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더 좋은 선생님께

사랑하는 개똥이들을

양보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내 개똥이들은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 선생님 : 김지환
  • 학생수 : 남 14명 / 여 12명

개똥이들과 첫 한달나기!

이름 김지환 등록일 16.03.31 조회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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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들과 한달나기!

 

늘 탁상달력 스케줄을 보니 ‘개똥이들과 한달나기 쓰기’라고 써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오늘이 3월의 마지막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지도 모릅니다.

오후 바깥에 설치된 온도계는 19도를 향해 있습니다.

 

디어 산책로에 살구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어요.

양지바른 곳에 있는 녀석들은 성격이 급한지 오늘 끝장을 볼 기세로 흰색 기지개를 마구 터뜨렸습니다. 한 달이 금세 지나가네요. 다음 주 초에 만개하면 개똥이들 데리고 산책다녀오겠습니다.

 

늘 리코더 연주에 시간을 더 할애하며 아이들과 마음을 맞추었습니다.

이제는 개똥이들이 파트를 나누어 2중주로 제법 어울리게 연주합니다.

6교시에는 날씨가 너무좋아 학교뒷편 외태불 생태공원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다가 들어왔습니다.

개똥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줄 몰랐습니다. 난리났어요. 담에도 종종 어디든 데리고 다녀야겠습니다.

4교시에는 개똥이들과 대화하듯이 수업을 하며 ‘선생님이 사랑하는 개똥이가 됩시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해 보았습니다. 3월은 어느 해나 개똥이들이 서로 마음을 맞추는 단계라 서로 간의 오해와 갈등, 다툼 등이 종종 일어난답니다. 그런데 4월을 지나며 자연스레 없어지죠. 오늘은 그 길목에서 개똥이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하여 중요한 수업을 했습니다.

 

 1,2,3학년 때와 다르게 마음을 넓게 가지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마음도 편해진다고 전했습니다. 넘어갈 법한 소소한 장난이나 소화할만한 이야기에 너무 큰 반응과 저학년 때처럼 대응하는 것을 좀더 성숙하게 바꿔보기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넓은 마음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자기 마음을 다스려 나갈 때 가능하니 선생님과 함께 해보자고 했습니다. 또한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 그리고 약점을 들추어내서 괴롭히는 것은 아주 비겁한 학교폭력이고 이런 일을 하는 개똥이는 이 교실에서 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3월을 보내다보면 크고 작은 일에 서운한 마음을 가지는 개똥이들이 생기기도 하고 친구들의 장난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스스로 토라지거나 부모님께 응석을 부릴 때가 많답니다. 새학기라 그렇지 않아도 긴장이 되고 바짝 예민하신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괴로움이니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고 해결받고 싶은 마음이 드실겁니다. 그러한 조바심 잘 알고 있지만 제가 섣부르게 개입하거나 직접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한답니다. 이런 다툼과 갈등, 오해와 응석, 속상함들이 개똥이가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고 우리반이 개똥이네가 되어가는데 필요한 수업거리입니다.

 

행히 우리반 아이들이 저를 어려워하지 않고 가까이서 상담하고 편지쓰고 일기로 나타내주어 정말 좋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우리는 함께 내어놓고 고민하고 해결해 갈겁니다. 다툼이나 갈등의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배우게 되죠. 아이들의 문제가 제 입으로 우리반에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것이죠. 당사자가 서로 껄끄러워지지 않냐고요? Never. 오히려 뒷말이 없어지고 모두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다른 곳에서 마저도 가십거리로 던져지는 일은 없답니다. 그리고 내 편이 되어달라는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뒷담화형식은 과감히 제재합니다. 제가 싫어하죠. 그리고 아이들은 그것이 자연스럽게 의미가 없음을 알고 하던 버릇도 버리게 됩니다. 가급적 여러 방면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을 익히도록 계속해서 안내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법을 알면 갈등은 있어도 다툼이 없고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한답니다. 때론 제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여 나타내기도 하고 즉흥적인 역할극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방법과 말을 고민하게 하고 제안하게 합니다. 이러한 연습을 몇 번 하게 되면 제 아이들은 개똥이로 하나가 되어집니다. 다른 반 아이들과는 다툼과 분노가 생기기도 해도 우리반 안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해 개똥이들이 작년 재작년 개똥이들이 놀러오는 형태를 보고 간혹 놀랍니다. 남자 여자 구분없이 자연스럽게 오거든요. 개똥이로 거쳐간 아이들끼리는 대화도 잘 되고 남녀를 떠나 잘 도와주는 관계가 된답니다. 그걸 바라보는 저는 의좋은 형제와 각별한 남매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

올해 제 아이들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제 결론적으로 부모님들께 한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우리반 개똥이들 모두를 저와 함께 품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2~3학년때 같은 반이었는데 사이좋지 않았던, 부모님들끼리 이런 저런 석연찮은 일들로 서원해지셨던,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던...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리반 개똥이들을 대할 때 좀더 어른스럽게 그리고 좀 거시적으로 그리고 폭넓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품는 폭을 내 아이에게만 국한시키지 말고 모두가 내 아이인 것처럼 그 폭을 넓게 가져가 주시고 혹여나 제가 모르는 내용이나 풀어가야 할 상황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한 마음을 가지고 저와 함께 나누시고 조급함보다는 보다 넓은 사랑의 안목으로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쨌거나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간혹 영악함을 가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어리숙합니다. 아이들이 전해오는 말을 잘 호응하며 들어주시되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객관적 시야를 가지도록 해주시고 어른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제가 아이들과 함께 서로 고민해가며 해결해가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런 일들도 정말 필요한 좋은 공부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달 동안 새로운 교실, 새로운 반친구들, 새 선생님을 만나 생활하느라 아이들이나 부모님이나 적잖은 긴장으로 보내셨을텐데 3월의 마지막 날 기지개 활짝 펴시고 다가올 싱그러운 4월을 기대해보시면 어떨까요?

 

 

p.s 개똥이들이 자신을 표현한 6각딱지 내용을 한번 보실까요?

(아이들 이해하는데 모티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에 주목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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