 특별히 가진 재능이 없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것을 항상 속상해했다. 정말 봐도 타고난 아이들이 있다.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릴 때마다 매번 상을 받는 아이들, 그림이나 글을 뚝딱 만든 것 같은데도 작품이 되는 아이들을 보며 재능은 부모의 유전자를 타고나야만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남편 모두 그림과는 먼 사람들이라, 우리 딸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참 신기했다. 그 후로 딸은 실업계 고등학교인 인천 디자인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는데,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에 관해서 편견이 심했던 때라 남편은 물론 주변의 친구 엄마들까지 모두들 결사반대하였다. 특히 남편의 의견은 확고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달리하여 딸의 의견을 지지해주었다. 실업계에 가서 꿈을 키우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공부를 하면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자신의 재능을 배우고 미리 꿈을 키우는 것이 오히려 더 좋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결국 원하던 곳으로 입학한 딸은 잠재적 능력을 발휘해 과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었다. 적성에도 맞고 흥미 있는 전공 공부를 하니 딸은 참 좋아하였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엔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엄마 나는 3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 순간 아이 적성에 맞는 학교에 보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고등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후 같은 전공으로 대학에 간 딸은 장학금을 받고, 각종 굵직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더욱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그때 나보고 공부하라고 다그쳤다면 나는 공부도 실패하고 꿈도 실패했을 거야. 그 말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달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밑바탕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구나. 결국 부모님이 바라는 자녀들의 최종목적은 바로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아이의 잠재적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 재능을 발견하였다면 그것을 편견 없이 지지하고 도와주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꿈을 디자인해 나가도록 인내하고 믿는 것도 중요하다. 김민숙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공부하기> 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자 한겨레 2012.5.14 |
이전글 | 특수학교 교사 |
---|---|
다음글 | 학교 선생님만 교사인 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