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강아지가 어떤 기분(정서, 감정 등 여러 용어가 쓰이는데, 심리학에서는 보통 정서라는 단어를 대표로 사용한다.) 상태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은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는 소리나 하는 짓으로도 알 수 있지만 아마도 가장 잘 정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얼굴 표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상대방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얼굴 표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 셈이다. 우리의 기분은 어떤 얼굴 표정으로 나타날까? 우리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어떻게 파악할까?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처럼, 웃는 얼굴 표정을 하면 행복해 질까? 얼굴 표정을 통한 정서의 표현에 관한 흥미로운 몇 가지 심리학 연구 결과를 이야기 해보자. 얼굴 표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다 정서의 표출과 전달, 즉 상대방의 마음 읽기에 얼굴 표정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 심리학자가 처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진화론의 창시자로 잘 알고 있는 다윈을 정서 연구자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72년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정서 표현]이라는 책에서 정서 표현이 진화론적으로 중요하며, 사람과 동물들이 특정한 방식의 얼굴 및 자세 표현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표현들은 유기체들이 자신의 내적 상태에 대한 정보를 서로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정서 표현은 한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자기가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겠다는 것을 표출하는, 전달자나 수용자 모두에게, 편리한 방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집단을 이루며 사는 늑대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이를 드러내며 화난 공격성을 표출하고, 낮은 서열을 인정하는 다른 늑대가 머리를 낮춰 두려움을 표출한다면 굳이 싸우지 않고도 평화로운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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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다양한 표정 <출처 : NGD>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진화론적으로 가장 고등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정교하게 분화된 사회 집단을 발전시킨 인간에게서 정서의 표출이 가장 발달되었으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아울러 정서의 표출과 이를 읽어내는 능력은 인간이라는 종에 공통적인 특성일 것이라는 가정도 해볼 만하다. 이 역시 사실은 다윈의 통찰이다. 그는 보편성 가설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주장을 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정서 표현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예를 들어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은 자신의 행복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 미소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행복한 상태라는 것을 읽어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서를 표출하는 얼굴 표정은, 우리가 서로 의사소통하는 말과 글 같은 또 다른 소통의 도구인 셈이다. 물론 언어의 단어는 대상과 인위적인 관련성을 갖는 상징(symbol)이지만, 얼굴 표정은 정서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신호(sign)가 되는 차이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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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연구 결과가 이러한 생각을 지지한다. 우리는 보통 다른 민족(예, 인도인이나 아프리카인)의 개인들을 얼굴로 구별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그 민족 사람의 다양한 얼굴을 본 경험이 적어서, 그 민족 사람의 얼굴 모양이 갖는 공통성만 눈에 들어오고,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는 지각적 식별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얼굴 정서 표현은 상당히 정확하게 읽어 낸다는 것이다.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모두 미소를 행복의 표시로, 찌푸린 얼굴을 슬픔의 표시로 알아보고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거의 없이 생활하는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들도 미국인들의 정서 표현을 미국인들과 거의 같은 정도로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으로 상대방의 정서를 읽어내는 능력이 문화적인 학습 결과가 아닌, 진화론적으로 결정된 타고난, 그러기에 보편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상실한 장님들이나, 얼굴 표정을 본 경험이 적은 신생아도, 우리와 같은 얼굴 정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보면, 보편적인 정서 표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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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보통 다른 민족의 개인들을 얼굴로 구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모두 미소를 행복의 표시로 알아보고 구분할 수 있다 <출처 : NG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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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웃는 것일까 아니면 웃어서 행복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정서가 얼굴 표정으로 드러날까? 아니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내적인 기분이나 감정 상태를 겉으로 즉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얼굴로 얼마나 다양한 정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뛰어난 연기자들이 극의 상황에 따라 짓는 다양한 얼굴 표정들을 보면 경이로운 게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들은 보통 인간의 여섯 가지 기본적인 정서인 “화, 혐오, 공포, 행복, 슬픔 및 놀람”의 얼굴 표정을 사용해 얻어진 것이다. 물론 수치심이나 당황스러움과 같은 다른 정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 우리의 얼굴에는 43개의 근육들이 있어서 10,000개 이상의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러기에 놀라울 정도로 미묘하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정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에크만(Paul Ekman)은 인간 얼굴이 보여 줄 수 있는 근육 운동을 목록화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우리의 정서 상태와 관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앞에서 예로 들었던 행복한 정서 경험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인 미소의 경우, 양쪽 입술 끝을 위로 당기는 근육과, 눈의 바깥쪽 끝 부분을 주름지게 하는 근육의 운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정서 상태를 읽을 수 있고, 얼굴 표정을 연기해야 하는 연기자에게 지침을 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앞으로의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대가 된다.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은 연기자들의 정서적인 얼굴 표정에 관한 것이다. 연기자들은 매번 우선 정서 상태를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는 것일까, 아니면, 특정한 정서를 나타내는 얼굴 표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연기하는 것일까? 특히 후자라면, 얼굴 표출에 상응하는 정서 경험이 일어나게 될까 아니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로만 연기할까? 연기를 해본 경험이 없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시작을 했건 생생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연기자가 실제의 정서 경험을 하고 있어야 될 것처럼 생각된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생각이, 얼굴 표정이 거기에 상응하는 정서 경험을 만들어 낸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 이다. 즉 정서적 얼굴 표출이 그것이 나타내는 정서 경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필을 입술에 물고 있도록 요구받을 때에 비해, 연필을 이로 물고 있도록 요구받아, 미소의 특징인 입 꼬리가 올라가도록 했을 때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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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특징인 입 꼬리가 올라가도록 했을 때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도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이 우리의 행복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신호이기에 즉, 표정과 감정이 강력하게 연결되어 거의 하나이기에 어느 것에서 시작했건 동일한 상태에 빠지는 것인 아닌가하는 추측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제는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다. 여하튼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기분이 울적하고 우울할 때는 거울을 보면서, 입 꼬리를 올리고 얼마동안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을 해볼 일이다.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온 몸을 쫙 펼치고, 심호흡도 하면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자, 여러분들도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을 하며 행복하게 하루를 지내시길 비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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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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