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 |
|||||
---|---|---|---|---|---|
작성자 | 신혜수 | 등록일 | 15.09.20 | 조회수 | 41 |
제발 오지 않기만을 바랐던 날이 다가왔다. 9월 18일. 우리학교 전교생이 다 같이 1박 2일로 국토순례를 가는 날이다. 나는 무릎 다쳤던게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태라 엄마가 미리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학교에서 쉬기로 했다 하더라도 긴 시간을 혼자 지내는 건 지루해서 싫었다. 그런데 아침에 다시 여쭈어보니 학교에 남지 말고 같이 걷다가 힘들면 중간에 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해서 아침엔 다른 애들과 같이 강천초등학교로 가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불과 30분 정도가 지나서 무릎에 이상한 느낌이 오는 것 같길래 선생님이 아프기 전에 바로바로 말 해서 차를 타고 가라고 하셨어서 말씀을 드리고 교감선생님차를 타고 갔다. 뜨거운 햇볕아래서 걷는 것 보다는 쉬는게 더 나을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던 것 같다. 쉬는데 재미있는 애가 없으니까 심심해서 미칠 것 같았다. 마치 할 일 없는 일요일 같았다랄까? 정말 토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후에는 무릎이 아플 것 같을 때가 아니라 아파서 힘들어도 좀만 참고 걸으려 했다. 그런데 노래 틀고 흥이 잔뜩 오른 상태로 걸어서 그런지 1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 나은건가?하는 생각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가 좀 더 지나니 점점 무리가 가는 것 같길래 다시 교감선생님 차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탄지 얼마 안되서 바로 온천축제가 열리는 곳 무대에서 모두가 쉬었다. 그리고 교감선생님께서 이제 정말 쓰러질 것 같은 사람 태워야 한다고 다 내리라고 하셔서 쉬면 괜찮아질 것 같길래 그냥 걷기로 마음 먹었다. 앉아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한 20~30분 정도 쉬고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애들은 또 걷냐며 약간 놀란 것 같았지만 교감선생님께서 내리라고 하셨고 좀 쉬었으니까 괜찮다고 하고서 같이 걸었다. 그렇게 또 1시간을 걸었더니 이젠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아까 들은 말이 있으니 차를 타겠다고 하기도 뭐하고 해서 애들한테 투덜거리면서 걸었다. 그런데 옆으로 차 한대가 지나가는데 애들이 그 안에 아름이가 타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안 태워준다고 하셨으면서 쟤는 태우고 가는 이유가 뭔가 하며 좀 불평하기는 했지만 아름이도 아까 양 발등이 부어올라서 아프다고 했고 걔는 그게 견디기 힘든가보다. 하고 나는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걷기로 했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한 번 더 쉬는데 그 때 소윤이가 국어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다시 교감선생님 차를 타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온천축제장에서 쉬기 전에 차에 타고서 지금까지 계속 타고 온 줄 알고 계셨나보다. 왜 아직도 걷고있냐며 놀라셨다. 차를 타고 우리가 자기로 한 명진sp에 도착했다. 반대편으로 가면 애들이 있다고 그리로 가라고 하셨다. 나는 아름이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애들이 있었다. 애들이 미리 여기에 온 얘기를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좀 허무한 이유들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듣고나니 난 뭐하러 참고 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냥 내가 말 못하고 걸은 것도 있었지만 괜히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숙소에 들어가서 발에 물집잡혔다가 터진데서 또 물집잡힌 애들 발을 보니 나보다 훨씬 많이 걸은 애들도 있는데 혼자 불만에 빠져서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넓고 좋은 숙소도 있고 애들도 있으니까 기분이 금세 풀렸다. 조금 쉬다가는 내려가서 고기를 먹었다. 가져올 준비물을 정하는 과정에서 탈도 많았던 우리조였지만 그래도 각자 가져오기로 한 것들은 다 가져왔다. 그렇게 맛있는 고기를 먹는 도중에 우리중학교를 졸업한 언니, 오빠들이 왔다. 그 중에는 혜원이네 언니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는 작년 우리 담임선생님이셨던 정은숙 선생님도 오셨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올해 스승의 날 때 카톡 한번 드린 이후로는 연락 한번 안드렸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좋았다. 얼마전에 교장 선생님께서 작년 담임선생님이 오시면 어떨 것 같냐고,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셨던게 이것 때문인가 싶었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잠시 씻을 시간을 가지고 다들 한 방에 모여 교장선생님 말씀도 듣고, 매괴고 교감선생님 말씀도 듣고, 정은숙 선생님의 말씀도 들었다. 다들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다 같이 있는 방에서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서는 각 방에 들어가 고등학생 언니, 오빠 한명씩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방에 같이 들어와서 대화를 나누게 된 사람은 다름이 아닌 혜원이네 언니, 혜림이 언니였다. 친구 언니이기는 하지만 얼굴을 많이 본 사이도 아니고, 정혜원이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친한 친구 언니니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약간 경직돼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언니가 되게 친절하게 잘 해주고 말도 재미있게 해줘서 경직 되었던 몸이 조금 풀렸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식당으로 내려와서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 그 동안에도 아까 하지 못했던 얘기도 하고, 언니가 조언도 해주고, 무엇보다도 더 궁금한 것 있으면 혜원이한테 연락처 받아서 연락하고, 말도 편하게 하라고 해서 좋았다. 그냥 예의상으로 형식적으로 해준 말이였다고 해도 좋았다. 우리 오빠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식을 먹고 나서도 혜림이 언니랑 1학년 여자애들과 있었던 다운이 언니도 우리방에와서 더 얘기를 했다. 아쉽게도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고 언니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는 우리끼리 떠들고 놀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이번 캠프는 걷느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엔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뜨거운데서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는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게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 것 같다. 나도 힘들었지만 내 2배를 걸은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가고 혼자 빠져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혹시라도 이런 행사가 다시 잡힌다면 그 때는 내가 아픈 곳이 없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전글 | 類類相從 |
---|---|
다음글 | 울렁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