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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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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中-
작성자 권준하 등록일 16.05.23 조회수 11


 그가 잡혀간 첫째 날 왕국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를 조롱하고, 모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중앙에 구속되어 있고, 건장한 남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손에 체형의 도구를 들고 있었고, 그들의 미소가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이 찢기고, 숨이 막혀가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죄악감을 몰아내려는 듯, 몸속에서부터 무언가 거부하는 반응과 함께, 토사물을 뱉을 것 같았다. 한번, 두 번, 그의 몸에서 들리는 끔찍한 소리와 나의 몸속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심장박동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피는 사방으로 튀어있었다. 끔찍한 혈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이 뒤섞여, ‘네가 초래했잖아?’ 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요동쳤다. 그때, 그의 초점 없는 눈과, 내 눈이 마주쳤고, 두 시선이 교차함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올라왔다.

 왜? 왜? 대체…… 어째서?!


 “왜 그러는 거야! 내게 죄악감을 심어주고 싶은 거야?! 그런 거라면 네가 이겼어!! 이겼다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제발…….”


 눈물이 시야를 가려갔다. 누구라도 들었을 만한 커다랗게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를 조롱하는 소리와, 과열된 열기 때문인지,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다……안……지…….”


 나올 목소리도 없는 그가 나를 바라보고 말을 건넸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그에게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 목소리 역시, 그들은 듣지 못했다. 서로만의 공간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한 소리를, 둘만이 공유했다.

 목매인 소리였다. 분명 이곳이 조용했어도, 그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내게…….


 “다 큰 사람이 울면 안 되지.”


 라고…… 말은 걸었다는 것을.


 도망쳤다. 뒤 따위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수 없었다. 악담을 건넸음에도 웃어주고, 위로를 한 그를. 그런 그에게 자신이 편해지기 위해 소리쳤던 자신이 부끄러워, 돌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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