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나는 참 소극적인 것 같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두가 나를 보고있다는 생각이 들면 안면근육부터 목소리, 온몸까지 다 떨린다. 한동안 누군가의 앞에 나가서 발표같은 것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음악시간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나게 되었다. 음악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냐하면 이번 학기 때는 수행평가 중에 두 명이 짝을 이뤄서 중창으로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부르는 가창시험이 있다. 몇 주 째 연습을 하는데 애들이 영 감을 못 잡으니 선생님께서 알토에서 한 명, 소프라노에서 한 명 음을 잘 잡아내는 애들을 시범으로 나가서 마이크 잡고 부르라고 하셨다. 어쩌다보니 내가 소프라노 대표로 나가서 부르게 되었는데 나가는 순간부터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이크 음량 조절을 한다고 준하가 나와서 음량 크기 조절을 하는데 그 순간이 멈춰서 이대로 수업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음량 조절은 금방 끝났고 내가 노래를 불러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피아노 반주소리가 울려퍼졌고 곧 정혜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곧바로 내가 노래를 이어나갔는데 그 부분은 솔로부분이기도 하고 낮은 음이라 약간의 떨림은 있었지만 무리 없이 부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고음부분이 와갈수록 삑사리가 날까 긴장되어 손과 안면근육, 몸은 바르르 떨려왔고 결국은 미스터 츄 때의 악몽이 재현되었다. 몸은 점점 돌아가서 벽을 바라보고서 노래를 불렀으며 친한 애들 몇명과 연습할 때와는 다르게 가성으로 소리를 냈다. 목소리가 작으니 선생님께서는 답답하셨던 모양이시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냐며 좀만 더 크게 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싶어도 내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내가 많이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이자 정혜원이 안쓰러워보였는지 도와줬다. 정말 고마웠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은 완전 엉망으로 부르고서 들어왔다. 음악시간이 이렇게 안 흐르는 것 같고 힘들었던 건 처음이였던 것 같다. 수행평가 때도 이렇게하면 어쩌나 심히 걱정된다. 여태까지 앞에 나가서 발표했던 경험도 많은데 왜 아직까지도 그런건 고쳐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성격을 통째로 바꿔야 고쳐지려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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