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더 좋은 선생님께

사랑하는 개똥이들을

양보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내 개똥이들은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 선생님 : 개똥이아빠
  • 학생수 : 남 15명 / 여 9명

(개똥이네 겨울이야기3) 12월의 중간지점을 지나며...

이름 김지환 등록일 17.12.15 조회수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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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12월의 딱 중간이네요. 12월 15일.
가끔씩 작년 재작년 개똥이네 파일을 뒤적거립니다.
혹시 올해 아이들에게 해줄 것들은 없는지 그리고 놓치는 것들은 없는지 살피려구요.
그러다보니 작년 딱 오늘 재미난 파티가 있었더라구요.
애들이 초코파이 情과 요구르트로 제 생일상을 차려주었답니다.



제 나이가 29이라고. 생신은 30주년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기특한 녀석들^^

주의! 실제 생일과 차이가 날 수 있음.


  첨이었어요. 제자들로부터. 저는 제 생일을 알리는 것을 꺼려하거든요. 심지어 가족에게도.
  신기한건 아이들이 뭘 보고 그리 생각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실제와는 다를 수도 있기에.^^
 작년 12월 15일은 초코파이로 생신상 차려놓고 어린이날?로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기들이 더 신나하던...
  참,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제 생일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뒤늦게 축하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니 오해마세요. ^^


 전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개똥이들 생각에 잠겨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게 주어진 삶을 게을린 하지 않습니다.
개똥이 부모님들과 편안해지는 시기가 오면 몇몇 분은 꼭 물어보십니다.
 개똥이아빠는 열정도 많으시고 개똥이들을 위해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드는데 집에서는 좀 꺼려하시겠다고.
그럼 제가 한마디 합니다. 우리 엄마는 언제나 그러려니~ 한다고^^
하루, 일주일, 한달 제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은 개똥이들을 위해 사용하거나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데 씁니다. 그러면서도 제게 주어진 일은 미루지 않는 편입니다.
 이런 여유가 가능한 것은 제 사회적 에너지를 관계를 맺고 모임을 갖고 술을 마시거나 때론 자기만의 여가시간을 가지는 등에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되게 단촐한 패턴대로 살고 있어요. 동선도 단순해요. 학교 집 도서관 신앙생활 이게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또래나 교직사회에서 왕따는 아닙니다.^^ 이웃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라면 고민도 함께하고 있어요.


서두가 길어졌어요.
12월의 중간지점을 통과한다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
요즘 제가 고민에 빠진 건 다름아닌 겨울의 불청객 독감과 여러 질환으로 학교로 오지 못하는 개똥이들이 계속해서 생긴다는 겁니다. 12월 4일을 기점으로 우리반 모두 모여 하루를 보내보질 못하고 있네요. 제가 계획한 개똥이네 일정도 계속 수정될 수 밖에 없게 되었구요.
그러나 계획보다 중한 것은 역시 개똥이들이 건강한 것이겠죠.
걱정도 되기도 해요. 어제는 위염으로 며칠째 나오지 못하는 서준이가 걱정되어 통화도 했습니다. 서준이는 며칠째 잘 먹질 못하고 입원해 있습니다.
어제는 준서가 다시 열이 오르고 오늘은 지민이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어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다 모여서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번주는 비가오면 역할극과 그림자연극제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빈자리를 느끼게 되어 한편으로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제가 계획한 교과별 시험(4학년 핵심요소 성취도평가)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개똥이들이 역할극을 하며 국어책에서 라면 끓이는 선생님을 소환한 하루!

개똥이아빠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죠. 라면셰프 개똥이아빠.


  다음주면 서서히 학년말 정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답니다. 그리고 아이들 5학년 올려보낼 준비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곧 반편성도 하게 되겠지요. 
  학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인데 혹시 제게 전할 말씀들이 있다면 흔쾌히 응하겠습니다. 욕을 하셔도 웃으며 담아내겠습니다. 담임과 언제한번 편하게 얘기해보겠습니까? ^^ 그러지 않아도 다음주 오후는 개똥이맘 2분과 따뜻한 교실에서 차를 나누는 시간이 예약되기도 했습니다.


