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 시간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비를 피하려고 황급히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한 청년이 서 있었는데, 잠시 후 세 사람이 더 들어오자 처마 밑은 만원 버스처럼 비좁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집이 큰 아주머니가 뛰어 오더니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밀려 나가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딴 곳을 쳐다보며 모른체했습니다. 이 때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젊은이, 세상이란 다 그런거라네.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청년은 물끄러미 그 할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뛰어갔습니다. 잠시 후 비에 흠뻑 젖은 채 나타난 그 청년의 옆구리에는 비닐우산 다섯 개가 끼어 있었습니다. 청년은 사람들에게 우산을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세상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청년이 준 우산을 쓰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빗속으로 사라졌고, 세상이 다 그렇다고 탄식하던 할아버지는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현실과 타협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그 잘못된 세상 속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세상이 다 그렇더라도 나만은 그렇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가짐, 이것이 이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힘이 아닐까요? <서울시교육연구원 훈화 자료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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