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선생님은

        너희들이

       곁에 있어

      참 행복했다.

          사랑해...

개똥이라 불리운 날들...
  • 선생님 : 개똥이아빠
  • 학생수 : 남 12명 / 여 11명

개똥이마을에 12월이 찾아왔어요.

이름 김지환 등록일 22.12.01 조회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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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교실 뒷편은 겨울에 새겨질 공간만 남았습니다. (개똥이네 환경판)

 

 여느 해보다도 따뜻했던 겨울날이 12월 들어서자 바로 매서워지네요. 

 개똥이네 11월은 못다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덩달아 제가 맡은 생활지도, 학교폭력, 상담관련 업무도 성수기를 맞아 하루하루 바삐 지나갔습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저는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개똥이들과 보낼 시간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한정되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러하고 놓친 것들이 없는지 수시로 되돌아보기 일쑤입니다. 부단히 11월을 보낸터라 조금은 덜 하겠지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인 듯 하루 하루 지나니 마음 속은 날로 조급해지네요.

 

 최근에는 즐겨 부르던 곡을 리코더로 연주해보는 개똥이네 콩쿨을 열었습니다. 학습발표회는 없지만 콩쿨형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곡을 제시해도 곧잘 연주합니다. 많이 늘었어요. 이렇게 배운 리코더는 아이들의 자신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한번 배우면 손과 호흡이 기억을 하여 다시 연주해도 금세 실력을 회복할 겁니다. 무엇보다 리코더를 통해 음악과 가까워지고 다른 악기연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되리라 생각됩니다. 

 리코더 콩쿨 결승전에 오른 6명의 개똥이들 중에 최고의 연주는 현균이가 차지했고 그 다음은 연화와 찬이가 뽑혔습니다. 물론 이 대회 심사위원은 제가 아니라 개똥이들입니다. 특별히 이 아이들에겐 연주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외국산 리코더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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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선물을 받은 리코더콩쿨 수상자들. 현균, 찬, 연화.

 

 다른 개똥이들이 많이 부러워하는 눈치라 오늘은 문어의 꿈과 신호등을 외워 연주하면 누구에게나 선물을 주기로 정했습니다. ^^ 아무래도 상품을 더 주문해야할 것 같아요. 이 참에 리코더 고수의 반열에 모두 오르기를~~~ 

 

리코더 콩쿨영상 (11.17.)

 

 지난 주는 과학시간에 배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그림자연극에 도전했습니다. 개똥이들이 직접 시나리오도 써보고 역할을 정하고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읽었던 책 내용도 좋고 영화나 드라마의 일부분도 좋고 꾸며쓴 이야기도 좋다고 소재를 열어놓았는데 온통 개똥이와 개똥이아빠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요즘 개똥이들은 개똥이부심을 넘어 개똥이 종교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반 선생님 말로는 제가 꼭 개똥이들 떼거지로 달고 다니는 개똥이 교주같다고... ^^ 

 그림자 연극제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서로 도와가며 연출하는 모습이 흐뭇했고 실감나게 표현한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빛(광원)과 물체가 가까울수록 그림자가 커진다고 강조했는데 그림자놀이를 하며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개똥이네 그림자 연극제 (11.24.)

 

 쉬는 시간에는 여전히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공기놀이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고스돕을 하는 주부도박단 같기도 하고...^^; 교실에 비치한 100개는 족히 넘는 공기돌은 이미 바닥입니다. 재밌나봐요. 우리반 모두가 참여하는 공기놀이대회를 열었는데 아무리 해도, 도전자의 도전을 받아도 결과는 같습니다. 개똥이 공기왕은 단연코 단아입니다. 제가 단아에게 도전해도 어려울 것 같아요.^^

 

 가을에 시작했던 여러 가지 독서미션 중에 나만의 책 만들기가 있었는데 만들었던 책을 영상으로 제작해보았습니다. 표지를 포함해 10쪽의 책이었지만 개똥이들이 친구들의 책을 돌려보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칭찬한 작품도 여럿입니다. 몇 가지 책을 제가 직접 읽어주기도 했답니다. 자기가 만든 글과 그림을 하얀 공간에 정성스레 옮겨놓은 아이들도 있고 상상속의 이야기를 더 터무니없게 만들어 재미있던 글도 있었고 원본의 책 내용을 바꾸어 표현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나 하나 스캔하여 만들려니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 참에 아이들 작품을 더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참, 가을에 시작한 개똥이아빠 선정도서 30권 읽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30권을 넘어선 개똥이가 현재 3명(본유, 연화, 승환)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10명 이상은 도달할 것 같아요.

