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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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혜지 | 등록일 | 16.03.10 | 조회수 | 82 |
아침부터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아마도 오늘 2교시에 실시한 학급 임원 선거 탓일 거다. 어른들에게는 '뭐,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사실 스물 일곱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스물 일곱 가지의 역할들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거늘, 아이들에게는 '반장', '부반장'이라는 그 명함이 크게 중요하게 느껴져 그런가 보다. 아이들의 그런 심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정돈할 겸 최대한 덤덤한 듯 근엄하게 "조용! 2교시가 되기 전까지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고는 아침 자습을 시작했다. 1교시 실과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던 선거 시간이었다. 뜻밖에도 스스로 손을 들고 직접 후보로 나서는 씩씩한 아이들이 많아,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다들 공약 발표 준비도 어찌나 잘 해왔는지 내가 학생이라 해도 '누구를 뽑아야 하나?' 고민하느라 괴로웠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후보로 나온 여섯 명 아이들 모두 당선시켜 1학기, 2학기로 나누어 임기를 정해주고 싶었는데 국원초등학교는 학급임원도 임기가 1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당선되지 못할 아이들이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당선되지 못한 아이가 "선생님, 저 진짜 속상해요." 하는 거다. 물론 나도 덩달아 속상했지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6학년 때도 기회가 있잖아." 그렇게 말했다. 당선된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축하하고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당선되지 않은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크게 축하해주지 못했고, 낙선한 아이들을 보듬어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당선된 아이들이 서운해 할까 싶어 위로 역시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자식을 여럿 둔 부모의 마음이 아마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당락의 결과를 떠나 용기 내어 출마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 모든 과정들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그런 친구들을 통해 용기낼 줄 아는 멋진 아이들이 더 많이 생겨난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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