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비가 그치는 날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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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준하 | 등록일 | 16.05.23 | 조회수 | 14 |
7일째, 하늘에서는 그칠 기미 따위 보이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와의 마지막 날, 이유모를 비가 내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흐르는 눈물과 함께 바닥을 적셔가던 빗방울은 어느 순간, 내 눈물마저 지워 버렸다. 그런 비는, 내 슬픔을 위해 지금까지 쭉, 대신 울고 있었다. “보고 싶다…….” 그 어떤 나날도, 이보다 기쁠 순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서로의 상처를, 과거를 보듬으며 슬픔을 나누고. 아직도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뇌리에 뚜렷이 박혀있는데, 어째서 이 두 눈에 그녀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을까. 어째서 이 두 손에 그녀의 감각이 없는 걸까. 3일 동안은 무얼 하고 있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슬퍼하고, 또 슬퍼하며 그녀를 불렀을까? 이제는 지나간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울부짖었을지도 모르겠다. 4일째는 기억이 난다. 뚜렷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울린 핸드폰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확인했다.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라는 핸드폰의 아침인사. 순간적인 분노에 벽으로 강하게, 핸드폰을 던졌다. 직격으로 부딪힌 핸드폰. 액정은 반으로 갈라지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투정 따위는 더 이상 부리지 않았다. 몇 초간의 정적, 내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고는 정지했다. 몇 초간의 정지 후에 갑자기 밀려오는 내 자신에 대한 한심함. 그리고 자신에게 멍청하다며, 차라리 죽으라고 내뱉은 저주. 어째서 사람은 극단적이고, 또한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극한의 좌절, 그 후에 찾아오는 극한의 분노. 그 사이에 중간 따위는 없었다. 몸소 체험해본 결과, 극한의 다음은 그에 상응하는 극한뿐이었다. 그 후에 3일 정도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그녀가 없다.’라는 공백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7일째는 어찌어찌 적응했나보다. 극한은 없었다. 그녀의 기억도, 슬슬 잊혀지나보다. ……어라? 나 방금 ‘보고 싶다’라고 말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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