 

여자개똥이들 작품
남자개똥이들 작품

나만의 책 만들기 전시회(11.23.)

 

 12월의 첫 날 오늘 아이들 표정이 조금은 우울해보였습니다. 바로 개똥이네 첫눈이벤트가 하늘로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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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뉴스 소진섭 기자) 충북지역에 올겨울 첫눈이 관측됐다.

30일 청주기상지청(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경 청주에서 첫눈이 관측됐다.
이날 청주에 내린 첫눈은 지난해보다 8일, 평년보다 7일 늦은 것이다.
지난해 청주의 첫눈 관측일은 11월 22일이다.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로 인해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도내 중·남부지역에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고 청주기상지청은 설명했다.
출처 : 충북뉴스(http://www.cbnews.kr)

 

 선생님이 되고 나서 빠짐없이 하던 것들이 3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생일날 어부바하고 교실한바퀴, 또 하나는 개똥이들 써오는 일기장에 선생님의 글 빠짐없이 남기기. 마지막 하나는 수업하다가 눈이 내리면 수업을 그치고 바로 짜장면 먹기. 소소한 것이지만 어른이 된 개똥이들이 오래 기억하는 세가지이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그저께 사라졌어요. 하필 새벽에 눈이 내렸기 때문에... 안 본 걸로 하려고 했지만 뉴스에도 나오고.  이 아쉬움도 아쉬운대로 오래 기억되기도 하니. ^^   당첨은 순전히 하늘의 몫입니다. 

 

 제게 허락된 한 달. 

 이제 남은 시간 더 아끼며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1년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한편 부모님으로서는 내년의 아이들 상황도 그려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대되는 일도 있을테고 걱정되는 문제도 있을테고. 

(제게 익숙했던 아이들이라 내년의 환경에 있어 걱정 아닌 걱정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개똥이들을 올려보내지만 저를 거친 개똥이들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답니다. 실제로 그래요.^^.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부단히 소통을 하고자 하는 교사였는데 제 말만 하는 교사가 아니었는지 반문해보며 다음 주는 부모님들의 노크소리도 경청해보겠습니다. 지금 쓰는 이 글에도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 이어질 줄 모르겠으나...^^ 저와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는 한 분이,  선생님 글은 한번의 마음으로는 안되고 세번은 마음먹어야 댓글이 가능하다고 한다는데... ㅡㅡ; 많은 생각마시고 그냥 편하게 남겨주세요. 문자나 전화도 좋구요. 소통은 그 물꼬가 트면 쉬워집니다.  홈피라는 것이 공개와 확장성을 가진 터라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SNS를 별도로 하지 않는 제게는 휴대폰 문자와 더불어 유일한 소통의 창구이기도 합니다. 복대동 유일의 019 번호를 사용하다가 스마트폰으로 바꾼지도 2년밖에 안되었답니다.^^ 그 흔한 카톡방 경험도 2년. 제가 카톡도 안해서 불편해하던 지인들이 세상을 왕따시킨 개똥이아빠라고... ^^ 스마트기기를 잘 다룰 것 같지만 아직도 개똥이아빠는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게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풍요롭게 하는 수단과 같습니다. 

 

 끝으로 개똥이들이 친구들과 마음을 맞춰 종종 연주하는 캐논3중주를 들려드립니다. 

개똥이교실의 온기를 느끼며 좋은 주말 되시길.

 

캐논3중주는 친구들과 마음을 맞추기에 참 좋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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