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기운이 움돋는 대동강변에 산보삼아 나왔다.
'이날은 삼월 삼질, 대동강에 첫 뱃놀이하는 날이다. 까맣게 내려다보이는 물위에는, 결결이 반짝이는 물결을 푸른 요릿배들이 타고 넘으며, 거기서는 봄향기에 취한 형형색색의 선율이 우단보다도 보드라운 봄공기를 흔들면서 내려온다.'
그때 어느 사내가 부르는 민요 가락이 귀에 익어 말을 붙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 사내의 기구한 떠돌이 내력을 듣게 되었다.
사내의 고향은 '배따라기' 민요의 본고장인 영유에서 이십리 길 남짓한 작은 어촌이다. 조실부모한 뒤 제가끔 솔가한 아우와 이웃하고 살았었다. 이들 형제는 30호 남짓한 그 마을에서 그 중 넉넉하고 고기잡이도 능했으며, '배따라기' 노래 또한 잘 불렀다. 게다가 형이 되는 사내의 아내는 '촌에서 드물게 연연하고 예쁜'데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기까지 해서 사내는 뿌듯한 한편으로 시기심 비슷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의 역작용으로 구타하는 때가 잦았는데, 특히 아내가 늠름한 강골에 얼굴이 희어 멀끔한 아우한테 각별한 우애를 보이곤 할 때 못 참아했다. 그런 언젠가(작중 현재에서 19년전인) 불길한 조짐이 이들 형제한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아우가 영유고을로 나가 자주 외박을 할 때 아내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이 소문이 있은 뒤로 아내는 아우가 고을 들어가는 것을 벌레보다도 싫어하고, 며칠 묵어 나오면 곧 아우의 집으로 가서 그와 담판을 하며, 심지어 동서 되는 아우의 처에까지 못 가게 하지 않는다고 싸우는 일이 있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하다. 장날에 맞춰 고을로 출타하려는 그에게 아내가 거울을 사다 줄 것을 청해오자 기꺼이 약속했다. 그가 장을 보고, 아내가 부탁한 거울까지 사서는 기쁜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서자 뜻밖의 광경에 맞닥뜨렸다.
안방에는 떡상이 자리잡았고, 그걸 마주한 채 아우는 헝클어진 옷매무새로, 또 아내는 치마가 배꼽 아래까지 늘어진 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아우가 겨우 한다는 말이
"그놈의 쥐 어디 갔나?"
하는 게 아닌가.
그는 불문곡직하고 아우의 따귀를 몇 차례 때린 뒤에 아랫목에 우들우들 떨며 서 있는 아내에게 달려들어
"이년! 시아우와 그런 쥐 잡는 년이 어디 있어?"
하며 거꾸러뜨리고 짓찧었다.
그가 둘을 바깥으로 내쫓은 뒤, 방안이 어둑서니해진 무렵 성냥을 찾다 보니 낡은 옷뭉치 속에서 쥐 한 마리가 후덕덕 뛰어나왔다. 아뿔싸! 오해였던 게 분명했다.
이튿날, 아내를 찾아 바닷가를 나가보니 익사체로 떠올랐다. 아우는 원망의 빛이 역력했다. 겨우 장례를 지낸 그 이튿날 아우마저 이 작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제수 씨가 만날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아우를 찾을 양으로 뱃사람이 되어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어언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가 연안 바다 근처에서 조난을 당해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화톳불 옆에서 아우가 간호하고 있지 않은가!
"너! 어떻게 여기 완!"
놀라서 이렇게 묻자 아우는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형님, 그저 다 운명이외다"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깜박 잠이 들었다 깼을 땐 아우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사람들에게 수소문해본즉 누군가가 귀띔해준다. 아까 아우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새빨간 불빛을 등으로 받으면서 터벅터벅 말없이 어두움 가운데로 스러졌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때에 강화도 해안 가파른 데를 지날 때 아우가 부르는 음색이 분명한 '배따라기' 가락이 들려왔다. 곧 강화도와 인천 등지를 찾아다녔는데, 묵어갔다는 말만 들릴 뿐, 이후 영영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사내)는 저녁 해가 시뻘건 대동강변에서 다시 한 번 뉘우침이 가득한 '배따라기'를 부르고 사라졌다.
△줄거리
=뭔가 이해가 안된다만 아저씨 노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