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사랑하는 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우리.
애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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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민유미 | 등록일 | 17.06.27 | 조회수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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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 강노인은 오늘도 닭이 홰를 치는 소리에 찌뿌둥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어젯밤부터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아서 오늘 아침도 공복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강노인은 오랜만에 산책이 하고 싶었다. 강노인은 뒤뜰로 나갔다. 별다를 것 없는 뒤뜰의 풍경들. 오늘도 뒤뜰 외진 곳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창고가 보였다. 여전히 낡았고 여전히 작다. 이 곳으로 온 이후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이다. 강노인은 문을 열었다. 창고의 문을 열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는 흔적을 맞이한다는 듯이 ‘끼익’ 소리와 함께 먼지더미들이 강노인 을 반겨주었다. 쾌쾌한 창고냄새, 반쯤은 부서진 창문, 구석에 방치되어있는 작은 향수하나. 사실 강노인에게는 2명의 형제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없이 살아온 든든한 버팀묵이 되어주던 동원. 작지만 항상 엷은 미소로 화답해주던 승관. 강노인의 눈에는 조그마한 액체들이 하나둘씩 고이고 있었다. 이 큰집의 주인인 민철의 외동딸 이었던 송이가 승관을 좋아했었다. 송이는 소유욕이 너무 강했다. 그런 송이의 집착과 구애를 버티지 못했던 승관은 송이에게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하였다. 동원은 3형제가 먹을 저녁거리를 사러가다가 비오는 날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전화를 받은 강노인은 머리가 하얘지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강노인은 동원에게 뛰어갔다. 그러나 강노인을 반겨주는 것은 피로 범벅이 된 동원의 모습이었다. 곱게 누운채 흰 천을 덮어쓰고 있는 동원이었다. 강노인은 평생 좋은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멀리 떠나간 동원과 승관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두 형제가 모두 죽고 난 후, 강노인은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왔다. 남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일하고, 다들 유학가고 대학갈 때 강노인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강노인은 지금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의 과거 회상 때문인지 강노인의 눈 속에선 뜨거운 액체들이 서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노인은 송이를 증오했다. 그때까지도 송이를 미워했다. 송이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고백을 해오기 전까진 말이다. 얼마 전, 뒤뜰에 앉아 쉬고 있는 중 이었다. 그 때 뒤뜰로 들어오는 송이였다. 송이는 강노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좋아해” 라고 수줍은 소녀처럼 고백을 해왔다. 과연 이게 송이의 진심이었을까. 강노인은 흔들렸다. 사실 예전에 강노인은 그녀를 좋아했다. 다니엘만 바라보던 그녀를 강노인은 증오했다. 아니 애증 했다. (애증: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것) 하지만 강노인은 동원과 승관에게 미안해서라도 송이의 고백을 받지 말아야 했다. 속은 실로 말할 수 없이 아팠다. 그리고 오늘, 그 길고긴 인생의 막을 내리려고 한다. ‘부디 다음 생 에는 아무 걱정 없이 이 세상 속 나와 너만 존재할 수 있도록 꼭, 그렇게 만나자.’ “내가 널 애증해.” (애증: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것) 오늘따라 빛나는 달빛아래서 강노인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오늘따라 달빛이 슬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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