  참, 아쉬운 이야기 하나.
우리반 부모님들이 정말 분주하신가봐요. 사랑하는 아이들 알림장 확인이 안 될 정도로. 읽고 확인하는데 빠르면 10초. 아이들과 주고받는 대화포함하면 3분이면 족한데...
제가 부모님들께 보내는 첫 편지와 홈피에도 알림장을 중요시 여긴다고 강조하고 알림장을 통해 간곡히 말씀드렸는데 1년동안 전체가 받아 온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사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알림장 확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림장을 통해 또는 홈피에 글들과 사진과 영상을 통해 아이들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제 나름의 생각과 그런 시간들이 하루 하루 5분만이라도 지속되면 아이와의 관계도 참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정말 적어지거나 단절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면 부모님들도 힘드시고 아이들도 마음을 닫기도 해요. 아이들과 아무말 대잔치를 하더라도 5분이라도 매일 매일 한다면 격동의 시간을 갖는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도 빨라집니다. 저는 개똥이들을 매년 키워보고 중학교도 보내보고 고등학교도 보내보고 대학교도 보내보고 결혼하는 것도 지켜보고 같이 선생님이 되어보기도 하니 알잖아요. ^^
제가 홈피에 사진이든 글이든 영상이든 아이들과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넉넉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미리 홈피보고 아이들과 얘기나누면 아이들 얼굴도 참 밝아져요.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맨날 자기의 생활과 생각에 관심도 없으며 잔소리하는 부모의 잔소리는 아이들이 기가막히게 파악하고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큰 통로는 관심과 애정입니다. 자주 어울려주고 때론 장난도 치고 말걸어주고 자기들이 가진 생각을 충분히 담아내고 그 마음까지 잘 보고 있으니 제 말은 나름 잘 먹히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저와 함께 있는 동안 알림장 쓰는 날이 15번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알림장을 통하든 다른 방법을 하든 작은 것부터 해보세요. 1분부터 시작하고 5분이면 충분하답니다. 잔소리 5분은 아니에요. ^^


  그리고 개똥이 한 명을 이 자리를 빌어 칭찬하고 싶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한가지 일기! 그걸 자의든 타의든 어찌되었건 꾸준히 써온 찬민이입니다.
글로서도 저와 소통하며 주고받은 글들이 꽤 많아요. 그리고 찬민이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생활에 대해 감히 저는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찬민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맘으로도 통하는게 있답니다. 일기의 위력이지요. 아이들이 일기를 써오면 저는 일기내용을 거의 다 머릿속에 정리해요. 거짓말 같지만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외우는 특기를 주셔서. 그리고 매일 매일 일기장에 5줄이든 7줄이든 댓글을 달아줘요. 그것이 1년이 되니 서로 참 편한사이가 됩니다. 연애하는 애인들이 매일 손편지를 주고받는다고 해보세요. 그렇게 한다는게 어렵지만 하고나면 얼마나 가까워지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공감과 공유가 일어날까
뭐 지금이라도 작정하셨다면 며칠이라도 아이들 다그쳐서라도 일기쓰게 하세요. 제가 가정에 방문하여 일기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부분도 첫편지에 강조하며 썼던 내용인데.
아마 올해 부모님들과 개똥이들은 답장을 달아줘야 하는 제 팔이 아플까봐 정말 통큰 배려를 하신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어른 개똥이인데 제가 써주었던 댓글달린 일기장을 간직하는 아이들이 꽤 있답니다.
어른되어서 읽으면 더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어른되어 만나 일기 얘기하면 아직도 서로 즐거워요.



또 말이 길어졌네요. 10시가 코앞이에요.


다음주는 모쪼록 개똥이들이 건강한 한주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전 얼마남지 않은 시간 개똥이들을 위해 하얗게 불태워보겠습니다.

별로 반응 없고 말씀도 없으셔서 무심한 듯 해도 항상 저를 믿고 따라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반 홈피도 제대로 보시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 – 이 글도 안보시려나...-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하교전에 미리 글과 사진 보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참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잘 반응할겁니다.


모쪼록 건강한 주말 되세요.

개똥이네 가족 모두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엔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 나와 일주일을 온전히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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