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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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준하 | 등록일 | 16.05.23 | 조회수 | 33 |
그 뒤로 일주일이 흘렀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그를 보러가지 않았다.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해서, 망가진 그를 보고 싶지 않아서, 흐르는 죄악감을 억지로 막아가며,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그의 처형일이에요, 오늘.” “아아……벌써……. 그렇게나 지나버렸나.” “……당신이 힘든 거 알아요. 알지만…….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당신을 이끌고, 이곳을 위해, 우리를 위해 싸우던 남자에요. 그 마지막을 지켜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힘든가요?” ‘다 큰 사람이 울면 안 되지.’ “……가야지. 아니, 가야해. 당신은 집에 있어. 한때 가장 강했던, 아니, 지금도 가장 강한 남자의 마지막을. 친구가 지켜줘야 하니까.” 아직 두렵다. 또 도망치지 않을까라는 한심한 생각이 머릿속을 뒤집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었다. 내가 가지 않으면 그의 마지막을 지켜줄 사람은, 없으니까.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않기를 빌며. 숨이 차올랐다. 더 이상 뱉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혔다. 그러나 다리는 움직였다. 달리던 중에 죽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어가며. 그때, ……교회의 종이 울렸다. “……늦었나……. 하하…… 그런가…….” 그 자리에 멈췄다. 멈춰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가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신께 빌었다. 눈물이 흐르고, 치가 떨렸다.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단 한가지의 사실이, 내 모든 과거를 깨부수고, 추억을 지워버렸다. [ 난 말이야— 네 눈앞에서 안 죽으면 한이 될 거 같아. ] [ 트라우마 만들려고? 친구한테? 이거이거, 나쁜놈이구만—? ] [그건 아니고 인마—. 내가 가는 길을 친구가 봐주지 않으면, 어딜 가겠냐? 신이 손목잡고 끌 고가도 안가 인마. ] [ 그러니까, 나 죽으면, 네가 곁에 있어라? ] [알았어 알았어— 안 죽으면 내 손으로 죽여줄게! ] [ 이 미X놈이? ] 모든 추억 중에, 지워지지 않은 단 하나의 추억. 그와 동시에 그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그는 아직 죽지 않았어. 아니 죽지 않아. 다시 달렸다. 눈앞이 아른거렸고, 몸은 이미 한계를 넘은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와의 약속을 깰 수는 없었다. 사형장의 입구에 다다랐고, 그의 모습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되고, 십자가에 구속된 체, 매달려 있는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거 참, 더럽게 안 죽네.” “저거 뭐, 당장 죽을 거 같더니, 용케 아직도 살아있어.” 살아있다, 살아 있었다.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죄책감이 심장을 강타했다. 그 고통을 참아가며, 정신을 붙잡고,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나를 기다렸다는 사실이. 죄책감을 몰고 왔다.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을 밀치고, 그의 앞에 다다랐다. “뭐야 넌?” “어이, 대답 안 해?” 주변의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전처럼, 그와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의 얼굴의 미소가 올라옴과 동시에, 초점 없는 눈은 날 비췄다. “……여……, 왔냐…….” “……약속을, 지키러 왔다.” “그래…… 좋은 친구네……. 이제 편해질 수 있겠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웠다. 하나 밖에 없었던. 내 진짜 ‘친구’야.” “그래…… 너는 천천히 와라……. 나도 적응 할 시간은 있어야지…….” “아아, 그래. 네가 못 산만큼. 내가 살아주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옆 병사의 창을 뺐어, 그를 겨눴다. “잘가라. 친구야.” 그리고 창은 그의 심장을 찔렀다. “넌 뭐야! 갑자기 와서 뭐하는……!” 내게 다가오는 병사를 밀쳐내고 그를 등진 체, 나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는 군중들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내가 저렇게 비췄을까. 그런 안일한 생각이 들었지만, 과거에 들었을 죄책감은 이제 없다. “내 이름은 롱기누스(Longinus).” 왜냐하면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영웅의 친구이자. 그 대를 잇는…….” 그를 잇는 것, 그것뿐. “너희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자,” 나는 “롱기누스다!!” 롱기누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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