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5반

 

자기 혼자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무엇을 경험했는지보다 

친구들 앞에서

얼만큼 어떻게

구술 발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스스로! 더불어! 책으로!
  • 선생님 : 정성우
  • 학생수 : 남 12명 / 여 13명

증거의 시대

이름 정성우 등록일 20.04.03 조회수 92

만일 생일에 선물을 받지 못한다면, 부모님이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 지금까지 생일상을 차려주시고 선물을 주었어도 올해 생일을 잊거나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면, 이젠 날 미워하시는 것이라고 믿겠지? 어린이날에도, 크리스마스 때에도 아무런 이벤트 없이 그 날들을 보낸다면 집밖으로 나가고 싶을 거야.

 

어떤 선물도 받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 너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젠 가출해도 괜찮아.’ 처음엔 이 말을 믿지 않았지. 그렇지만 계속 선물을 받지 못한다면, 점점 믿을지도 모르지. 10년 넘게 가족으로 있어도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있어. 10년의 믿음, 10년의 사랑, 10년의 우정이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거든.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니 불안하였지. 눈에 보이는 것이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시대가 되어버렸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손을 소독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마음 편하게 갈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어. 부처님도 하느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치료해주지 않잖아. 누굴 믿을 수 있겠니. 사실 그분들도 눈에는 보이지 않아.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해. 416일부터 개학이라고 하는데 믿어지지가 않아. 지금도 이렇게 연락이 되지 않는데 그 때가 되면 잘 될지 믿을 수가 없어. 학교를 다닐 때도 공부가 서툴렀는데 집에서 혼자 할 때는 더 잘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 그래서 증거가 필요해. 너희들이 가상의 온라인 학교에 들어왔다는 증거, 그 학교에서 책을 펼치고 듣고 보고 있다는 증거, 본 것과 들은 것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 공부한 것을 충분히 익혔다는 증거 등이 필요해.

 

다음 주 부터는 증거를 보여주는 연습시간이야. 그렇지 않으면 개학을 했는데도 아직도 출석을 안 한 학생이 생기겠지.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 아마 자기가 지각을 한지도 모를 거야. 결석을 한지도 모르면 정말 걱정이야.

 

지우와 가연은 2월에 생일이고, 서현과 지호는 3월이 생일이군. 새로 전학 온 윤서도 3월이 생일이야. 함께 생일을 축하하지 못해서 아쉽네. 5반 담임 선생님은 교과 학습보다 생일 축하 활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함께 하지를 못했어. 생일 선물은 잘 받았지? 부모님이 너희들을 사랑하는 증거는 받았겠지. 그런 증거가 없어도 부모님은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어. 쓸데없이 의심하지 마. 글쎄, 사기춘이면 모르지. 하지만 난 너희들의 증거가 필요해. 정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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